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농담처럼 말한다.
“네가 첫사랑이야!”
그러면 그 동안 사귄 사람들은 무엇인가?
“오로지 너만이 진짜야!”
독고진(차승원 분)의 나이가 아마 최소 30대 중반은 넘어섰을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가슴 설레는 사랑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일까?
그래서 사랑은 운명이라는 것이다. 기적인 것이다. 그 동안에도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사귀었던 사람도 있었다. 강세리(유인나 분) 역시 독고진과 사귀던 사이로 소속사에 의해 아직까지 공식커플로 남아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처음이란다.
하긴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알고 보니 독고진은 심장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후로 심박계를 손목에 차고 다니며 심박수를 체크하고 있었던 거이었다. 지금의 심장으로 그같은 반응은 처음이었다는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 생경한 느낌에 놀라고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마치 사춘기 소년의 그것과도 같다. 일찍 결혼만 했으면 그 또래의 아들이 있을 텐데도.
그것이 귀여운 것이다. 차승원이기에 가능한 캐릭터일 것이다. 키 크고 잘생겼다. 유능한데다 성격까지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마치 아이처럼 해맑은 허술한 구석이 있다. 하필이면 그런 약점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
Only You. 가장 상투적이면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단어일 것이다. 오직 당신만을. 당신에 의해서만. 운명일 테니까. 기적일 테니까. 일생에 단 한 사람. 아니 전생과 후생을 통틀어 단 한 사람. 그만이 나를 바꾼다. 나를 바뀌게 한다. 솔직한 나를 드러내게 한다.
너무나 뻔한 설정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그렇게 제멋대로에 까칠하기만 한 누군가가, 그러나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돌변한다. 하나의 거대한 인간개조 프로젝트랄까?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의 여러 유형 가운데 하나가 말괄량이 길들이기다. 한 번 구제불능인 인간을 사람 만들어 보자. 바로 사랑 앞에 솔직해지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마 판타지일 것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그러나 진실한 사랑은 이번 한 번 뿐이다. 바로 지금의 사랑이야 말로 유일한 첫사랑일 것이다. 뻔하게 기분 좋으라 하는 거짓말이든, 아니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든. 내가 상대에게, 상대가 나에게 유일한 누군가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운명이고 기적인 것이다. 마치 알에서 깨어나듯. 비로소 아이가 세상에 나오듯.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 빠져들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만을 위해서. 내 앞에서만은. 이제까지는 모두 가짜이고 거짓이었고 나만이 진실이다. 그러나 현실에 독고진 같은 순수한 사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지만. 물론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다. 순수해야 하는 드라마다.
아무튼 그래서 놀라운 것이다. 차승원 말고 누가 있을까? 이렇게 잘났으면서도 허술한 남자를 연기해 보일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대단해 보이면서도 이렇게도 빈틈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순수한 남자의 연기를. 그러면서도 허세와 위악을 떨어야 한다. 어느새 솔직해졌기에 솔직해질 수 없는 모순을 드러내 보인다.
공효진의 연기는 어쩌면 <파스타>의 답습이다. 항상 순수하고 성실하기에 그런 만큼 손해를 보고 마는. 그러나 여전히 기운차고 활기차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상대는 최현욱이 아닌 독고진이다. 한결 순수하고 해맑고 천진한. 거기에서 구애정의 캐릭터와 드라마의 색깔이 드러나게 된다. 연예계라는 배경도 한 몫 한다. 연예계 종사자들이 연기하는 연예계라고 하는 가상의 현실이 훌륭한 무대가 되어 준다.
그래서 독고진의 반대편에 선 인물이 윤필주(윤계상)인 것이다. 마치 사춘기 소년처럼 격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독고진과는 달리 윤필주는 어른의 사랑을 한다. 오해와 우연으로 처음 만나고, 그 존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관심이 호감으로 이어지고. 윤필주는 또한 독고진과는 다르게 위선적인 인물이다. 착하고 성실하고 관대하다. 좋은 남자다. 과연 윤필주란 독고진의 사랑을 확인해주는 역할로만 등장하게 될까?
아쉽다면 악역이어야 할 강세리를 연기하는 유인나의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목소리가 너무 가늘고 얕다. 충분히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단지 어린아이가 짜증을 부리고 투정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다. 유인나가 확실하게 공효진과 대척점에 있어 주어야 드라마에도 긴장이라는 것이 붙을 텐데. 지금으로서는 그저 일방적인 관계가 되기 쉽다. 그에 비하면 윤계상의 연기는 충분히 독고진을 떠받칠 만하다.
그동안 아이돌 출신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흥행과는 크게 인연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윤계상 역시 필모그라피에 흥행배우로서의 이력을 더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연기도 훌륭하고 배역도 좋다. 남은 것은 드라마의 성공인데.
독고진의 하루미(한빛효영 분)와 장실장(장만식 분)에 대한 심술이 유쾌하고 즐거웠다. 제니(이희진 분)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한의원에서 스폰서로 오해했던 상대인 윤필주를 만나고 당황해하는 구애정 역시. 다만 여기서 끝나면 좋은데 극중 연애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커플메이킹’에의 출연여부를 두고 다시 한 번 윤필주와 구애정의 관계를 틀어보려 한 시도는 사족에 가까웠다. 실제 거의 의미가 없었다.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었다.
한류배우 독고진의 뒤늦은 첫사랑을 축하하며. 무심한 구애정에 대한 짝사랑을 동정한다. 윤필주와의 삼각관계는 즐겁다. 강세리와의 갈등관계가 그래서 많이 아쉽다. 유인나가 아쉽다.
기대했던 대로였다. 다시 두 개의 로맨틱 코미디가 월화와 수목에 새로 시작하고 있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최고의 사랑>이 최고 아니겠는가. 출발이 좋다. 완성도가 높다.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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