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심야병원 - 마침내 최광국의 반전, 그러나 생각이 너무 많다!

까칠부 2011. 12. 11. 09:26

어떤 행동의 정합성을 따지는 기준으로 비례성이 있다. 얼마나 그만한 수고와 노력에 비해 결과가 타당하게 돌아가고 있는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3년 전 최광국(김희원 분)은 권대용을 시켜 허준(윤태영 분)의 아내를 살해하도록 시키고 있었다. 이유인 즉 허준으로 하여금 구동만(최정우 분)을 죽여 구동만이 보살피지 않아 끝내 자살한 연인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과연 3년 전 최광국은 무엇을 보고 허준이 구동만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와 같은 일을 꾸미고 있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무려 3년이었다. 3년이라는 시간은 최광국으로 하여금 앙숙과도 같던 같은 조직내 박이사와 손을 잡고 구동만을 배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구동만이 숨겨두고 있던 마지막 수가 아니었다면 구동만은 꼼짝없이 부하들에게 배신당해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물론 최광국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더구나 동영상을 둘러싼 의혹과 갈등부터가 너무 복잡했다. 진실이 무엇인가? 무엇이 사실이고, 그렇다면 실제 범인은 누구인가? 진정 최광국이 허준을 이용해 구동만을 죽이려 했다면 보다 간명하게 허준에게 그 사실을 전할 수 있었어야 한다. 당장 허준에게 구동만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만도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데, 더구나 확신까지 가지게 만들려면 그 몇 배의 노력과 수고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예상 못할 변수가 끼어들 수 있다. 최광국이 하마트면 죽을 뻔한 상황에 몰린 것처럼.

 

처음에는 그럴 생각까지는 아니었다. 직접 세력을 모아 실력으로 구동만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그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굳이 구동만의 병을 수술로써 치료할 수 있는 허준을 이용할 생각까지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워낙에 일을 복잡하게 꾸미다 보니 그 과정에서 구동만과 충돌을 빚게 생겼다. 잘 해결되어서 구동만을 죽일 수 있었으면 상관없었을 것을, 거기에서 구동만의 노회한 한 수에 도리어 영영 세상과 하직할 뻔했다. 거기에서 최광국이 죽었다면 그가 꾸민 계획들은 무슨 소용이었겠는가?

 

결론은 최광국은 지나치게 똑똑했다. 지나치게 똑똑해서 너무 앞을 보려 한 나머지 정작 그 과정에서의 변수들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하고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심야병원>이란 최광국의 넘치는 생각과 계획들에 뜻하지 않게 생긴 오류들로 인해 복잡하게 꼬여버린 이야기인 셈이다. 허준이 내내 그렇게 인상쓰며 돌아다닌 이유가 있었다. 그는 최강국이 잘못 설정놀이판의 말이었다.

 

무언가 허무하다. 잔뜩 머리를 써서 사건을 복잡하게 꼬아 놓았는데, 그런데 3년이라는 시간과, 지나치게 꼬인 사건들이 그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모든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시원하다거나 후련하다는 감정보다는 마치 일을 마치고 뒤를 닦지 않은 듯한 찝찝함이 더 강하다. 어째서 최광국은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그를 위한 필연은? 과연 복수를 위해 구동만을 죽이려 그리 계획을 세웠더라도 굳이 허준의 아내를 죽이고 그렇게 사실을 복잡하게 꼬아 놓았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너무 생각이 많다. 생각이 너무 많은 나머지 항상 넘친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차라리 기왕에 멀리 보고 어렵게 생각한 것, 풀어가는 과정이 보다 단순했다면 더 명쾌했을 것이다. 굳이 복잡하게 꼴 필요 없이 단순하게, 그러나 그 사이의 이야기를 채워가며 비밀에 접근했다면 반전에 놀라며 감탄하는 사람도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게 꼬느라 항상 긴장하고 그리고 지쳐버렸다. 지금에 와서야 뭐가 어찌되었든.

 

심각하다고 스릴러가 아니다. 감추어진 거대한 비밀이 꼭 서스펜스의 조건만은 아니다. 결국은 긴장이다. 공포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해결하는 카타르시스다.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더구나 이미 또 한 번의 반전을 어느 정도 예감할 수 있다. 뻔히 보이는 것 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다. 허술하고 그리고 미숙하다.

 

아쉬운 작품이다. 보면 볼 수록 아쉽다. 조금만 힘을 뺐다면. 조금만 힘을 빼고 단순하게 가져갔다면. 생각이 넘치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안타깝다. 아깝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