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구하라와 이미지소모...

까칠부 2009. 12. 25. 13:10

내가 구하라의 이미지소모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다.

 

"도대체 보여준 게 뭐 있다고?"

 

구하라가 대중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 10월 초 달콤한 걸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예능돌의 이미지를 굳힌 것은 10월 말 청춘불패의 방송을 통해서였고.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지?

 

그동안 예능에서 구하라는 거의 병풍이었다. 있는 지도 모르는. 한 마디나 하나? 인터뷰까지 하나하나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케이블조차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구하라라 하면 카라에서 유독 희한하게 예쁜 여자멤버로나 알 뿐이었다. 사실 그런 의외성이 구하라를 지금까지 끌어온 것이겠지만.

 

그리고 달콤한 걸과, 청춘불패, 카라베이커리, 헌터스... 그러나 과연 구하라가 예능인으로써 보여준 것이 무엇인가 말이다. 체육돌은 달콤한 걸 이후 거의 찔끔 나오는 정도였고, 개인기라 할만한 건 유치개그? 그래서 내가 유치개그 하지 말라는 거다. 그 밖에는 무얼까? 아하, 그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들다운 발랄함?

 

사실 보여준 건 그게 다였다. 엉뚱발랄. 가끔은 엽기. 그러나 또 카라베이커리에서는 의외로 넷 가운데 가장 진지한 캐릭터다. 다른 예능출연으로 인한 체력소모도 있지만 엽기적인 큰 언니 둘과 그저 어리광만 부리는 막내 사이에서 그럭저럭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캐릭터. 헌터스는... 아예 분량이 없고.

 

걱정이 된다면 오히려 체력이다. 남자도 이런 스케줄 소화하기 쉽지 않다. 산을 탄다? 그것도 겨울산을? 청춘불패에서 산에 나무하러 가는 것이 아닌 시장에 찐빵 팔러 가는 것을 보고 얼마나 속을 쓸어내렸던가. 만일 청춘불패에서까지 산을 탔다면 카라베어커리고 뭐고 라디오와 행사까지도 다 접어야 했을 것이다. 다행이라면 헌터스도 이제 막을 내리고 뭔 이상한 - 그래도 산은 안 탈 것 같은 프로그램으로 바뀔 것 같다는 건데...

 

아무튼 보여준 시간도 짧고, 보여준 것도 사실 그닥 없고, 보여준 이미지도 그다지 중복되는 게 없고, 도대체 뭐가 벌써부터 이미지소모라는 것일까? 설사 이미지소모가 있어도 이대로 계속 갈까?

 

내가 조속한 카라의 컴백을 주문하는 것도 그래서다. 일단 컴백하면 무대활동에 보다 무게를 두어야 한다. 일주일에 예능 세 개 - 카라베이커리는 8회로 끝날 테니 그래도 야외버라이어티 두 개를 동시에 출연하면서 무대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음반홍보를 위해서라도 여기저기 얼굴을 비쳐야 할 텐데 스케줄은 어떻게 내고?

 

결국 예능이라는 것도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활동이 없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예능에 몰빵할 수 있는 솔로도 아니고, 팀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돌로써의 본업이 있기 때문에, 아이돌도 그 수익의 대부분은 행사에서 나오는데 당사자 한 사람만 좋은 예능출연을 언제까지 고집할 수 있을까? 더불어 예능에서의 망가짐이 본래의 이미지를 침범하지 않도록 아이돌로써의 자기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기에 카라의 조속한 컴백을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구하라만이 아닌 카라의 다른 멤버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미스터의 대박 이후 음반활동을 너무 빨리 접은 것이 그래서 정말 아쉽다. 여세를 이어 몇 곡 정도는 더 들려주었어야 했는데. 예능을 하더라도 후속곡 활동을 하면서 자기를 드러내었으면 시너지가 더 있었을 텐데. 너무 빨리 음반활동을 접고 미스터의 이미지만 소모하며 예능에 출연하고 있다는 것이.

 

그러나 어찌되었거나 카라는 아직까지 도전자의 위치다. 위를 보아야지 옆을 살필 상황이 아니다. 더 높이 날아오르지 않으면 언제 돌풍을 만나 땅에 내리꽂힐 지 모른다. 1인자와 2인자의 차이는 그렇게 무섭다. 2인자와 3인자의 차이도 그렇게 무섭고. 과연 카라가 원더걸스처럼 장기적으로 국내를 비워두고서도 저만한 인기와 인지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더 알려야 하고 더 나대야 한다. 더 망가져야 하고 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이미지소모도 소모할 이미지가 있은 다음의 일이다. 소모하더라도 구축하고 대중이 확실하게 자신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이돌로써의 본연의 음반활동이 대신할 것이며.

 

이제 고작 19살, 내년이면 20살이 된다. 아직 어리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 가능성조차 다 찾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그녀 스스로의 힘으로 뛰어넘고 돌파해야 할 여러 장애들이 있다. 꽃단장하고 뒤로 물러나 앉아 신비한 척 놀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보여준 것도 없이 이미지소모를 걱정해 뒤로 움츠러들면 어쩌란 말인가.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을 터인데. 앞으로 그러면 언제까지나 그런다고.

 

아직 19살,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 이제 고작 2달, 3달, 그렇다고 대단한 것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작은 의외성이 그녀에 대한 관심을 키운 정도다. 더 찾아 나갈 것인가, 아니면 만족하고 멈출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할까? 과연 이미지 소모를 그리 걱정해야 할 때인 것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카라에는 구하라가 아니더라도 니콜과 한승연이 있다. 박규리는 힘들더라도 이 둘은 구하라를 충분히 대체하고도 넘친다. 구하라만 아끼기에는 기회가 너무 좋다. 구하라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나저나 진짜 구하라에게는 근육트레이닝을 권해주고 싶다. 앞으로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거나 방송활동을 하거나 체계적인 근육트레이닝은 몸매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녀에게 힘을 붙여줄 것이다. 일단 방송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거다. 산을 타는 것도. 한 번 고려해 보기를. 문제는 힘이다. 체력.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