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답게 사는 법 - 김영배
오줌싸지않기 늦잠자기않기
남자답게그렇게 말썽피지않기
허풍떨지않기 남자답게그렇게
크게 한번 웃어봐 멀리 앞을 바라봐
나혼자이면 어때하고 생각해 남자답게 그렇게
술마시지 않기 방황하지 않기 다짐했던 나지만
앞에가는 연인 너무 다정해서 내마음이 흔들려
나에게도 한때 사랑했던 여인 추억들도 많지만
내곁에서 이미 떠난간지 오래야
지금 이시간 내가 슬퍼한다고 해도
누구하나 위로해줄 사람 없잖아
앞만보고 걸어가 멀리앞을 바라봐
내모습이 성공으로 빛날때 사랑해도 늦지 않아
가사 출처 : Daum뮤직
아마 이때가 한석규, 최민식, 채시라 주연의 MBC주말드라마 <서울의 달>로 김영배가 상당한 유명세를 누리던 무렵이었을 것이다. 바로 최근 <공주의 남자>에서 젊은 내관으로 나오는 그 아저씨다. 아마 김용건에게 춤을 배우던 새끼제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연히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매주 주말드라마를 챙겨볼만한 상황이 안 되었다.
어쨌거나 제대로 드라마 하나 잘 만난 덕에 김영배는 상당한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음반까지 내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게 되었으니, 그때 김영배가 들고 나온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이 바로 이 노래였다. 찌질한 남자의 한심스런 허세송. 작사가 이건우였을 텐데 김영배의 캐릭터와도 꽤 어울려 적잖이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뽕끼 적절한 친숙한 구수한 멜로디는 김범룡 작품이다.
하여튼 원래 남자란 동물이 그런 터라. 소심하고 비겁하고 한심하고 나약한 주제에 그렇게 남 눈치는 본다. 대범해야 하고 용감해야 하고 대단해야 하고 강인해야 하고... 그리고 그것이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그렇지 못하다는 자괴감. 노래는 바로 그런 심리를 직설적으로 아주 잘 담아내고 있다. 사람이라는 게 헤어지고 났으면 울기도 하고 방황도 하고 술도 마시고 하는 것인데 그조차 못하겠다. 그러고 보면 젝스키스가 부른 '폼생폼사'와도 닮은 부분이 많다.
인트로의 어린아이 목소리로 들려주는 '오줌싸지 않기'와 같은 가사는 이후의 김영배의 목소리로 읊조리는 '술마시지 않기'와 완벽한 대구를 이룬다. 아이의 다짐이라는 것이 그렇다. 다시는 오줌싸지 않는다고 늦잠자지 않는다고 아무리 다짐하고 약속해봐야 그때 뿐이다. 그래서 아이다. 당장은 그러마고 당당하게 다짐도 하고 약속도 해 보지만 금새 잊고 말썽을 피우고 만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술도 마시지 않고, 방황도 하지 않고, 그러나 그런 다짐들은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에 금새 흔들리고 만다. 채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술을 부른다.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추억의 편린들이 자꾸 어디론가 떠돌게 만든다.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위로받으려 하지 않을 뿐이다. 과연 누군가는 위로한다고 해 주지만 남자의 허세에 그것이 그저 선의의 위로로만 받아들여질까?
금새 흔들리는 다짐이고 약속임에도. 잠시 아차하면 바로 어기고 말 다짐이고 약속일 터임에도.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가슴은 눈물로 가득 차 있다. 이대로 술이라도 진탕 마시고 어디론가 가서 하소연하며 펑펑 울어 볼수만 있다면. 아무데고 발길 가는대로 부딪히며 한 번 제대로 망가져라도 보았으면. 자학이란 지극한 자기애적 표현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조차 남자는 그러면 안 된다.
하기는 어려서도 부모님은 말한다. 남자가. 남자가 되어서. 그래서 인트로의 가사는 아이 목소리로 불려지는 것이다. 남자답게 그렇게. 그리고 부모가 강요하듯 들려준 그 말은 이제 어른이 되어 남자가 자신을 타이르는 말이 된다. 남자이기에. 남자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기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기에.
누구나 그런 기억이 있지 않을까? 남자라면 어려서 한 번 저렇게 허세 아닌 허세를 부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더 한심하고 찌질한 모습인 것도 모르고. 돌아보면 부끄러울 뿐이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사소한데 목숨 걸고 그랬을까? 사랑했고 그래서 헤어졌으니 슬프다. 슬프면 슬픈대로 받아들이고 아프면 아픈대로 인정한다. 하지만 남자다.
그 시절 자주 부르던 노래다. 이 노래는 이후 젝스키스의 '폼생폼사'로 바뀌고 만다. 어릴 때는 누구나 남자란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것이라 믿고 싶던 시절이 있기 때문에. 자꾸 약해지려 할수록 그렇게 남자라는 사실에 기대게 된다. 김영배의 '남자답게 사는 법'과 젝스키스의 '폼생폼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그것이다. 결국은 그것이 남자라는 동물이다.
김영배가 불러 이만큼 성공했을 것이다. 당시 김영배의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노래였다. 그리고 그 무렵 나와도 상당히 맞아 떨어지는 노래였다. 그래서 노래방에서 많이도 불렀다. 김기하의 '나만의 방식'과 김영배의 '남자답게 사는 법', 그리고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자꾸 약해지려던 시절 나를 위로해주던 노래였다. 멜로디도 구수하고 친숙하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죽을 때가 된 모양이다. 자꾸 옛날 노래가 떠오르니. 노래와 더불어 그 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그랬었거니. 지나고 나면 사실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는데 그때는 그리도 비장했었다. 그리고 돌이키건대 그때 그리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한심하게 찌질거리던 기억이 노래와 함께 떠오른다. 그때는 그랬었다. 웃는다. 웃을 수 있다. 이제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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