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맨스타운 - 막장과 신선함의 경계에서...

까칠부 2011. 5. 12. 10:20

아마 이런 것을 막장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딸 등록금에 심지어 셋방 보증금까지 가져다 도박에 쏟아 붓고, 또 다른 아버지는 자기가 바람피워 낳은 아이를 아들이 낳은 아이라며 뒤집어씌운다. 마치 정상적인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그것이 이 드라마가 의도하는 바일 것이다. 트로피 사모님 서윤주(양정아 분)가 말한 그대로, 가정관리사라 부르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들은 식모다. 귀한 손을 대신해서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집안의 부속품들. 그래서 오히려 그녀들 앞에 멋드러진 저택에 사는 사람들은 적나라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보인다.

 

조강지처를 버리고 젊은 여자와 재혼하며 자신의 실수를 아들에게 떠넘기는 남자 강태원(이재용 분)과 단지 강태원의 돈을 사랑할 뿐인 그의 아내 서윤주(양정아 분), 장치국(이정길 분)은 본처와 첩을 한 집에 거느리고 살고 있고, 황용(조성하 분)은 전직 깡패 출신의 사채업자다. 그에 비하면 식모들이란 가난한 외국인 소녀가장에, 이혼녀, 가출소녀, 오갈 데 없는 외로운 처지까지, 노순금(성유리 분) 역시 외증조할머니부터 외할머니에 어머니까지 벌써 노순금까지 4대째 식모를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독스런 가난의 굴레가 마치 운명처럼 그녀를 식모로 내몬 것이다.

 

모든 것을 가졌기에 - 혹은 가지기 위해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잃고 일그러진 삶을 살아야 하는 저택의 주인들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기에 역시나 일그러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식모들의 삶의 유전과, 다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있어 그같은 주제들을 제대로 첨예하게 다루려 한다면 너무 무겁고 우울할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 아니 코미디는 즐겁고 유쾌해야 한다.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는 다른 드라마에 맡겨도 좋을 것이다.

 

아마도 뚜 자르 린이 들고 있고, 노순금이 그날따라 유난히 한 장을 더 사 들고 들어간 로또에 답이 있지 않을까? 꿈조차 아버지가 소독차를 몰고 따라오라고 하는 꿈이었다. 노순금에게 소독차란 어려서 가난마저 소독해 줄 것이라 믿던 구원의 대상이었다. 도박에 미쳐 사는 아버지의 일확천금과 가난을 소독해 줄 소독차의 존재. 그리고 로또를 사면서 꺼내 든 어머니의 사진. 가게 유리문 밖에는 마침 강건우까지 서 있다. 모든 조건은 갖춰졌다. 아니면 노순금은 흔하디 흔한 신분과 계급의 벽을 뛰어넘어 주인집 아들과 어려운 사랑을 일구어가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벗어나지 못한다. 잘 해 봐야 신데렐라다. 역시 우울하기 딱 좋은 내용이다.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아무튼 보는 사람마저 우울해지기 딱 좋은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신사납다 할 정도로 유쾌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주인공 노순금의 캐릭터 덕분일 것이다. 어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그녀는 주눅들거나 주저앉지 않는다. 울고 화내고 소리치고 악을 쓰다가도 끝내 긍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동안 줄곧 연기력 부족을 지적받아 온 성유리가 비로소 배우의 얼굴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목소리에 힘이 붙고,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어느새 노순금 자신이 되어 있었다. 아마 성유리의 필모그라피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물론 그같은 캐릭터를 창조해 낸 작가의 역량이기도 하다.

 

아쉽다면 첫회라고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일 것이다. 산만했다. 어수선했다. 정리가 되지 않았다. 보고 나서도 무엇을 보았는지. 보여지는 것만을 그 안에서 보고 듣고 판단하기를 즐기는 필자로서 공식홈페이지의 도움을 받아가며 드라마의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는 상황이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다 확실한 것을 보여주는 쪽으로 선택을 바꿨으면 어땠을까?

 

사실은 상당히 불안하다. 일단 설정부터가 막장에 가까운 데다가 자칫 너무 심각해지기 쉬운 설정이다. 막장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지나치게 심각해지거나 진지해지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오늘 보인 만큼만 성유리가 노순금을 연기해 낼 수 있다면, 그러면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드라마로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막장스럽기는 하지만 설정 자체가 참신한데다 앞으로 기대할 만한 부분들이 많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는가.

 

로맨틱 코미디의 전성시대다. <동안미녀>에서부터 <최고의 사랑><내게 거짓말을 해봐>, 그리고 바로 이 <로맨스 타운>까지. 역시 <시크릿 가든>의 성공이 컸던 때문일까? 전혀 다른 개성과 색깔을 지닌 로맨틱 코미디로 인해 골라보는 재미가 생겼다. 다만 그렇더라도 일주일에 무려 네 편이나 되는 드라마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도 질리기 쉬운 조건이 아닐까. 피로함을 느끼고 있다. 일주일새 로맨틱코미디 리뷰만 네 개. 그런데 하물며.

 

그다지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었다. 성유리는 아직까지는 그다지 신뢰할 수 있는 배우의 이름이 아니었다. 제작과정에서의 여러 잡음들도 그다지 보기에 좋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역시 드라마는 직접 보고 나서 말하는 것이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드라마였다. 지켜보고 싶어졌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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