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청춘 - 벅(BUCK)
이렇다할 빽도 비젼도 지금 당장은 없고 젊은 것 빼면
시체지만 난 꿈이 있어 먼 훗날 내 덕에 호강할 너의
모습 그려봐 밑져야 본전 아니겠니 니 인생 걸어보렴
용하다는 도사 그렇게 열나게 찾아다닐 것 없어 두고봐
이제부터 모든 게 원대로 뜻대로 맘대로 잘 풀릴걸
속는 셈치고 날 믿고 따라 줘 니가 보는 지금의 나의 모습
그게 전부는 아니야 멀지않아 열릴거야 나의 전성시대
대... 갈 길이 멀기에 서글픈 나는 지금 맨발의 청춘
나 하지만 여기서 멈추진 않을거야 간다 와다다다다
그저 넌 내 곁에 머문 채 나를 지켜보면 돼
나 언젠간 너의 앞에 이 세상을 전부 가져다 줄꺼야
기 죽지 않아 지금은 남들보다 못해도 급할 건 없어
모든 일엔 때가 있는 법
성공한 내 모습 그려보니 흐뭇해 그날까지 참는거야
나의 꿈을 위해 길고 짧은 건 대봐야지 지금은 비록
내가 보잘것없지만 나도 하면 돼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벌써 포기는 왜 해 그렇다면 이건 사랑도 아냐
오직 믿는 건 배짱뿐 가진 것 하나 없이 폼잰다지만
나 젖 먹던 힘 다해 내 꿈을 이룰거야 간다 와다다다...
어차피 인생은 한판의 멋진 도박과 같은 것 자 맨발에
땀나도록 뛰는 거야 내 청춘을 위하여 !
가사 출처 : Daum뮤직
사실 이 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 당시 보고 들은 것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그러나 그것이 지금까지 기억할만한 것이 못되어서. 1집은 망했고, 이게 2집, 3집이 나온 것 같기는 한데... 한 곡 기적같이 히트시키고 사라진 찰라의 전설이라 할 만하다.
당시 노래를 홍보하기를 서태지의 수시아보다 더 빠르다. 이제까지 나온 한국의 대중음악 가운데 가장 빠르다. 하지만 그보다는 노래 이면에 깔린 처연한 특유의 뽕끼가 더 먹히지 않았을까. 빠른 비트에 흥겨운 멜로디, 청승맞으면서도 어쩐지 공감가는 매우 직설적인 가사. 더구나 그때 내가 무척 힘들던 때라. 막연한 꿈은 있는데 그것이 이루어지리라는 기약도 없이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이었다. 힘이 나는 응원가였다.
아마 그래서 노래도 히트했으리라. 절로 어깨가 으쓱거리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두고 보자. 언젠가는. 그런데 또 다르게 보자면 노래가 딱 일확천금이다. 괜히 꿈만 크게. 허황된 바람만 들어서. 하지만 당시는 또 그런 게 젊음이기도 했으니까. IMF가 참 많은 걸 가져가 버렸다.
그때는 그런 게 있었다. 꿈을 꾸는 게 허용되었다. 70년대의 고도성장기를 지나 80대를 거치며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체화하며 자란 세대들은, 80년대말 민주화의 바람과 함께 그야말로 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무엇이든 될 것이다. 그렇게 막연한 낙관적 기대만으로. 그런 것이 허락되었다. 아직 스펙쌓기에 매달리기 전, 무엇을 하든 무엇을 꿈꾸든 젊음의 특권으로 허락되던 시절이었다. 그런 만큼 청년을 대상으로 한 대중문화 역시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풍요로웠다.
2000년대 이후와 1990년대를 나누는 기점이다. IMF로 인해 비관과 절망을 배우면서, 비정규직의 증가와 청년실업의 확대로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되면서, 더 이상 청년들도 전처럼 여유를 가지고 문화를 즐길 수 없게 되었다. 거의 쫓기듯 현실로 내달려야 하는 그들에게 더 이상 음악이란 스스로 자기의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 아닌 단지 주어진 것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능동성이 사라지면서 미디어는 이제 개인의 음악적 취향까지 지배하게 되었다. 아이돌의 등장이다.
아마 <나는 가수다>는 그 상징과 같은 프로그램일 것이다. 각박한 현실에 누가 한가하게 음악이나 찾아듣고 하겠는가. 보이면 보고 들리면 들린다. 기왕이면 서바이벌이 자극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여전히 음반도 내고 공연도 하는 현역들임에도 마치 신인처럼 열광적인 반응을 대하게 되었다. 오죽하면 임재범의 11년전 앨범이 가요순위차트에 오르고 있었겠는가.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이 노래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그 시절 뜨겁게 불사르던 열정이 떠올라서일까? 아니면 그런 낙천이 허용되던 풍요의 시대에 대한 향수일까? 무엇을 하든 먹고 사는 것이야 어떻게 안 되겠느냐? 그런 말이 허락되어지던 그 시절에 대한. 과연 벅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지. 3집은 나왔었는지.
문득 생각난 노래다. 노래방을 지나치는데 누군가 목이 터져라 부르고 있더라. 나 역시 노래를 골라 있는 힘껏 불러대고 말았다. 그 시절의 절규를 떠올리며. 힘들지만 믿었던 낙관과 긍정을 떠올리며. 어느새 시간은 이렇게나 흐르고, 단지 노래는 추억으로써만 불려지게 되었다. 기억에 의지해.
아티스트는 잊혀져도 노래는 남는다. 아티스트는 사라지더라도 노래는 기억과 함께 남는다. 대중문화란 시대와 함께 하는 까닭이다. 대중문화의 수용자가 바로 그 대중이다. 풍요의 시대와 그리고 경쟁의 시대. 살기 위해 더욱 각박해지고 치열해져야 하는 시대. 아이돌은 위안이 되었을까? 시대는 그렇게 흐른다.
그나저나 확실히 벅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굳이 찾아보지 않아 당장 벅의 멤버가 누구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 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터보 등 당시 이인조 팀들도 제법 인기였다.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과 아티스트가 공존하던 시대였다. 그 한 지점에 그들이 있었다. 때로는 그리움으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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