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라베이커리에서 리얼리티를 완전히 포기한 계기는 바로 박규리의 한 마디였다.
"이런 리얼이 어디 있어~!"
순진한 아가씨. 그러나 그 순간 카라베이커리의 리얼리티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세상에 스스로 리얼이라 주장하는 리얼을 본 적 있나? 오히려 청춘불패에서 반리얼이라 했을 때 사람들은 리얼리티를 느꼈다.
그거다. 어차피 사람들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완벽한 리얼을 기대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대본이 있고 연출이 있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그럼에도 바로 그 대본과 연출이 리얼리티를 부여할 것임도. 그런데 어설프게 출연자가 이것은 리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과연 어떨까? 그야말로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도 이건 절대 거짓말이 아니라 하는 것과 무에 다를까?
가장 황당했던 것은 정작 크라운베이커리의 CF를 찍으면서 그쪽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2화에서도 크라운베이커리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 있었다. 차라리 크라운베이커리 쪽에 도움을 청하고, 크라운베이커리에서 뭔가 조건을 달아서 그것을 응하고, 그리고 그쪽에서 전문가가 나와 도움을 주고 하는 쪽이 더 리얼했을 것이다. 그쪽이 더 합리적이고 납득하기도 쉬웠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들을 거리로 내모는 쪽을 택했다. 리얼이 아닌 어린 소녀들이 좌충우돌하는 대중의 판타지에 기대기로 한 것이었다.
이미 1화에서 이후의 카라베이커리의 방향은 결정났달까? 그래서 카라베이커리의 그 뻔한 설정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이 그리 우스울 수 없었다. 이건 이미 리얼버라이어티가 아닌 미소녀판타지 버라이어티인 것을. 하긴 그래서 그리 넘어간 것일 테지만. 리얼리티보다 판타지쪽이 훨씬 흡입력 있으므로. 그리고 이로써 카라베이커리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아닌 판타지버라이어티가 되어 버렸다. 정체도 알 수 없는 아주 괴악한.
아무튼 그래서 이후 나는 카라베이커리에서 어떠한 긴장도 요구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뻔한 버라이어티도 오랜만이라, 그냥 그 대본과 연출과 멤버들의 연기를 즐길 뿐. 의외로 멤버들도 연기가 좋았다. 모르고 봤으면 넘어갔을...? 그래서 오히려 가장 쿨하게 마치 자기 일 아닌 양하는 구하라가 눈에 띄었다. 만일 이것이내 짐작대로 대본에 따른 연기라면 베스트는 구하라이리라.
카라베이커리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아이돌의 인기에 편승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순진무구한 소녀들과 험난한 세상이 만나는 좌충우돌판타지 버라이어티. 그런 것 많지 않은가? 어린 소녀가 어느날 문득 세상과 만나게 되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공한다... 당연히 그 주위에는 도움을 주는 멋진 남... 이게 문제. 그건 또 카라의 남성팬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요소라서.
카라베이커리의 가장 큰 패착이라면 그것일 게다. 아이돌의 팬덤은 결코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러브라인을 원하지 않는다. 더구나 아무리 설정이더라도 아이돌이 다른 이성에 먼저 반해서 접근하는 스토리라니. 곰태우가 유리에게 먼저 치근덕거리는 것만으로도 그리 시끄러웠다. 그게 김태우쯤 되는 연예인임에도. 그런데 완전 듣보잡 하나 세워놓고 그런 설정 보여주면 팬이 좋아할까? 팬을 먼저 자극하고서 무슨 아이돌 판타지 버라이어티? 하긴 그러니까 이런 뻔한 판타지를 리얼이라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그냥 머릿속에서 리얼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시트콤이라 생각하고 보면 되겠다. 순진무구 미소녀라는 대중의 판타지에 편승한 시트콤이라고. 역시나 팬덤을 노리는.
도대체가 이런 프로그램에서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그냥 카라 아이들 재롱이나 보고, 그녀들의 넘치는 센스와 감각을 즐기고, 그녀들의 아름다움만 감상하면 되는 거다. 그러자는 버라이어티에서 무슨 리얼리티? 웃기는 거다.
말하지만 카라베이커리는 리얼버라이어티가 아니다. 미소녀판타지버라이어티다. 그것을 전제하고. 그 이상 요구해봐야 볼 것 없다 하겠다. 딱 거기까지만. 카라까지만 보는 프로그램이다. 더도 덜도 아닌.
'연예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하라에게 정작 지금 필요한 것은... (0) | 2009.12.24 |
---|---|
카라베이커리 - 또 하나의 감상포인트... (0) | 2009.12.23 |
남희석 하차라... (0) | 2009.12.22 |
구하라 역시 꽤 하잖아? (0) | 2009.12.22 |
유이와 꿀벅지, 성희롱... (0) | 2009.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