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아이돌 음악만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듣고 싶어요...

까칠부 2010. 1. 1. 21:31

예전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씨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TV를 통해서 보여지는 것만이 아닌 직접 음악을 찾아 들으려고 해야 합니다."

 

아마 2003년인가 그 무렵이었을 텐데, 사실 그 말이 정답이었다.

 

이미 스트리밍 사이트 가면 이미 수 십 년도 더 전에 절판된 앨범에서부터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앨범까지 간단한 검색만으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인디밴드거나 아니면 간만에 앨범을 낸 중견가수이거나 또는 새로운 꿈을 품고 싱글을 낸 신인들.

 

방송은 어떨까? 라라라라든가 스케치북, 초콜릿, 7080같은 프로그램들에서 주류로부터 소외된 음악들을 지금도 곧잘 소개하고 있다. 심야시간대이고 하다 보니 시청율이 안습이라 그렇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말한다.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듣고 싶어요."

 

이미 그러고 있다니까? 오히려 예전보다 더 조건이 좋다. 최소한 오래전 절판된 음반을 찾아서 음반가게를 헤집고 다닐 필요도 없고, 어디 운이 좋아 소장자를 찾아도 몇 배나 더 비싸게 주고 살 일도 없으니까. 음악프로그램이야 예나 지금이나. 어차피 90년대도 80년대도 많이 듣는 음악 위주였지 마이너한 음악이 방송을 타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도 저 말을 하고 있다는 건 한 마디로,

 

"다 귀찮으니까 직접 떠다 입에 넣어 달라."

 

아닐까? 그리 어렵지도 않다. 음원사이트 가도 워낙 분류가 잘되어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 장르나 혹은 뮤지션의 음악을 얼마든지 검색해 들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도 굳이 애쓰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대에 선 모습을 보고 싶다면 행사장 쫓아다니거나 아니면 공연을 찾아다니거나. 요즘 또 공연도 많더라.

 

사실 이건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문제였다. 우리나라 가수는 거의 행사로 먹고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뮤지션들이 주로 공연으로 먹고 산다. 차이는? 행사는 가수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공연은 뮤지션을 찾아가는 것이고. 공연에서는 뮤지션이 주인공이지만 행사에서는 행사의 주체와 관객이 주인공이다. 공연을 가는 것이 뮤지션과 뮤지션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면 행사는 그저 보기 좋고 듣기 좋고 무엇보다 한 번에 알아 볼 수 있게 유명하면 좋다.

 

음악의 수용에 있어서의 자세의 차이다. 공연문화는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행사문화는 상대가 다가오기를 기다려 선택하는 것이다. 공연이란 내 자신이 그것을 보거나 들을 것을 전적으로 결정한다면 행사는 행사주체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에 따를 뿐이다.

 

같지 않은가? 정작 자기가 찾아 들을 생각은 없으면서 오로지 들려달라고만 요구하는 것이.

 

그게 문제인 거다.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은 지극히 수동적이다. 아니 어쩌면 이건 현재 세계적인 추세인지도 모른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대중음악 역시 거대자본이 지배하게 되면서 지나칠 정도로 정보량이 많아지고 미디어를 통해 음악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음악은 습관이다. 얼마나 자주 많이 듣는가다. 그렇게 거대자본과 결탁한 미디어에 의해 음악이 반복해 전달될 때 대중은 필연적으로 수동적으로 그것을 수용하게 된다. 길들여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익숙해지고 소비하게 되고.

 

이미 수 년 전부터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가수들이 가요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기획사에서 직접 발굴해 연습시키고 아예 음악장르까지 결정해 단지 부르고 춤추는 것만 하던 가수들. 바닥부터 올라왔다기보다는 데뷔하는 그 순간부터 기획사에 의해 대중의 관심을 받는 그런 상품들. 물론 그런 가운데서도 음악성이 뛰어나 대중의 선택을 받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 역시 기획사의 상품으로써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강요된 것들이었다. 단지 지금 그것을 아이돌이 대신하고 있을 뿐.

 

아이돌이라고 우습게 보지만 아이돌이 하나 데뷔하기까지 기획사에서 들이는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 불특정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선택받고 또 수익을 노려야 하는 상품이니 당연하다. 카라 미니 1집에 베이스세션을 이태윤이 했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놀랐던가. 기타도 무려 홍준호란다.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나도 들어 아는 이름들이다. 과연 그런 이들이 참가해 만든 음악이 허튼 것일까?

 

더구나 이미 더 이상 음악을 찾아 듣지 않게 된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음악 외적인 것이 더 필요하게 되었다. 과거처럼 오로지 음악만으로 승부하는 그런 가수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작년 여름 무한도전을 통해 증명되지 않았던가? 단 한 번, 그것도 이후 더 이상의 추가활동이 없었음에도 무한도전을 통해 발표된 노래들이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면서. 음악 외적인 보다 능동적으로 대중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과 굳이 음악을 듣지 않아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외모와 춤, 코스튬 등의 퍼포먼스.

 

사실 지금의 아이돌이란 원래의 의미의 아이돌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원래 아이돌이라 하면 나이도 어렸고 그 대상연령도 낮았다. 지금 활동중인 아이돌 가운데 상당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돌로서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들일 정도였지만 그러나 지금은 거의 중견이라 할만한 나이에서도 아이돌이라 불리운다. 그 팬의 연령대도 다양해졌고.

 

결국은 대중이 아이돌만을 요구하게 되다 보니 그렇게 맞춰가게 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원래는 기획사형 가수로 따로 데뷔시켰어야 했을 것도 이제는 아이돌로써, 브아걸조차도 진한 화장과 화려한 차림, 그리고 강렬한 퍼포먼스로 아이돌과 함께 묶여 이야기되고 있을 정도로. 대중이 요구하는 것이 그거니까. 아니면 아예 듣지를 않으니까. 먼저 눈으로 보고 이름을 듣고 호감을 갖고 그리고 나서야 겨우 음악을 들으려 하니까.

 

참 어이없는 것이다.

 

"죄다 아이돌판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나는 아니다 말하지 마라. 이미 왜 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지 않느냐 말하는 그 자체가 공범인 증거니까.

 

다양한 음악을 듣고 싶은가? 아무 음원사이트나 가서 검색어 쳐보라. 인디밴드도 좋고 좋아하던 뮤지션도 좋고. 장르를 쫓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말 대부분의 음원사이트들은 거의 서버를 낭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 많은 노래 가운데 찾아 듣는 이도 없으니.

 

공연은 어떨까? 아니 공연을 굳이 찾아다니라 하지는 않겠다. 그것도 꽤 돈과 시간과 노력이 깨지니까. 그러나 심야음악방송 정도는 들을 수 있지 않은가? 라디오 정도도 들을 수 있고. 라디오를 통해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지금도 틀어지고 있다. 그렇게 찾아 듣다 보면 방송국에서도 생각이 있겠지.

 

"오홋, 이거 뜨네?"

 

장기하도 그래서 방송에도 자주 나오고 한 것 아니던가? 대중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환영했으니까.

 

나는 찾아가기 싫고, 너는 알아서 다가와야 하고, 그게 바로 아이돌이라는 것이다. 내가 직접 찾아가 듣기는 싫고, 네가 알아서 다가와서 들려주어야 하고, 그래서 아이돌음악이라는 것이다. 누가? 바로 자신들이. 한국 대중음악싀 수용자 자신들이.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말하지만 이건 하나의 트랜드다. 시대의 변화다. 과거 대중이 문화의 생산자를 직접 찾아갔다면 이제는 생산자가 직접 대중을 찾아온다. 생산의 시대가 아닌 마케팅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수요까지 만드는.

 

그런 가운데서도 나만의 취향을 지키고 싶다? 그러면 그만한 자기 노력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세가 그러하다면 그것을 거스르는데든 더 많은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냥 이래주었으면...

 

우리 어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애도 울고 보채야 젖을 물린다."

 

내가 그렇게 어려서 배고파도 울지도 보채지도 않았다는데.

 

아무튼 이러고 나니 문득 아이돌에게 음악성을 요구하는게 이해가 된다. 아이돌이란 이미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대중음악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것이겠지. 나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힘들지만 이미 그렇게.

 

지금 당장도 얼마든지 다양한 음악을 선택해 들을 수 있음을. 단지 하려 하지 않을 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