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황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샤크라라는 팀이 있었는가조차 흘려듣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우연히 가수 황보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 계기가 이었다. 라디오스타를 통해서였다.
"나는 계속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게 나밖에 없더라구요."
"음악이란 잘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 것."
솔직히 나는 황보의 노래에 대해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그녀를 인정했다. 왜? 그게 가수니까.
가수의 자격 첫째 조건,
"음악을 하고 싶어 미치겠다!"
돈을 벌기 위해서건, 인기를 얻고자 해서건, 어찌되었던간에 음악을 해야 하고 음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앞서의 조건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처음은 어땠을지 몰라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건 음악 그 자체를 좋아서 하는 사람이니까. 아니면 어느샌가 음악이 좋아지거나.
그래서 두 번 째 조건이 자기 이름을 걸고 음악을 하라는 것이다.
세상에 다시 없을 음치라도 좋다. 통나무가 울고 갈 몸치에 박치라도 좋다. 자기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자기 음악을 하는 거다. 못하더라도 못하는 그 자체로써.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 그 자세로.
물론 그럼에도 내가 그를 좋아고 싫어하고는 별개의 문제다. 사실 어떤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는 건 머리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판단하는 것이거든. 머리로는 아무리 좋다고 말해도 가슴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래도 좋아지지 않는 법이다. 결국은 나를 감동케 할 수 있어야 비로소 나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단지 그 전에 가수로서 어떠한가...
사실 이렇게 따지면 현재 활동하는 가수 가운데 결격사유가 딱히 있는 가수는 없다. 누군가 한 말 그대로,
"세상에는 좋은 음악과 더 좋은 음악이 있어요."
약간 변형해서,
"세상에는 훌륭한 가수와 더 훌륭한 가수가 있어요."
가수 개인에 대한 호불호나 그들의 음악에 대한 평가를 제하고. 그래도 살아남으면 살아남는 것이고.
도대체가 어떻게 음악이라는 게 가창력이 전부가 되는 것인지. 심지어 블랙홀의 주상균더러도 신정환보다도 못 부르는 노래라는 인간조차 있었다. 말이 되는가? 주상균과 신정환을 비교해?
물론 인간의 목소리가 대중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그 뿐이냐? 밴드라면 연주도 포함될 것이고, 싱어송라이터라면 보컬로서의 실력 뿐만 아니라 작곡실력도 평가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춤이나 퍼포먼스 위주의 가수라면 그 역시 포함되어야겠지.
착각하는 것이다. 춤과 음악은 별개라. 천만의 말씀. 어떤 음악은 춤이 더해졌을 때 더 빛이 난다. 음악만 들어서는 영 심심한데 춤과 함께 곁들여 들으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춤 또한 음악의 한 부분인 이유다. 청각적인 사운드와 더불어 시각적인 보여짐으로써 음악은 완성되는 것이니. 그렇다면 춤 역시 음악성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댄스음악을 아예 음악장르에서 배제할 것이라면 모를까.
전에도 말했지만 가수란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누가 자격을 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단지 가수로써 살아남는 것은 자기 할 나름이겠지만. 그런 것까지 대중이 신경써주어야 하는가?
어떤 좋은 음악을 받는가도 복. 그것이 우연히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 히트한다면 그것 또한 자기 할 나름. 그래서 좋으면 듣는 거고, 아니면 버리는 거고.
확실히 나이가 드니까 머리로 일일이 생각해가며 음악을 듣기가 귀찮아진다. 들어서 좋으면 좋은 것, 싫으면 싫은 것. 아니 원래부터 그랬다. 대중이란. 참으로 이기적이고 냉혹한 터라. 다 쓸데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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