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이정희 - 그대여...

까칠부 2011. 4. 16. 21:14

 

얼마전부터 문득 이 멜로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바람도 차가운 날 저녁에 그대와 단둘이서 만나면..."

 

아마 어느 쇼프로였을 것이다. 깊은 밤 전신주와 가로등, 그리고 꽤 예쁜 여자 하나...

 

내 기억속에서는 상당한 미인이었었는데 아마 너무 어려서였던 것 같다. 수수하기는 하다.

 

정말 어릴 적이다. 부른 가수의 이름도 얼마전에야 가사로 검색해보고 이정희라는 것을 알았다. 가요제 출신이라는 것도. 하기는 당시 이런저런 타이틀이 붙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가요제들이 많았으니까. 요즘 오디션 붐과 비슷하다 보면 된다. 해변가요제네 뭐네 해서 많이들 데뷔했었다. 해변가요제가 아마 활주로일 테고, 국풍80의 대학가요제에서 데뷔한 것이 이용, 이정희도 어디 대학가요경연에 나왔던 모양이다.

 

물론 당연히 나는 그런 자세한 사연 같은 것 전혀 모른다. 기억나는 건 애절한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그것을 꽤 담담하게 부르던 목소리, 목소리 때문인가 무척 미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아마 유학을 간다고 했던가 어쨌던가 울면서 노래를 부르던 장면이었는데... 몇 년이더라? 역시 오래전이었는데. 결혼하고 미국으로 떠난 것이 88년이라고 하니 그 전 일일 텐데 기억이 흐릿하다.

 

아무튼 원곡을 구할 수 없어서. 리메이크한 건 몇 개 있는 모양인데 역시 이런 건 원곡으로 들어야 맛이라. 그러고 보니 이 노래를 아이들스럽게 짓궂게 개사한 노래가 있었는데. 한참 어렸을 적인데 노래 가사는 거의 19금이었다. 19금이 아니라 차단이다. 아주 민망한 가사다.

 

그냥 생각났다. 어떤 노래였을까? 누구였을까? 흐릿한 기억 속의 미녀는? 다른 사람과 혼동한 것이거나 아니면 어려서는 저런 타입을 좋아했거나. 역시 기억이란 시간과 더불어 흐려져간다. 과연 무엇이었는지. 무엇 때문이었는지. 과연 굳이 이제 와 찾아볼 필요가 있었는지.

 

하지만 그렇더라도 죽을 줄 알면서도 호기심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결국 인간이라는 동물인 것이다.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또 그립기도 하다. 그런 시절도 있었구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

 

하여튼 아주 어려서 들은 노래는 아마도 영혼에 새겨지는 모양이라. 그 시절 들었던 노래들은 조금씩이라도 아무때라도 떠오른다. 조각처럼. 기억처럼. 지나간 시간처럼. 이 노래처럼.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 하려나. 가끔 7080을 보면서 떠올린다. 나온 적 있을까?

 

기억도 나지 않는 기억의 일부다. 생각나서 써보았다. 찾을 수 없는 음원이 너무 많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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