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거품론의 전제는 인기를 계량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거품론이 그것 아니던가? 원래 이 아파트는 어느 정도의 실질가치가 있다. 그런데 현재 거래되고 있는 명목가치는 이 만큼으로 그 사이에 괴리가 있다. 그래서 명목가치가 상대적으로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으면 거품이다.
마찬가지로 인기거품론이라는 것도 누군가의 인기는 이 만큼이어야 한다는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예를 들어 구하라는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추고 발음도 부정확해서 연기도 안되니 그 실력에 비해서 인기가 너무 높다와 같은? 오히려 구하라보다는 강지영 쪽이 더 예쁘고 라디오에서도 잘하니까 구하라의 거품이 빠지고 나면 강지영이 더 뜨게 될 것이다. 과연 참인가?
한계효용이라는 게 있다. 인간의 욕망추구의 우선순위에 대한 법칙이다. 한 마디로 무엇을 더 우선해 추구하는가? 그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고 때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행이라는 것이다. 어떤 스타일이 유행한다. 그러면 누구나 그 스타일을 따라하고 싶어한다. 그때는 그 비용이 어지간히 비싸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그런 스타일이 넘쳐나게 되면 욕구는 감소하고 유행은 쇠퇴한다. 그리고 더 이상 전과 같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문제. 과연 유행이 지나서 가격이 하락한 것을 두고도 거품이라 하는가? 그것은 마치 과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두 접시째의 과매기를 먹다가 차라리 과매기 대신 다른 걸 먹을 걸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그가 과매기를 좋아했던 것은 거짓이었을까?
연예인의 인기라는 것도 그렇다. 연예인의 가치란 다름아닌 희소성에서 나온다.
"연예인 같이 생겼다."
그 말 그대로. 일반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기준으로도 연예인같다는 말은 쓰이고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특별하다는 말이고 또 그만큼 희소하다는 말이다. 남달리 잘생겼거나 남달리 이상하게 생겼거나 남달리 웃기는 재주가 있거나 남달리 노래를 잘하고 연기를 잘하고.
물론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그대로 처음의 감동이 항상 그렇에 오래 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미지소모라는 것도 나오는 것일 테지만, 항상 같은 모습을 보다 보면 어느샌가는 질리게 된다. 그 질리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대중의 관심 속에 머무는 것이 또 스타라는 것일 테지만, 그럼에도 결국에 잊혀져 사라지는 이들도 스타다. 과겨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던 인기스타 가운데 지금도 활동하는 이가 몇이나 되는가? 그렇다고 그들이 스타가 아닌 것은 아니듯 말이다.
아마 거품론이라면 이 한계효용이 급속히 소모되거나 아니면 그 편차가 지나치게 큰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가 남는다. 과연 그 거품의 기준이란 어디에 놓고 판단할 것인가?
어찌되었든간에 그 연예인은 지금 그같이 많은 대중의 요구로 그같은 높은 비용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그 요구와 비용이 빠지게 될 것이다. 당장일수도 있고 조금 뒤일수도 있고. 그렇다고 과연 그것을 어떻게 거품이라 단정하겠는가?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항상 다른 가수며 연예인들을 평가할 때 하는 말일 테지만,
"세상에 이유없이 인기있는 경우는 없다."
하긴 구하라보다 인지도나 인기가 못하다고 구하라보다 못하기만 할까? 빅토리아가 더 예쁠 수도 있고, 루나가 춤은 더 잘 춘다고 하고, 노래는... 하긴 구하라보다 노래 못하기도 힘들 것이다. 보아하니 티아라의 지연도 나이에 비해 연기도 제법 한다. 그에 비해 구하라만의 강점은? 하긴 그래서 누군가는 그러기도 한다.
"도대체 구하라가 왜 인기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구하라도 언젠가는 인기가 빠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당장일수도 있고 아니면 바로 얼마 뒤일수도 있고, 더 나중일 수도 있고, 그리고 그 자리를 누군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인기가 의미없다 할 수 있겠는가?
언론플레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론플레이란 마케팅의 가장 고전적이고 주요한 수단이다. 마케팅의 존재를 무시하자면 자본주의를 말해서는 안되겠지.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모두 통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언론플레이를 했을 때 먹힐만 했으니까 그것도 먹히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것도, 즉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연예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일 것이다. 과연 미디어와 거리를 두어야만 인기라 인정하겠는가?
결국 한 마디로 요약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기란 과연 계량이 가능한가?"
원래 그 사람의 인기가 얼만큼인데 현재의 인기가 얼만큼이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계량화해서 비교할 수 있는가? 그러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
내 주위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안됐지만 현대통령도 내 주위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런데 지지율 50%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현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일까?
구하라의 경우만도 아이돌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예쁘네 뭐네 하지 내 주위를 보면 구하라가 누군지 카라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러나 소녀시대는 안다. 태연은 안다. 윤아도 알고 유리도 알고 티파니도 알고. 제시카도 안다. 그리고 유이도 꿀벅지로 기억한다. 그러면 이 기준은 합당한가? 역시나 글쎄...
잘못된 경험론이라는 것이다. 경험이라는 것이 반드시 어떠한 객관적인 근거가 되어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스스로가 무시하는 미디어나 현상들이 오히려 더 정확한 근거가 되어주는 경우도 있다. 언론플레이라지만 오히려 그 언론플레이가 더 정답일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들은 이야기지만 유이의 현재 CF몸값이 현재 아이돌 단일로는 최고라고 한다. 나도 의외였다. 설마... 나는 도무지 유이 좋은 것 모르겠거든. 왜 인기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다니까. 나와는 상관없이 시장은 그렇게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왜인가는 나와는 상관없이 나름의 논리로써 그렇게.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다. 나와는 상관없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더 크게 더 중요하게 때로.
하긴 생각해 보면 유이가 인기있고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 유이가 인기있다고 내가 유이를 좋아할 것도 아니고, 구하라가 유이보다 인기가 떨어진다고 내가 구하라를 싫어할 것도 아니다. 언젠가는 또 싫어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과는 별무상관이다. 그냥 지금 유이가 인기가 있구나, 구하라는 아직은 못 미치는구나...
아무튼 유이가 계기가 되었지만 전부터 항상 느껴오던 것이었다. 도대체 거품이란 무얼 가지고 거품이라 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 기준이라는 게 참으로 애매하다 보니. 내가 동의못하겠다 해서 거품이 아니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거다. 더 많은 대중이 있고 더 넓은 세계가 있다. 그것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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