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다들 아다시피 나는 아이돌로서 구하라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돌이 아닌 개인으로서 인간적인 신뢰와 호감을 느끼는 대상은 다름아닌 리더 박규리다.
누군가 내게 제안한다. 아이돌 가운데 단 한 사람과 같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면 고민할 것 없이 박규리를 선택한다. 아이돌은 보고 즐기는 대상이지만 신뢰란 인간 자체에 대한 것이니. 이미지일지라도 그동안 내게 보여준 모습들이 그랬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게 그것이다. 아이돌로서 나는 구하라를 좋아한다. 한 개인으로서 박규리를 신뢰한다. 다행히 이 두 사람이 보조를 함께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 나뉘어 대립하는 입장이었다면 얼마나 난처했을까? 박규리도 좋아하고 구하라도 좋아하는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했다면.
물론 한승연도 니콜도 강지영도 카라로서 좋아한다. 단, 카라로서만 좋아하는 것이다. 카라가 해체되고 개인으로 돌아갔을 때, 그때도 이 세 사람을 지금처럼 호의를 가지고 보게 될까? 카라가 아닌 개인으로 돌아갔을 때 이들 셋은 박규리와 구하라 이외일 수밖에 없다. 감정이 그렇게 시킨다.
사실 한승연 아버지가 박규리를 디스하는 순간 모든 것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규리만은 건드리면 안 되었다. 차라리 구하라를 디스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조금 더 인내심을 발휘해 보았겠지만 그러나 박규리는 아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라디오DJ까지 그만두게 되었지.
그래도 사실 참으려 했다. 마지막까지 5명의 카라에 대한 기대를 벌리지 않았으므로. 이러니저러니해도 아예 미친 것이 아니라면 설마 카라를 깨겠는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서도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기를.
그런데 이제 태진아의 중재안까지 거부했다고 한다. 로펌까지 조금 더 크고 유능한 곳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끝장을 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끝장을 보고 나면 뭐가 남을까? 카라는 남아있을까? 아무리 잘 풀려도 기껏해야 내년 7월까지가 한계다. 어째야 할까?
결정을 내려야겠지. 마냥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아니 이미 내려져 있었다. 말했듯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 계기가 필요했을 뿐. 이제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 기대도 없다. 서로 갈 길을 가야 한다. 3사람은 3사람대로 박규리, 구하라는 또 그들대로.
그러니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다. 굳이 마음을 나누거나 억지로 정할 필요 없이 박규리와 구하라가 있는 쪽만 바라보면 되니. 어차피 좋아던 대상이었고 이번 일로 호감도 높아진 터다. 거리낌도 없고 거슬리는 것도 없다. 오히려 좋다. 굳이 고르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서.
만일 두 사람을 중심으로 새로운 팀이 나오게 된다면 그들 또한 나는 지지해 줄 것이다. 개인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아주 미미한 상태에서 출발하게 되더라도 역시 마찬가지다. 카라가 깨지고 나면 이제는 개인이니까. 개인이라면 역시 마음이 더 가는 쪽을 쫓아야겠지. 그 마음 가는 쪽에 둘이 함께 있다.
하여튼 팬이라고 웃긴다. 아마 팬심을 읽는 카라 3인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진실은 이런데 왜 대중은 알아주지 않는가?"
"사실은 이런데 왜 대중은 카라 3인만을 비난하는가?"
"대중이 너무 몰라준다."
바로 그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이 연예인이라는 것이다. 그 대중을 상대로 활동도 하고 인기도 얻고 돈을 버는 것이 아이돌이라는 것이다. 지지를 얻고 싶으면 지지할 수 있게끔 하던가. 말했듯 박규리를 디스하고, 박규리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는 순간 나 역시 마음은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 이렇게 더 이상 타협은 없다는 식으로 소송으로 내달리고 있고.
그동안 단 한 번이라도 5명의 카라를 위한 진심어린 노력을 보인 적이 있다면 말을 않는다. 단 한 번이라도 대화를 통해 해결해보려는 의지를 보였다면 이렇게까지는 아니다. 처음부터 대화란 없다고 했고, 그나마 봉합되는가 싶더니 일본 가 있는 사이 기습적인 소송으로 보답했다. 모든 중재안을 거부하고. 중재안이 나오는 사이에도 새로운 로펌을 알아보고.
박규리가 정작 심심타파DJ에서 잘리는 상황에서도 활동에는 지장이 없으니 문제가 없단다. 그리고 뻔히 그 실체가 드러난 언론플레이까지. 신뢰도 잃고 좋은 감정마저도 잃고.
재판 이후는 나도 모른다. 재판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오롯이 박규리와 구하라에 대해서만 신경을 쓸 거다. 3인이야 자기가 선택한 길이니 알아서 하겠지. 대부분의 팬덤이 그들 3인을 지지하고 있기도 하고. 팬들과 함께 제 살 길 찾아가는 거다. 그건 그쪽 사정이다.
아주 가뿐하게 정리해 버리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미련이 남아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고맙달까? 아니면 기쁘달까? 화도 나지 않고 아무 감정조차 없다. 움도 원망도 없이 그냥 담담하다.
구하라는 전부터 말한대로 발성부터 제대로 배워서 아래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연극무대에서 기본기를 닦아도 좋고, 단막극의 조역으로 시작해도 좋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이제 스물 갓 넘겼다.
박규리는 말한대로 재주가 많으니까. 성우도 괜찮고 라디오DJ도 괜찮고. 여성MC의 자리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연기도 괜찮겠지. 뮤지컬 배우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파이팅이다.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것으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니까. 그 순간이 오히려 시작이다. 인생은 의외로 길다. 돌아보면 아득할 정도로. 시련이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이미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내가 유명블로거가 아님을 아쉬워하기도 했고, 그다지 영향력이 있는 인사가 아님을 안타까워도 했다. 제발 아니기를 아니기를 몇 번이고 돌아보며 미련을 놓지 못하고 부여잡고 버텨온 것이 이제까지. 이제 더 이상 무얼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담담히 받아들일 뿐.
예정되었던 일이다. 단지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싫었을 뿐. 그러나 여기까지 왔으면 받아들여야겠지. 나중에 방송에서 보게 되면 반가워는 해주게 될까? 이제는 박규리와 구하라가 걱정이다. 그것만 신경쓰련다.
'연예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라 소송 - 결국 누군가 옆에서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0) | 2011.02.18 |
---|---|
카라 소송 - 보다보면 참 안타까운 것이... (0) | 2011.02.18 |
카라 - 박규리가 결국 심심타파DJ 그만두는구나... (0) | 2011.02.17 |
카라 - 활동하는데는 지장이 없어요... (0) | 2011.02.16 |
카라 협상결렬 - 100을 다 갖겠다는 건 협상이 아니다. (0) | 2011.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