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 역시 김신영이 구멍이었다...

멤버는 찐빵 파는 팀이 훨씬 좋았다. 써니와 구하라, 확실한 웃음을 주는 두 멤버와 가장 웃기는 김신영, 효민과 남희석이야 뭐... 그러나 재미는 나무하는 팀이 더 있었다. 왜? 관계라는 게 있었거든.

 

굳이 개인기에 의지할 필요 없었다. 현아는 징징거리기만 하면 되고, 나르샤는 맏언니로 마음껏 주책을 부리면 되고, 선화와 유리는 김태우를 가운데 두고 신경전 벌이는 것으로 충분하고, 김태우를 중심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기대도 있고 그 기대를 충족하는 재미도 있다. 자장면 먹는 장면은 과연 필요했던가 싶을 정도로 오버하는 게 있었지만 역시 각자의 캐릭터에 맞는 활약은 꽤 쏠쏠한 재미를 주었다. 일도 또 열심히 했으니 지켜보는 기특함도 있었고. 특히 현아는 귀여웠다.

 

반면 찐빵 파는 팀은 개인기와 꽁트 말고는 한 게 없었다. 같은 꽁트라도 나무하는 팀이 자연스런 관계에서 나오는 시트콤이라면 김신영팀이 한 것은 맥을 끊는 뜬금없는 꽁트였다. 정말 맥 끊더라. 순간 도대체 뭐 하는가 싶어 확 텔레비전 창을 내려버렸을 정도로.

 

항상 그렇다. 김신영의 진행이란. 아니 진행인가? 어디 토크쇼 나와서 개인기 하는 게 아니고? 라디오에서 게스트 불러놓고 노닥거리는 게 아니라? 이쯤 되면 슬슬 캐릭터를 부여했으면 서로의 관계 쯤은 나와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특정 멤버와 밀착해 어울리는 건 좋은데, 김태우가 하는 것처럼 뭔가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뭐라도 기대를 하며 볼 것 아닌가 말이다. 결국 오늘도 분량이란 앞서 말한 밑도끝도 없는 꽁트 말고는 써니와 구하라의 개인플레이 뿐이었다. 참으로 썰렁한...

 

재미는 있었다. 분명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역시 김신영의 한계를 확인하고 만 - 사실은 전부터 그 부분에 신경이 쓰였었다. 김태우는 그래도 이 사람 저 사람 집적거리며 뭐라도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김신영은 노닥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않고 있으니. 기껏해야 기존의 캐릭터를 강조하고 개인기를 반복하는 것 뿐이다. 이래서야 그래도 리얼버라이어티인데 뭐가 제대로 될까?

 

덕분에 그나마 김신영이랑 곧잘 콤비를 이루는 써니를 제외하고는 함께 어울려 다니는 구하라가 아직 캐릭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늘처럼 오로지 개인플레이로만 웃음을 주고 말 뿐. 그나마도 없으면 병풍으로 전락하고. 오늘처럼 아예 분량조차 나오지 않고. 과연 MC라는 게 뭐하는 역할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를.

 

그리고 남희석... 하아... 그래도 좋게 보았는데 진짜 하는 것 없다. 도대체 문제 내는 것 말고 한 게 뭐가 있는가? 김신영이 삽질하고 있으면 남희석이라도 나서서 뭔가 정리를 해주었어야 했는데. 써니와 구하라 사이에 뭐라도 설정이라도 만들어서 관계를 유도하거나. 하는 것도 없고.. 하긴 그나마 아무것도 않는 쪽이 김신영보다는 나았다. 정말 이렇게 프로그램 못 살리는 MC도 드물 듯.

 

아무튼 지난회차보다 꽤나 더 냉정하게 보게 되었다. 계기는 역시 김신영. 한참 김태우 팀 재미있게 보고 있는게 그 밑도끝도 없는 맥을 끊는 꽁트라니. 리얼이란 말이다. 꽁트가 아니라. 그나마 구하라의 범죄리스트가 하나 추가되면서 분위기가 살았지. 역시 써니와 구하라의 예능감은 좋았다. 써니와 구하라에 맞춰 열심히 조역이라도 맡으려는 효민의 플레이도 좋았고. 나라면 진짜 김신영부터 자르거나 바꾼다. 누구를 갖다놔도 저 멤버로 저렇게까지밖에 못 살릴까?

 

청춘불패는 꽁트코미디프로그램이 아닌 리얼버라이어티임을 명심하고, 심심타파나 상상플러스와는 달리 일회용 게스트가 아닌 장기고정멤버들을 가지고 하는 프로그램임을 상기하고, 좀 답게 만들기를. 프로그램을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김신영에게 부여된 숙제일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 MC로서의.

 

지금까지의 드러난 문제점들이 제작진의 문제인지, 아니면 김신영 개인의 문제인지, 결국 그것이 문제임을 보여준 회차였다. 훨씬  더 좋은 멤버로 그만한 분량밖에 뽑아내지 못한 김신영과 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재미를 보여준 김태우와, 또 남희석과 노촌장의 역할과,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도.

 

어쨌거나 그건 그렇고 그래도 나름 재미있었던 이번 회차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라면 유치개그가 안 나왔다는 것일 게다. 확실히 그런 건 오래 할 게 못된다. 방송 오래 할 거면 그런 건 적당히 하고 끊는 게 낫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맥을 끊는 역할이었는데. 구하라 귀여운 맛에 보기는 했지만 확실히 흐름을 끊는 게 있었다. 덕분에 구하라와 현아가 스승고 제자 관계로 엮여졌으니 아주 의미는 없지 않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선화, 설정이냐? 리얼이냐? 설정이라기에는 연기가 너무 리얼하고, 리얼이라기에는 이게 너무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이렇게까지 멍청한... 이 아니구나. 예전 마야를 매우 잘 다루던 여자 하나가 정작 파일 압축하고 푸는 법을 몰라 황당해 한 적도 있으니까. 사람마다 또 잘하는 게 다를 수 있는 거다. 아무튼 웃겼다. 묘하게 매력이 있는게, 지켜볼만한 가치는 있겠다.

 

또 하나 유리의 요가교실에 대해서도... 이제야 왜 굳이 애써 그런 걸 넣었는지 알겠다. 만만하게 분량 뽑으려면 이거 괜찮겠더라. 묘하기 남성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모습이나 자세들이 많아서. 생각도 못했는데 어느 게시판에 그런 글들이 올라온다. 묘하더라고. 참 야릇하더라고. 하긴 정말 예쁘고 잘빠진 걸그룹 멤버들이니.

 

아마 그 때문 아닐까? 기왕에 여자아이돌 데려다 리얼도 찍고 하는데 기껏 밤늦게 방송을 지켜보는 남자 시청자들에게 서비스라도 해야지. 그런 의도에서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 말고는... 끝나는 타이밍을 잡지 못해 끝까지 다 지켜보아야 했었다. 워낙 그런 맥락없는 몸개그를 싫어하는 터라.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그냥 보여주니까 지켜보는 수준이니. 차라리 졸려 죽는 줄 알았다.

 

아무튼 나는 진짜 맥 끊는 것 진짜 싫어한다. 웃기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걸 좋아한다. 전체적인 조화와 흐름속에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걸 좋아하지 맥락없이 우왁스레 밀어붙이는 웃음은 영... 오히려 짜증만 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 아마 김신영에 대한 호감들이 많을텐데, 그러나 내게는 전혀 탐탁찮은 이유다.

 

김신영은 조금 더 MC로서의 자각을 가져주었으면. 청춘불패가 오래 가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조건일 것이다. 다 좋은데 그것 하나가 구멍이다.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나로서는.

 

 

덧) 그나저나 마지막에 나온 다음주 예고... 간만에 기대되었다. 바야흐로 크리스마스라 제대로 아이돌버라이어티를 하려는 모양인데, 기껏 걸그룹 최강의 멤버를 모아놓고 가끔은 이런 것도 있어야 재미일 것이다. 춤에 개인기에 게임에 제대로 재롱잔치가 될 것 같은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