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 리플리 - 이다해는 아름답다!

까칠부 2011. 5. 31. 08:35

처음 드라마를 보며 든 생각은 한가지였다.

 

"이다해, 정말 예쁘다!"

 

원래 아름다운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여배우들 가운데서도 그녀는 상당히 특별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상처투성이가 되어서도 결코 자기를 놓지 않으려는 그 도도함과 당당함이라니.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예쁘다.

 

면접을 보러 갔다가 하마트면 성추행을 당할 뻔하고, 그러고서도 당장의 불리함과 약점을 빌미로 모욕까지 당하고 나왔을 때, 그러나 그녀는 바로 문앞에서 들고 나온 구두를 내려 신고 옷차림을 단정히 한다. 그리고는 몸을 벌벌 떨며 눈에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누구보다 오만하고 당당하게 걷는다. 그녀가 눈물을 흘린 것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화장실에서 거울 앞에 혼자 섰을 때 비로소 그녀는 울 수 있었다. 그 처절한 자존심이 사람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하긴 상처투성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상처를 입으면 죽는다. 여기서 더 다치고 피를 흘리면 다시는 자기로써 살아갈 수 없다. 자신을 짓누르는 삶에 대해 굴종하며 받아들이기보다 거스르려 한다.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상처입은 짐승은 사납다. 그녀의 야성을 본 것일 게다. 아름답고 당당한 가운데 결코 굽히지 않으려는 야수를 본 것이다.

 

아무튼 드라마의 시작은 무척 좋았다. 어려서 어머니로부터는 버림받고, 아버지는 일찌감치 돌아가시고, 고아원에서 고아라며 차별과 놀림을 받다가 어떻게 양부모와 살게 되었으나 그조차 양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술집에서 호스티스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녀가 불고 있던 피리는 그녀의 채 꽃피우지 못한 꿈이었을까? 호스티스 생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한국으로 가기 위해 그녀는 불을 지르고 히라야마로부터 도망친다. 절망의 끝에까지 떨어졌던, 그러나 그 절망에 지지 않으려는 여자의 모습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한 편으로 자신의 손톱에 감탄하는 아이에게 지어 보이는 웃음은 순수하다.

 

질척이면서도 그녀의 웃음과 같은 희망이 있다. 그녀가 머물던 뒷골목처럼 암울하고 악취가 풍기면서도 히라야마를 노려보던 그녀의 그렁이던 눈빛과 같이 그에 지지 않으려는 의지와 용기가 있다. 차라리 맞서 때리고 팔을 꺾고 주스를 끼얹는다. 불을 지르고 거짓말을 한다. 위험하지만 그만큼 매혹되는 향기가 있다. 남자든 여자든 그늘이 있을 때 더 아름답고 매력이 있다. 그녀는 어쩌면 각박한 현대사회의 앤이고 캔디인지도 모르겠다.

 

유타카(박유천 분)가 한 눈에 그녀에게 매료되고 만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여성의 향기는 남자를 매료시킨다. 아직은 순진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유타카가 그녀의 성숙한 매력을 벗어나기란 힘들 것이다. 그리고 역시 자기만의 상처와 그늘을 안고 있는 어른, 호텔의 총지배인 장명훈(김승우 분)은 그녀에게 머물 수 있는 그늘을 제공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순수한 소년과 세상을 아는 중년의 어른과, 하필 장미리가 울고 있던 그 순간 아내 이귀연(황지현 분)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던 장명훈의 모습은 상처를 안고 상처를 견디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외로운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을 필요로 한다.

 

첫회의 내용은 거의 주인공 장미리(이다해 분)에 대한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장미리란 여자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과거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려 하는가.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운명에 끼어들려 하는 유타카(=송유현)과 장명훈, 여기에 장미리의 어렸을 적 친구인 문희주(강혜정 분)의 작은 조각들이 더해지면서. 여러차례 면접에서 떨어지고 수모까지 당하며 절망하고 있을 때, 마치 눈물과도 같이 내리는 빗속에서 우연히 부딪힌 장명훈으로부터 일자리를 제의받고 필연처럼 내뱉은 한 마디로 동경대 졸업생이 된다. 이제 재료를 준비했으니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부터나 시작하겠지.

 

아무튼 새삼 확인한 것이, 드라마에서 배우의 매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대단한가. 호스티스 시절의 퇴폐적인 모습도, 아이 앞에서 순수하게 미소짓던 모습도, 상처입은 짐승이 되어 거칠게 쏘아붙이던 모습도, 그리고 상처를 입고 눈물을 흘리던 모습도, 무엇보다 그런 순간에조차 당당하려던 모습들이. 역시 남자라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가 매력적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순간 그 상황에 그녀에게 무엇보다 가장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형의 아름다움이 아닌 살아있는 아름다움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홍수 가운데 간만에 제대로 진지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났다. 배우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면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고 있고. 무엇보다 스산하도록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단지 느낌만이 아니었으면.

 

기대하게 되는 드라마다. 역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장미리 역의 이다해. 물론 이미 인기배우이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그럴 수 있기를. 시작이 전부가 아님을 오늘을 기다린다. 재미있으리라.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