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 부활
너는 저기 있었지 많이 야윈 얼굴로
나에게로 미소 지으며
이제 생각해보면 날 위해서였던
너의 숨겨진 모습이었어
비가 오고 있었지 내리는 저 비처럼
날 사랑해오던 그대
너를 떠나보내던 나의 젖은 모습이
지금 저기에 있는 것 같아
안녕 그대 널 사랑한 후에
그 긴세월을 그리워했어
이제 다시는 널 볼수없는
서로가 되온걸 모른채로
너를 떠나보내던 나의 젖은 모습이
지금 저기에 있는 것 같아
안녕 그대 널 사랑한 후에
그 긴세월을 그리워했어
이제 다시는 널 볼수없는
서로가 되온걸 모른채로
안녕 그대 이젠 전하고 싶어
수많은 날을 그리워했지만
멀리 서로를 지켜줬기에
아름다울 수 있었다고
안녕 그대 널 사랑한 후에
그 긴세월을 그리워했어
이제 다시는 널 볼수없는
서로가 되온걸 모른채로
가사 출처 : Daum뮤직
개인적으로 부활 1집에 실린 불후의 명곡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속편격인 노래라 생각한다. 그렇게 처절하게 "사랑해"를 외치고 난 지 10여 년이 지나 이제 떠나보낸 이에게 "안녕"을 고하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떠올리던 비와 눈물의 심상은 어느새 빗속에 야윈 얼굴로 미소짓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그것이 서로를 위한 배려였음을. 원망이고 안타까움이었다면 이해이고 그리움이다.
그러면서도 비가 내리면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 그녀가 사랑하는 나. 내가 사랑하는 그녀. 여전히 그 시절처럼. 지금도 그 순간처럼. 마치 지금이 그때와 같고 여전히 자신도 그때의 자신과 같다. 그러나 안다. 이제는 더 이상 서로를 볼 수 없는 서로가 되어 버린 것을.
"안녕"이란 바로 그런 서로에 대한 이별의 인사다. 사랑한다고밖에 못했던 그녀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뒤늦게 헤어짐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녕"이라는 말이 더욱 처절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은 지금도 그녀는 바로 저기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때 그 자리에서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고.
사랑이라는 감정이야 시간 속에 퇴색되어버렸는지 모른다. 이미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과 공간의 거리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어느새 지금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게 되었다.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기억들이. 그러나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것은 과거 사랑했던 기억. 여전히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사랑하고 이별했던 그 순간의 아름다우면서도 아픈 기억들.
그래서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동물원의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우연한 만남은 기억마저 퇴색시킨다. 사랑했던 기억과 그리고 그리움마저 흐릿하게 덧칠해 버린다. 오히려 다시 만나지 않았기에. 다시 서로를 보지 못했기에. 그것을 화자는 "멀리 서로를 지켜줬기에"라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울 수 있었다고. 추억은 추억인 채로 아름답다. 그것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
하나의 연작이라 생각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안녕', 그리고 11집의 '사랑'. 사랑한다고 피맺힌 외침을 토하던 남자는 이제 과거와 이별을 이야기하고 마침내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피를 토하며 절규하던 목소리는 이제 과거의 기억과도 이별하지 않음을 깨닫는 애처러움으로, 그리고 그것마저 승화하는 관조로 발전해가고 있다. 시간에 마모된 기억은 해변의 자갈마냥 모나지 않게 둥글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의 "사랑해"와는 달리 가늘게 치솟는 애처로운 고음이 화자의 심정을 들려주는 듯하다. 부활 7집의 보컬 이성욱의 미성은 끝없이 날카롭게 솟구치며 마치 아픈 비명처럼 그 아련한 그리움과 처절한 미련을 그대로 담아낸다. 안녕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그것이 단지 기억이며 미련에 불과할 뿐임을 깨닫는 서글픈 현실을 이야기한다. 여전히 잊혀지지 않고 있음에도 추억을 추억으로써만 받아들여야 하는 - 그래야 함을 아는 남자의 이야기다.
전주에서의 비장한 첼로연주와 간주에서의 애절한 김태원 특유의 느린 비브라토. 이성욱의 미성은 그래서 애잔하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서정적인 도입부로부터 점차 고조되어가는 비극의 드라마가. 그리고 마침내 폭발하듯 치솟아 들려오는 "안녕"이라는 서글픈 외침이. 고음에서의 이성욱의 목소리는 눌린 듯 마모된 상처를 아름다운 미성 가운데 드러낸다. 그것은 또 김태원의 기타와도 닮았다. 아마 이성욱을 일컬어 가장 부활에 어울리는 색깔을 지닌 보컬로써 부활팬들이 기억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아름다운 노래다. 아름답다는 말이 더없이 어울리는. 슬프기에 아름다운. 그 슬픔조차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마는. 그 오래전 처절했던 비극의 기억조차 이제 와서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게 되었듯.
"지난 과거는 무조건 아름답다."
아쉽다면 당시 목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인지 라이브에서의 이성욱의 불안했던 모습과 기획사의 부도로 제대로 홍보조차 못해 본 탓에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는 것. 재작년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주역 김남주, 오지호, 윤상현이 함께 출연했었던 영화 <아이 러브 유>의 영화음악작업을 함께 병행하며 부활 데뷔 15년 기념으로 야심차게 준비했던 음반이었는데, 그러나 부활의 역대 히트곡을 실으려 했던 2CD의 녹음과정에서 제대로 키조차 맞추지 못하고 졸속으로 녹음했어야 했을 정도로 기획사 사정부터가 너무 안 좋았다. <아이 러브 유>는 오지호가 김남주에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낼 정도로 처참하게 망해버렸고. '안녕'과 함께 <아이 러브 유>의 OST로 쓰였던 '리플리히'도 역시 그대로 묻혀버렸다.
아마 당시 3000장 정도 겨우 팔리고 말았을 것이다. 아니 아예 나온지도 모르는 사람들조차 더 많았다. 나중에 들려주니 그제서야 이런 좋은 노래가 있었구나. 김태원이 괜히 자식같은 음악 살려보겠다고 예능에 나오고 하는 게 아니다. 오죽하면 당시 7집이 실패하고 아예 삼촌이 운영하던 공장에라도 들어갈까 생각했었다 말하고 있겠는가. 진심은 아니었더라도 이승철의 제의에 보컬이던 이성욱마저 배제해가며 부활 8집을 만들게 되었던 것은 그런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8집에서의 'Never Ending Story'마저 없었다면.
아무튼 당시 뮤직비디오를 본 지인의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이성욱의 금발이 닭살이다."
"오세정은 예쁘다."
확실히 이성욱의 외모는 화려한 금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토속적이랄까? 불협화음이었다. 여주인공으로 나온 오세정이 참 예뻤는데, 그러나 부활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배우치고 스타가 된 경우가 원래 드물다. SS501의 멤버 김규종 덕분이 이름이나 겨우 기억할까?
뮤직비디오 감독이 아마 <내머리속의 지우개?의 감독일 것이다. 부활팬으로 '안녕'과 'Never Ending Story'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그 인연으로 김태원이 그의 영화감독데뷔작 <내머리속의 지우개>의 음악감독을 맡게 된다. 여기에서 티저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9집 '아름다운 사실'이 대박난 것은 아는 사실일 테고.
아무튼 6집에 비해서도 뚜렷하게 뒤로 물러서기 시작한 기타는 8집에서 더욱 뒤로 물러나며 최소화된 지금의 부활표 발라드스타일을 정립하게 되는데, 혹시 모를 일이다. 7집이 먼저 성공했으면 부활의 음악이 지금과는 또 달랐을지. 김태원의 기타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지금의 뒤로 물러나 단지 보컬을 받치는 스타일의 연주에는 아쉬움이 있다. 상당히 전통적인 작법의 소프트록을 들려주던 음반이었다. 마치 부활의 음악은 60년대 70년대 소프트록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듯이. 실제 많은 부분 그렇기도 하고.
문득 떠올랐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래서 세 곡을 나란히 이어놓고 들어보았다. 부활 1집 '비와 당신의 이야기', 부활 7집 '안녕', 부활 11집 '사랑'... 또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색깔들의.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해 듣고 있으면 색다른 느낌이 있을 것이다.
또 하나 7집의 의미라면 서재혁이라는 부활의 브레인이 이 음반으로 합류했다는 것일 게다. 6집을 끝으로 김태원과 최승찬과의 갈등은 김기연의 성대결절과 함께 팀의 공중분해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그 결과 2집 이후 10년 넘께 함께 팀을 이루어 활동했던 정준교와도 헤어진 채 오디션을 통해 서재혁이라는 새로운 베이시스트를 만나게 된다. 나이는 어렸지만 김태원과는 다른 스타일로 이제까지 없었던 부활의 두뇌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멤버였다. 7집부터 11집까지 5장의 앨범을 함께 했던 엄수한은 11집을 끝으로 탈퇴했고. 부활사상 최장수 키보디스트이기도 했었다. 드러머 김관진은 8집 녹음까지만 함께 한다.
솔직히 나로서는 7집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다. 싱글들은 좋은데 앨범으로서는 상당히 산만하게 느껴진다. 연주곡 'Second Demension'이 무척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들을 수 없는 과거의 또 다른 스타일의 부활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싱글만 따로 듣기는 좋은데 앨범으로 듣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왜 망했는가를 알기에 더 안타까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그래서 아까운. 멤버들 자신도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컸을 것이다. 팬들 가운데 지금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고. 음악이 좋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나 할까? 노래를 더 잘해서나 연주를 더 잘해서는 더욱. 현실일 것이다.
정말 좋다. 부활 특유의 아련함이 이성욱의 가녀리면서도 폭발하는 미성과 어우러지며 더욱 처절한 비극을 만들어낸다. 밤의 적막과 고독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그 시절의. 그 이야기들을. 그리움을.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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