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영웅호걸 - 절반의 성공, 그러나...

까칠부 2011. 2. 14. 00:59

아마 예감한 모양이다. 다음주 벌칙을 보니. 절반만 메이크업. 딱 절반미인.

 

초반은 좋았다. 멤버의 어머니를 VIP로 초청해 눈물 짜는 감동컨셉으로 간 것은 솔직히 별로였지만, 부담없는 영웅호걸만의 VIP를 통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살갑고 아기자기했다.

 

후반의 연회세팅과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후반의 연회장세팅은 말 그대로 민폐였다. 하지 말라는데도 트레이를 굳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작업한 나르샤, 지연부터 해서, 컵을 깨뜨리고 포크를 엎어버리고, 나중 보니 노홍철은 양말바람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휘재는 물뿌리개로 장난치고 있었고. 의자커버를 가지고 상황극 하는 것도 불성실해보였다. 한 마디로 성의가 없다.

 

전에도 지적한 부분이다. 일을 하거나 예능을 하거나. 일이 버거운데 예능이 될 리 없고, 예능을 하자면 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칭찬을 들었지만 그것이 과연 칭찬인가. 일에서 실수가 연발하는데 예능은 또 무슨 예능인가. 예능을 한다고 해봐야 오히려 일을 가지고 장난하는 것 같다.

 

의자커버를 가지고 상황극하는 것을 보며 TV를 꺼버린 것도 그래서다. 누군가는 그것이 자기 일일 텐데 남의 신성한 직장에서 그러고 놀고 있는 것인가. 잘 끝났으니 망정이지 문제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했는가. 무모하다 해도 이렇게까지 무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자신이었던 것일까. 설마 호텔리어 일을 만만하게 본 것은 아닐 테고.

 

그에 비하면 전반은 얼마나 좋은가. 프로그램에서 자체적으로 초대한 VIP이니 실수한다고 호텔측에 민폐끼칠 일이 없다. 적당히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만큼 여유를 가지고 어울리며 이야기도 만들 수 있다. 불과 20미터를 가면서 세 번이나 쉬어가며 꽃을 나르던 신봉선, 이진이나, 과일과 주스를 나르느라 온갖 모험을 다 하던 서인영, 홍수아. 특히 서인영 홍수아는 있어 보이는 허당과 원래 없는 허당의 조화가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이동하는 것만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열심히 하는 모습도 멋있고, 가끔 실수하는 것도 귀엽고 재미있고, 그렇다고 누구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그에 비하면 후반은 저러다 민폐나 끼치는 것이 아닐까. 만일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 저러고 있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차라리 연회장세팅을 하려면 어디 따로 공간 빌려서 자기들끼리 하던가. 내내 조마조마, 그러다가는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실망하고 화나고 그래서 TV끄고.

 

어머니와의 감동코드야 그럴 수 있겠거니.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결국은 그녀들도 누군가의 딸 아니겠는가. 집에서의 엄마에게 걱정끼치기 싫어 짐짓 밝은 척 꼴찌했다 말하더라는 홍수아나, 몇 달이나 보지 못한 엄마 생각에 눈물 짓는 지연이나, 전혀 생각지 않게 VIP가 나르샤의 어머니라는 사실에 놀라는 멤버들의 모습 역시. 홍수아가 집에서도 요리를 곧잘 하는구나. 이런 것도 역시 예능의 한 부분일 것이다. 아마 나름대로 감동받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후반의 연회장 세팅에서는 이건 도저히...

 

아이돌이란 이미지다. 여자연예인은 남자연예인보다 이미지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여성으로써 예능인으로 성공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이유다. 망가지더라도 한계가 있다. 남자 연예인이라면 어느 정도 비호감적인 이미지도 허용이 되지만 여자연예인은 유독 엄격한 잣대가 가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민폐예능이라는 딱지가 붙고 나면 이미지가 어떻게 될까? 영웅호걸의 메인은 어디까지나 12명의 영웅호걸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했으니까. 그리고 꽤 잘 했다. 특히 유리컵을 세팅하다가 문득 유리컵을 세심하게 살피고는 외치던 니콜,

 

"이 컵 쓰면 안 돼!"

 

매의 눈이라는 말 그대로. 말 못하는 컨셉에서 이제는 일 잘하는 컨셉을 잡았다. 바로바로 실수를 눈치채고 바로잡는 것이 진짜 최선을 다해 세팅에 임하고 있구나 하는 걸 보여준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놓고 그것을 보며 세팅하던 신봉선이나, 마지막 한 번 더 묻고는 열심히 실수를 만회하려던 서인영이나.

 

물론 실수도 있고, 잘못한 것도 있고, 무모한 것도 있고 하지만 일단은 열심히 하는 모습만으로도 좋았지 않은가. 더구나 호텔리어로서의 제복을 갖춰 입은 모습은 눈이 즐거웠다. 바로 이런 걸 영웅호걸을 보는 시청자들은 바라는 것인데. 어설픈 감동이나 무리한 미션으로 민폐가 되거나 하는 것이 아닌 그런 재미가.

 

절반의 재미와 절반의 불편함. 절반의 유쾌함과 절반의 불쾌함. 제작진의 허튼 꿈과 멤버들의 너무나 훌륭한 해몽. 조금 더 멤버들의 캐릭터와 관계를 살릴 수 있다면. 서사를 목표로 한다면 12명은 너무 많고, 묘사를 목표로 한다면 지금은 미션이 너무 크다.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음주는 비보이. 그러나 니콜은 아마 촬영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벌칙을 받지 않아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건 정말 니콜에게 유리한 미션이었을 텐데. 박가희와 니콜에게 딱 맞는 미션 아니었을까. 그야말로 니콜을 위해 준비된 무대였는데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 같아 아쉽다. 대신 호텔리어와는 달리 민폐라는 부담이 없으니 조금 더 자유롭게 매력발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있다. 스마트편영화제처럼 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대신 예능이 더 재밌어지리라는.

 

아무튼 아쉬움이 많았던 회차였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가능성을 보고 있고. 1박 2일이 아닌 이것을 일부러 챙겨보는 보람이 있다 할 것이다. 조금만 더 분발한다면.

 

재미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신경쓰면 되겠다. 그게 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