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도 사람 봐가며 선배로구나. 히트곡 없으니 선배가 아니고, 인기가 없으니 선배 자격이 없고, 특정 장르의 음악을 했으니 인정할만한 가치도 없고.
잠에서 확 깨네. 40년 넘는 음악인생이 이렇게까지 재단되는구나. 단지 아이돌을 야단쳤다는 이유로. 조금 과격한 표현을 써서 야단쳤다는 이유만으로.
반박하는 방법은 여럿 있다. 나도 때로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좀 심하지 않았는가."
거기까지면 된다. 그런데 그의 음악이 어떻네, 과거 행적이 어떻네, 얼마나 대단한 음악인이었네, 그것도 자기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느낌에 비추어.
설마 사람들이 유현상을 대접해주는 게 그냥 나이가 많아서라 생각하는 것일까? 왜 유현상이 트로트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그리 충격을 받았던 것일까? 그리고 유현상이 트로트를 한다고 음악을 소홀히 했다 생각하는가? 가족 먹여살리자고 대충 말도 안 되는 음악을 했으면 유현상이 지금 거기 있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하는 말이란,
"고작해야 그런 유현상 따위가 어떻게 루나님께 그럴 수 있는가?"
단지 행위를 지적하여 비판하는 게 아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 비판하는 게 아니다. 행동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의 삶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다. 재단하여 부정하고,
"너는 그럴만한 자격이 없다."
"너는 그럴만한 인간이 못 된다."
행위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잘못된 것이다. 과연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그 기준대로 이야기해볼까? 과연 아이돌 가운데 자기가 스스로 자기가 할 음악을 선택하고 무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는가? 그들의 무대에는 그들의 의지가 얼마나 작용되어 있는가? 그렇게 순수하게 음악을 추구하지 못하여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 단지 기획사의 의지에 따라 인형처럼 그것을 연기할 뿐인 아이돌은 어떤 소리를 들어야 하겠는가?
잠에서 확 깨는 느낌이다. 바로 그런 논리들에 반박하며 아이돌과 그들의 무대를 옹호하던 것이 바로 오늘도다. 그러나 아이돌 앞에서 40년 넘게 음악을 해 온 사람이 같은 논리로 부정당한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히트곡이 없으니 음악을 잘못한 것이고, 다른 길을 갔으며 삶을 잘못산 것이고, 그러므로 자격이 없다. 그러니까 아이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않고 무모하게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단지 듣기 싫은 소리 좀 들었다고 눈물부터 흘리던 그 주제들에 대해서. 그런 음악을 했으니 선배로서 자격이 없다면 그따위 노래를 불렀으니 후배로서도 자격이 없다. 앞으로도 주욱.
다시 말하지만 유현상이 트로트 했다고 - 메탈을 버리고 아이돌을 프로듀스하고 성인가요를 부르면서 그렇다고 무엇 하나 소홀히 한 적은 없다. 최소한 루나처럼 그렇게 대충 무대에 섰던 적은 없었다. 언더그라운드 있을 때부터 그는 프로였으니까. 자격이 없는가?
아, 참고하자면 설특집으로 배철수와 유희열인가 하는 프로그램 했었는데 거기 70년대 록의 전설이라고 김태화가 나오더라. 그 김태화가 몸담고 있던 당시 최고의 록그룹이 라스트찬스였다. 그리고 그 기타리스트가 유현상. 김태화가 미국에 가고 나서 보컬을 맡았다가, 80년대 중반 다시 기타리스트로 참여하고 있었다. 과연 대충 음악하면서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데뷔했을 당시가 지금 루나 또래인 17살이었다.
아무튼 깨달음이다. 아이돌은 그다지 대접해 줄 가치가 없다. 유현상이 그래서 선배로서 대접받을 자격이 없다면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그 대상이 누구라 할지라도. 그런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진심으로 화가 나 있다. 아마 그동안 쌓인 것이 있을 것이다. 단지 아이돌을 위해 한 인간의 삶을 부정하는 어떤 행태들에 대해서. 아티스트의 그의 삶을 부정할 수 있는 그런 오만들에 대해서.
비판은 행위에 대해서만 하면 된다. 단지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 거기에서 왜 그의 과거가 나오고 거기에 대한 판단이 개입되어야 하는가. 그래야만 자격이 있고. 그런 주제에 아이돌에 선후배는. 우습지.
예전 최양락이 전유성에게 농담처럼 한 말이 생각난다.
"원래 이 바닥이 그렇쥬."
무슨 선후배 따지느냐고. 웃고 만다. 이게 바로 한국의 대중이다. 다는 아닐지라도.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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