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옥택연 일촌사진 유출과 인터넷 프라이버시...

까칠부 2009. 12. 24. 06:07

그런 사람들이 있다. 여자들이 조금만 짧은 옷을 입으면 이러쿵저러쿵, 노골적으로 쳐다보는가 하면 아예 사진까지 찍어댄다. 그래서 뭐라 그러면 그런다.

 

"그러길래 왜 그렇게 짧은 옷을 입는데?"

"보라고 그러는 것 아냐?"

 

보라고 그런 거더라도 어디까지나 노출된 신체부위 또한 해당 여성의 신체부위다.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누구나 들어와 볼 수 있는 블로그다. 그러나 전제는 바로 블로거의 사적공간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거나, 누군가에 의한 것이기 이전에 블로거 개인의 공간이다. 무어라 떠들든간에 결국 블로거 개인의 공간으로써 블로거 자신에 의하고 블로거 자신을 위한. 그것을 퍼날라서는 이러쿵저러쿵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얼마전 박재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적인 공간에 사적으로 올린 글이다. 친구와 나눈 대화이고 단지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퍼나르기까지 하며 비난을 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도 예전 그런 경험이 있었다. 홈피에서 지인들끼리 나눈 이야기인데, 그것을 아예 공개된 게시판에 퍼날라서는 비난하더라. 내가 그 인간들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거든? 사적인 공간이고 사적인 대화다. 게시판은 공적인 공간이고 거기에서 오가는 대화들은 그 안에서의 공적인 의미를 갖고. 왜 그것이 서로 연관되어야 할까?

 

이번 옥택연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미니홈피다. 그것도 일촌공개다. 일촌공개란 무슨 뜻인가? 일촌 안에서만 보고 끝내라는 공식적 요구다. 설사 그것을 스크랩하더라도 일촌 밖으로는 유출되지 않도록. 기본 예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 일촌공개 사진이 유출되었다. 바로 그 일촌에 대해. 싸이를 안해서 모르지만 아무래도 일촌을 맺었다 하면, 그리고 그 일촌에 대해서만 따로 공개하는 것들이 있었다 하면 그만큼 신뢰를 바탕에 두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신뢰란 신뢰로써 보답해야 한다. 그런데 일촌들끼리 보라던 사진을 공개한다?

 

그래서 더 웃기는 것들이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오히려 화내는 옥택연을 비난하는 인간들이다. 그들 머릿속에서는 그러겠지. 보라고 공개해놓은 건데 그것을 유출하든 어쨌든 보는 게 뭔 상관이냐고.

 

아무리 열린 공간이고 공유하는 공간이더라도 기본적으로 서로 지켜주어야 할 선이 있는 것이다. 사적인 공간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어야 하고, 공적인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사적인 공간에 대해서까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공적인 공간에서는 혼자 이기적으로 놀고. 그러면서 그를 비판하는 이들을 오히려 공격하고.

 

뭐냐면 그냥 애들이라는 거다. 아이들이 뭘 아는가? 그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징징거리고, 뭐라도 마음대로 안 되면 또 정징거리고, 떼쓰고 우겨서라도 자기 뜻대로 되어야 하고, 아이들은 그래서 짐승과 같다. 인간이란 서로에 대한 배려로써 공존하는 존재이므로.

 

도대체가 그렇게 오래 인터넷을 하면서도 이렇게 기본적인 개념들이 없다. 프라이버시도 없고, 개인에 대한 존중도 없고, 공적인 공간에서의 책임과 배려도 없고. 그저 하고 싶은대로. 그렇게 좋아하는 연예인이고 일촌까지 맺었음에도 그렇다.

 

하여튼 오히려 피해를 입은 건 옥택연이고 그래서 그가 화를 내는 것은 지극히 정당함에도 화를 내는 자칭 네티즌이라는 꼬락서니들이라니. 그게 네티즌이라는 것들의 수준인 것이다. 네티즌이라지만 정작 넷에서의 기본 개념에 대해서조차 모르는.

 

아무튼 옥택연이든 누구든 무개념들을 염두에 두어서라도 일촌같은 건 주의해서 받기를 바라며, 인터넷에 사적인 공간이나 사적인 관계따위는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바라며,

 

그러더라. 어차피 보라고 공개한 거 좀 퍼나른들 어떠냐고. 그러길래 누가 공개하라 했냐고. 그래서 싸이 아예 닫아버리니 좋냐? 더 이상 일촌을 상대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다는데. 그렇게 아예 퍼나르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는데. 누구 손해일까? 누구 좋자는 것이고? 진심으로 그 일촌들을 동정한다.

 

이야말로 한국 인터넷 문화의 바닥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하겠다. 다리를 드러내고 다니니 그 다리는 내 거라. 공개된 공간에 있으니 그 또한 내 거라. 날도둑놈들도 아니고. 하찮은.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