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한국 역사드라마와 무협소설...

까칠부 2012. 4. 8. 22:25

대개가 그렇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학사다. 과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중국의 과거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자료를 찾아 보고 참고해서 써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귀찮고 성가시다. 대충 현대의 시험제도와 드라마에서 본 과거를 바탕으로 창작해낸다. 꽤 그럴싸하기도 하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제목이 학사다. 주인공이 학사다. 그런데 하는 건 무공을 익히는 것 뿐이다. 학사인데 경전은 읽지 않고 무공만 익힌다. 무공을 익히고 폭력에 의지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쉽다. 정치는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나 압도적인 폭력은 모든 것을 쉽게 처리한다. 주인공 하나 먼치킨 만들어 놓으면 아주 편하다. 괜히 힘들게 머리굴려 사건을 풀어가지 않아도 된다. 때로 호쾌하기도 하다.


아마 떠오르는 게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드라마가 그렇다. 특히 조선 이전의 역사가 그렇다. 고려 이전으로 가면 고증이란 괜히 성가신 잔소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누구도 고증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어디서 본 듯한 비슷한 것들로 대충 채워지고 만다. 남은 것은 먼치킨 주인공.


폼은 그렇게 잡아댄다. 말도 그렇게 만다. 대개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소리들이다. 차라리 판타지로 만들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규영 등과 마찬가지로 아예 있지도 않은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아니면 아예 고룡처럼 시대와 공간을 특정짓지 않는다. 어설프게 김용을 흉내내는데 그러나 정작 김용과 같은 방대함이나 깊이가 없다. 대충 그냥 치덕치덕 기워 만든다.


거의 그 수준이다. 대중이 역사드라마를 즐기는 것이다, 제작진이 역사드라마를 만드는 방식이나, 그래서 캐릭터들도 설득력이 없다. 입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이다. 일방적인 의도의 투영에 불과할 테니까. 시대의 고증만이 아닌 인간에 대한 고증도 포기한다. 그나마 무협소설은 재미라도 있다. 시원한 맛이라도 있다.


오랜만에 무협소설 하나 읽다가 그먄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굳이 환생이어야 했는지. 제목을 학사라 지어야 했는지. 아직 초반이지만 제목과 설정에 대해 아직도 납득할만한 개연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언제인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이라지만 어차피 시대가 다르면 사실도 다르다. 조금 더 봐야겠지만...


그래도 수십억 들여 만드는 역사드라마인데 쫓기듯 찍어내는 무협소설보다야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기는 생각해 보면 무협소설 작가들이나 드라마 작가들이나 형편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하다. 쪽대본이나 한 달에 한 권 의무로 찍어내야 하는 작가들이나. 한계다. 다시 읽는다.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