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봉선(이지아 분)은 두렵다. 그래서 불안하다. 박태화(조민기 분)가 서재희(윤시윤 분)에게 들려주는 조언은 그녀를 위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서재희가 싫어진 것은 그가 두렵기 때문이다.
이미 어려서 한 번 버림받은 바 있었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래서 가장 예민하던 시절을 그녀는 홀로 견뎌내야 했었다.
혹시나 자기가 쓸모없는 존재는 아닐까? 가치없는 존재이기에 부모조차 자신을 버린 것은 아닐까? 부모로부터 거부당한 기억은 아이로 하여금 자기의 존재 그 자체를 의심하도록 만든다.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는 않을 거야. 나는 누구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토록 두터운 가시갑옷을 두르고 스스로를 지키려 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서. 자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누구보다 살갑다. 그들에게는 자기가 의미가 있다. 그녀가 서재희에 끌린 이유도 그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아니었던 것이다. 서재희는 훌륭히 홀로 설 수 있는 인간이었다. 사회적으로 말단경찰에 불과한 자기와는 비교도 될 수 없는 대단한 신분의 남자인 것이다. 일자리를 알아봐주고, 혹시나 잘릴까 걱정해주고, 그래서 그의 상처를 함께 울어주고, 그러나 전혀 필요치 않았다. 최소한 차봉선이 보기에 그랬다. 그에게는 자기의 존재가 필요치 않을 것이다.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차일까봐. 버림받을까봐. 진심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견디기 어렵다.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편하다. 차라리 미리부터 포기하고 아예 없었던 것인 양 여기는 쪽이 마음이 놓인다. 그녀는 겁장이다. 어떤 사람들은 상처를 입으며 단련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상처가 너무 아파 겁장이가 되어 버리고 만다. 그것을 견뎌낼 용기따위 이미 오래전에 상처를 견디며 모두 써버린 뒤다. 그러느니 차라리 겁장이가 되어 자기가 만든 갑옷 안에 웅크린 채 혼자 울고 마는 쪽이 더 편하다.
아마 그녀가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 번 다루었을 것이다. 그녀가 그토록 아이돌에 열광하고 마는 이유. 아이돌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배신한다면 그들은 아이돌이 아니다. 버림받지 않을 수 있다. 버림받지 않으면서도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남자는 아니다. 서재희처럼 대단한 남자는 더욱.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다.
서재희가 차봉선을 원하는 이유다. 그는 응석받이다. 그는 아직 아이인 채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어른이 되어야 할 때 입은 상처는 그로 하여금 여전이 아이인 채 머물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화영(한고은 분)은 그에게서 항상 어른이기를 바라고. 어느새 거둔 성공은 더 이상 그로 하여금 아이인 채로 있지 못하도록 한다. 아이인데 아이가 아니어야 한다. 그래서 아이는 기댈 수 있고 응석을 부릴 수 있는 품을 찾아 떠돌게 된다. 그것이 차봉선이다.
차봉선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바란다. 서재희는 자기가 마음껏 기댈 수 있는 품을 바란다. 보살핌이 필요한 어른일 것이다. 자기가 응석을 부리는 것이 상대를 위하는 것이 된다. 말했듯 이미 서재희는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이인 채 어른이 되어 있다.
어느새 겁장이로 돌아온 차봉선은 서재희를 거부하려들고, 더욱 어른이 될 것을 강요받는 서재희는 그런 차봉선에 기대려 하고, 그래서 다시 차봉선을 위해 어른이 되려 한다. 정확히는 어른인 척 하려는 것이다. 차봉선이 그를 거부한다면 서재희는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
박화영이 서재희를 남편 대신으로 여긴다. 흥미롭다. 작가의 의도인 것일까? 하지만 필자는 박화영의 행동에서 서재희에 대한 증오를 느낀다. 집착과 구속은 동의어다. 구속은 사랑해서도 하지만 증오해서도 한다. 그녀의 내면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증오가 들끓고 있다. 그녀 자신에 대한 것이다. 그녀 자신에 대한 증오가 집착이라는 형태로 서재희에 투사되는 것은 아닌가?
치유의 과정일 것이다. 사랑이란 서로의 빈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말한다. 서로에게 비어 있는 자리를 채워가는 것이다. 차봉선과 서재희의 사랑이 그렇다. 물론 치유의 과정은 무척 아프다. 상처가 깊은 만큼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아마도 깔끔하지 못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멜로의 비장함도 로맨틱코미디의 유쾌함과도 다른 산뜻하지 못한 음울함과 질척임이 상당히 걸림돌이 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맛이 있다. 약간은 아릿한 맛? 기대한 그 이상이었다. 재미있었다. 항상 보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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