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곳에 - 김추자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님이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마음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가사 출처 : Daum뮤직
사실 나도 조관우 2집 Memory를 통해 처음 듣고 알게 되었다. 조관우의 목소리로도 너무나 매혹적인 노래였기에 리메이크인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원곡이 너무 궁금해졌고 결국 김추자의 노래까지 찾아듣게 되었다. 그리고 동의해 버렸다. 자신의 노래는 김추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조관우의 말에 대해.
뭐라 표현해야 할까? 조관우의 가녀린 흐느낌과는 전혀 다른 절제된 슬픔이랄까? 아련히 멀리서 느껴지는 원망과 한탄, 그리고 후회... 원래 동명의 드라마의 주제곡이었다고 하는데 그 드라마를 본 일이 없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지 못하겠다.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이었을까? 아니면 우연에 의한, 운명이 강요한 이별이었을까? 망설이다가 가버렸다는 것으로 보아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간 것일까?
후회일 것이다. 원망일 것이다. 떠나버린 그에 대한. 그리고 그를 떠나 보낸 자신에 대한. 왜 그를 붙잡지 못했을까? 어째서 그를 붙잡아 돌려 세우지 못했는가?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떠나 보낸 데 대한 자책이다. 망설이다가 떠나갔다고 했으니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나의 탓이다. 모두가 내 탓이다. 차마 원망도 비난도 못하고 안으로 삭이고 마는 절규. 한이다.
그렇게 닮았다. 어딘가 산이 깊은 곳에 얼굴 검은 아낙의 노래일까? 아니면 먼 바다에 주름 깊은 여인네의 한숨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안으로 삭이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 안으로 삭이며 그것을 한숨처럼 토해낸다. 아무 이야기도 담기지 않은 한숨이 어찌 그리 서러운가. 그리 할 수밖에 없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그리 절절하니 아프고 슬프다. 창인 듯 블루스인 듯 꾹꾹 눌러담은 감정이 몽환적인 사운드에 실려 그렇게 아름답게 흘러 꿈결처럼 눈물을 맺히게 한다. 해가 뜨면 사라지는 이슬처럼 눈을 뜨고 나면 잊혀지리라.
차라리 경이적이기까지 하다. 노래에 감정을 싣는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넘치지 않게, 그러나 모자라지 않게, 연민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그 섬세하고 정교한 감정의 선을 고스란히 전한다. 꿈결처럼 아련하게 깔리는 밴드의 사이케델릭한 연주와 어우러지며 김추자의 목소리는 한 바탕의 긴 꿈을 그려낸다. 야무지게 치고 들어오는 신디사이저 연주처럼 굴곡진 기억의 꿈을. 아마도. 아름답게.
원래는 패티 김이 부르기로 했었단다. 그러나 녹음 직전 패티 김이 고사하는 바람에 갑작스레 김추자가 섭외되어 불과 2시간만에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이 버전이 바로 그 2시간만에 녹음을 마친 버전인가는 모르겠다. 결국 드라마도 히트하고 노래도 히트하면서 패티 김도 이 노래를 많이 부르게 되었다는데.
타고난 보컬이었다. 어린시절 이미 국악을 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고, 대학 새내기가 되어 지인의 소개로 무작정 찾아간 신중현의 사무실에서도 단 한 번의 오디션으로 OK사인을 받아내기도 했었다. 신중현의 밴드인 뉴덩키스의 보컬로써 창과 사이케델릭을 버무린 듯한 새로운 시도를 들고 나왔을 때 그 가장 앞에는 미모의 여대생 김추자가 있었다. 판소리의 그것처럼 시원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김추자의 목소리는 이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기계체조선수였던 그녀의 타고난 리듬감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춤사위가 뭇 남성을 매료시켜 버렸다. 어쩌면 대한민국 최초의 댄스가수일 것이다. 짜여진 안무가 아니라 리듬을 타며 몸을 움직이던. 그로 인해 간첩과 접선하는 신호네 뭐네 하며 중앙정보부까지 끌려가고 했었지만.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는 헤프닝이었다. 사실 중앙정보부 행사에 나와 노래를 불러달라는 것을 거절한 것이 그 실제 이유였다. 그녀에게 씌워진 괘씸죄가 간첩의 혐의가 되었고 그녀로 하여금 중앙정보부의 조사까지 받도록 만든 것이었다. 그것도 유명세라면 유명세라 할 밖에.
드라마 주제가로 만든 노래였지만 드라마와는 별개로 오래도록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며 애창되어진 노래였다. 얼마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신중현 작사, 작곡. 국악과 사이케델릭, 블루스와 록의 접목을 꾸준히 시도했던 신중현의 역작이다. 가사는 원래 드라마의 작가가 써 준 것을 토대로 노래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라 한다. 그것으로 재판에 들어가서 결국 2천 만원인가 물어주고 했을 것이다. 애매하기는 하지만 역시 신중현 작사작곡의 신중현의 노래다. 김추자가 노래했고.
저 아래는 처음 들었던 조관우 버전. 조관우 버전도 좋다. 한결 가녀리게 흐느끼며 솔직한 감정을 토로한다. 시대가 그만큼 바뀌었다는 뜻일 게다. 관조하듯 슬픔을 삭이는 그런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추자의 노래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인지도. 현역시절을 직접 보지 못해 가장 아쉬워하는 가수다. 아마 80년대 중반 결혼과 동시에 은퇴했으니 한두번 정도는 TV를 통해 보았을까? 기억할 수 있으면 정말 좋으련만.
아무튼 당시 이 노래가 크게 히트하며 짓궂은 가사바꾸기가 유행했었다는데,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를 "마음 주고, 몸도 주고, 꿈도 주고"로 바꿔 부르는 것이다. 누구로부터 들은 것인지 나 역시 가끔 노래방에서 부를 때면 그렇게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하는데. 하여튼 이제는 나이 지긋한 어른이 되었을 당시 남자들도 노는 건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귀엽기도 하고. 피해는 물론 내가 본다. 엄하게도.
신중현의 음악에는 신중현만의 독특한 감수성이 있다. 블루스도 아니고 록도 아니고 국악도 아닌, 그가 추구하는 사이케델릭 너머의 무언가.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해내던 보컬 김추자. 이후 김정미가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역대 최고의 여성보컬. 주관적이다. 문득 생각한다. 듣게 된다.
'오래된 음악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진 - 빈잔... (0) | 2011.05.08 |
---|---|
심수봉 - 그때 그 사람... (0) | 2011.05.08 |
윤수일 - 사랑만은 않겠어요... (0) | 2011.04.25 |
이정희 - 그대여... (0) | 2011.04.16 |
휘성 - 회상... (0) | 2011.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