예능

놀러와 - 트리오 세시봉이 아쉽다...

까칠부 2011. 2. 1. 01:08

아, 원래 이래서 트리오 세시봉이었던 것이구나. 이익균씨가 군대 갔다 하니 아예 해체하려 했었던 것이었고. 그 묵직한 베이스음이 깔리니 소리의 중량감이 달라진다. 청량하기만 하던 노래가 완벽 그 자체가 되어 무게를 가지고 두들겨 온다. 이익균씨가 당시 군대 가지 않고 계속 세시봉 트리오로 활동했었더라면... 그러나 세상은 그런 뜻하지 않은 우연들이 있기에 재미있는 것이다. 스스로도 만족스런 삶을 살고 계시다 하고.

 

유독 트로트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제대로 된 트로트다. 과도한 기교 없이 담백하게 멜로디를 따라 가사의 맛을 살리며 부르는 노래. 원래 트로트 가수들은 정통 발성에 정통했었다. 그렇게 억지로 소리를 내려고도 들지 않았고 기교를 부리려고도 하지 않았고 바로 거기서 트로트의 깊은 맛이 나는 것이다. 하나같이들 기본발성들이 좋다 보니. 적절한 바이브레이션이 노래의 맛을 한결 살려준다.

 

확실히 요즘과는 발성법이 많이 다르다. 클래식의 영향으로 정통의 맑은 소리를 내는 발성법이 남아 있던 당시와 록과 블루스의 영향으로 보다 육성을 강조하는 지금과는. 어쩌면 그래서 더 세시봉이 사람들에 충격과 감동을 주었는지도. 지금은 잊고 있는 무언가가 그 분들께는 있기 때문이다. 음악의 아름다움 자체를 경외하던 당시의. 해외의 팝을 체화하며 우리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도기로도. 그래서 멜로디도 가사도 노랫소리도 그렇게 간결하며 맑게 흐른다. 거스르는 것 없이 작위란 없이 마치 처음부터 그러한 양.

 

그러고 보면 현대의 대중가요란 바로 이분들에 빚을 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록과 블루스 계열은 역시 신중현이다. 하지만 발라드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만나는 것이 바로 이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다. 발라드라는 양식 자체가 트로트의 양식이 팝의 형식과 만나며 이루어진 것이었으니까. 그 세련된 형식은 이들 세시봉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록 역시도. 캠퍼스록은 역시 다운타운과 닿아 있다. 과연 세시봉 없이 현대의 한국 대중음악이란 가능했을까? 저 분들이 아니었다면? 그 빚은 갚을 수 없이 너무나 크다.

 

아마 뒤에서 기타 쳐주던 분이 함춘호 옹이시지? 우리나라 최고의 세션기타리스트. 정말 간만에 귀가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노래도 아름답고, 사연들도 정겹고, 그 나이가 되어서도 서로 티격대격하는 모습들이 즐겁고, 여전히 윤형주라는 이름은 조영남의 천적이다. 끝무렵 나온 양희은도. 다음주는 또 더 화려하다. 럭비공 조영남 까도남 윤형주 시크릿 송창식 막둥이 김세환. 어느새 다시 돌아온 시대의 슈퍼스타들.

 

놀러와의 앞에 이제는 단어 하나를 더 붙여야겠다. "고품격" 언제부터인가 어쩐지 챙겨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면 어쩐지 아쉬움이 남는 그런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그 어떤 음악프로그램보다도 더 음악프로그램스러운 깊이가 있고 정취가 있고 그리움이 있다. 아련함과. 벌써 오늘이지? 시간이 멈춰 버렸다. 지금도 시간은 아쉬워 멈춰 있다. 오늘도 또 봐야 하는데. 최고였다. 감히 말할 수 없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