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왜 관계인가?

까칠부 2009. 12. 19. 06:18

예를 들어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시킨다.

 

"네가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렴!"

 

참 막막하다. 그리는 아이나, 그것을 판단해야 할 입장에서나.

 

반면,

 

"엄마를 그려볼래?"

 

아이도 편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입장도 편하다. 아이는 괜히 뭘 그릴까로 고민할 시간에 그림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 평가하는 입장에서도 단지 엄마의 얼굴과 그림만 비교하면 될 것이다.

 

당장 멘트를 던져야 한다. 어떻게 던져야 할까? 그러나 눈앞의 저 사람과 러브라인이 형성되어 있다면? 또 다른 멤버와는 라이벌 관계고. 선택지는 좁아지고 집중도는 높아진다. 여기서 이렇게 던지면 되겠구나...

 

더구나 혼자 던지는 게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관계에 의해 리액션이 나온다. A가 한 마디 던지면 자기 역할에 맞게 B가 그것을 받아 던지고, C도 어느새 끼어들어 한 마디 던지고, 그러면서 어쩌면 별 재미가 없었을 멘트마저 관계 속에 살아나게 된다.

 

출연자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 듣는 입장에서도 그렇다. 둘이 러브라인이다. 기대치가 있다. 이렇겠거니... 거기에 충족되면 재미있는 것이고, 모자르면 재미없는 것이고, 가끔 그같은 기대를 배신하면 의외성에 또 재미가 있다. 의외성이라는 것도 사실 그러한 기존의 캐릭터나 관계에서 더 크게 온다.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딱 이 반대다. 어떤 멘트를 던져야 하는가... 던지는 입장에서도 막막하고 받는 입장에서도 막막하다. 가이드가 없으니 그만큼 자유로운 대신 개인의 역량에 심하게 기대게 된다. 던지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보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대가 없으니 충족도 없고, 기대가 없으니 반전도 없다. 그나마 그 본연의 캐릭터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에 따른 기대도 있고 반전도 있을 테지만 그것은 결국 반복되면 소모될 것들이다.

 

100의 노력으로 100의 재미를 주는 건 아마추어나 하는 짓이다. 프로는 20의 노력으로도 100의 재미를 준다. 100의 노력으로는 200, 300의 재미를 준다. 어떻게 그렇게 하는가? 주위를 잘 이용하니까. 주위의 사물이나 혹은 사람이나, MC 잘 본다고 할 때도 출연자는 물론 관중까지 적절히 활용해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만으로도 초고의 재미를 줄 수 있을 때 MC를 잘 본다고 말한다.

 

개인기에 의존하는 웃음이란 100의 노력으로 100의 재미에 도전하는 것이다. 반면 유기적인 관계에 의한 웃음이란 서로의 20의 노력이 어우러져 100의 웃음으로, 그 이상의 웃음으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다. 1회용 게스트를 쓰는 토크프로그램이 아닌 이상에는 대부분 후자를 쓴다. 그쪽이 훨씬 효과도 좋고 재미있으니까.

 

내가 김신영에게 느끼는 불만이 그것이다. 김장편에서부터 계속 느껴온 위화감이었다. 이 여자는 자칭 MC이면서 왜 특정 출연자와만 관계를 만들까? 하다못해 김태우만도 유리와 러브라인을 만들면서도 다른 멤버들을 이리저리 건드리면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병풍이라는 남희석조차 필요하면 상황을 만들어 그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런데 김신영은? 오히려 김신영 옆에 있으면 김신영과 써니 둘이서 노느라 다른 캐릭터는 사라져 버린다. 구하라든 효민이든 누구든. MC인가?

 

어제도 마찬가지다. 구하라와 써니는 초반 멍하니 한 사람은 서 있고 한 사람은 일만 하고 있었다. 잠깐잠깐 보이는 개인기를 제외하고 둘 사이에 오간 대화란 얼마나 있는가? 효민과 다른 멤버 사이에 오간 대화란? 혹은 행동이란? 리액션이란?

 

그나마 있었던 것이 예전 5일장에서 물물교환하면서 신세졌던 분들 찾아다닐 때 꽁트한 것 뿐이다. 뜬금없고. 맥락없고. 결국 1회성으로 끝나고 마는. 오히려 분량이 나온 쪽은 설정이었겠지만 돈을 가지고 넷이서 다투며 돈 빼돌리고 그것을 응징하던 장면이었다. 같은 꽁트더라도 장사를 해서 돈을 벌었다는 것과, 넷이 함께 장사를 했다는 점, 그리고 흔히 친한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대사였다는 점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끌었고, 돈을 빼돌리고 그것을 응징하는 장면으로까지 이어졌다. 왜 그런 게 이전에는 없었던가?

 

관계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구하라와 현아는 유치개그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었다. 현아가 문제를 푸는데 괜히 또 징징거리자 구하라가 현아를 불러 야단친다.

 

"너 또 징징거렸지!"

 

그렇게 두드러지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런 것을 이어붙이는 것이다. 앞서의 돈을 빼돌리며 노는 장면에서처럼 누군가는 돈을 빼돌리고, 누군가는 그것을 잡고, 누군가는 응징하고, 놀듯이. 재미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조차도 결국 1회성으로 끝나버렸다는 것이... 역시 개그맨의 한계랄까? 라디오프로를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정도에서 멈춰버렸다는 것이 김신영의 한계인 것이다.

 

물론 고민은 있을 것이다. 써니와 구하라 사이에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가? 병풍이 되어 버린 효민은 어떻게 살릴 것인가? 그러나 보이지 않으면 고민도 없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같은 고민을 할 텐데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것이 프로일까?

 

도무지 실제인지 설정인지조차 의심스러운 백지캐릭터 이외에도, 굳이 백지캐릭터 아니더라도 김태우와의 러브라인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한선화. 그나마 김신영과의 콤비플레이마저 사라져 거의 개인플레이로 분량을 따내야 했던 써니. 과연 어제 어땠던가? 누구의 분량이 더 나왔고 누가 더 재미있었던가?

 

아무튼 사람들이 정말 착각하고 있는 것이 예능감이라는 존재다. 혼자서 웃기는 예능감? 그런 건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나 써먹는 거다. 아니 게스트더라도 오히려 개인기보다는 주위와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갈 때 더 재미를 준다. 라디오스타가 그런 예 아니던가? 4명의 MC가 적절히 받아줌으로써 출연자를 더욱 돋보이는. 없는 예능감조차 있어 보이게 하는. 그게 또 MC의 역할인 것이다.

 

예능감 좋은 사람만 데리고 예능 찍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강호동이나 유재석이나 특급대우를 받는 것은 예능감이 없어도 없는 예능감조차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병풍은 있지만 결코 있는 가능성을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이경규도 마찬가지. 클래스가 괜히 클래스가 아니라는 거다.

 

물론 내가 김신영에게 그런 정도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청춘불패라는 게 아이돌 데려다 노닥거리자는 것이고 뭐라도 대단한 예능감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거기에 맞게. 최소한 김태우 만큼만. 노닥거리더라도 MC로서 다른 사람들 자리까지 만들어가면서. 안되면 MC 실격인 거고.

 

참 초반 써니는 열심히 일하고, 구하라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고, 그나마 남희석이 한 마디 하더라.

 

"쟤는 시장에서 저러고 있어도 어울리지 않냐?"

 

거기서 또 리액션 나오고, 장면 나오고, 분량 나오고,

 

가만 보면 서로 그렇게 소원한 사이 같지도 않은데 그렇게 말도 없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 MC의 역량인 것이다. 프로그램을 출연자 개인의 능력에만 맡긴다는 자체가.

 

내가 김신영을 불만스러워하는 이유다. 한창 재미있어지고 있는 청춘불패에서 유독 큰 구멍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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