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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last P85 - 이제는 중국산이라는 말 함부로 못쓰겠다...

까칠부 2012. 5. 14. 21:14

확실히 언제부터인가 느끼고 있던 것이다. 내가 주로 중국산 MP3를 썼었다. 적당한 성능과 대충의 잡다한 기능과 아주 저렴한 가격, 그럭저럭 싸게 막쓰기에 좋은 제품들이었다. 크게 불만없이 만족하게 쓰고 지금도 배터리 수명 다한 놈이 몇 개 집안에 굴러다닌다. 중국산도 괜찮구나. 그런데 웬걸?


중고가격이 14만원이다. 케이스까지 딸려왔다. 솔직히 조금 난감하다. 키보드 쓸 일이 없다. 내게는 이미 노트북이라는 훌륭한 수단이 있다. 과연 안드로이드 타블렛이라는 게 문서작성용으로 얼마나 유용할까? 그래서 유용하다면 지금 있는 노트북 팔아버리고 이걸로 가는 것도 괜찮기는 할 텐데. 무엇보다 가볍다. 키보드 다 해야 1킬로가 안된다. 노트북은 꽤 가벼운 놈임에도 아답타니 뭐니 가지고 다니다 보면 그냥 2킬로 훌쩍 넘어간다. 일단은 유보. 노트북 쓸 일이 따로 있고 타블렛 쓸 일이 따로 있다.


아무튼 포장을 뜯고 보니 이게 대단하다. 상당히 고급스럽게 마감까지 꼼꼼하다. 액정은 조금 뭔가 아쉬운 것이 있기는 하지만 밝고 화사하다. 아마 TN인데 액정의 화소배욜을 다르게 한 놈인 모양이다. 가끔 중국산 모바일기기 가운데 펜타일이라고 오해받는 것이 이런 것들이다. 덕분에 화소가 우둘두둘 거슬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기에 그다지 나쁘지 않다. 가격대를 생각한다. TX72의 저질액정에 비하면 얼마나 양품인가?


TX82는 그나마 아직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20만원을 넘어간다. 액정은 TX72나 거기서 거기다. 내가 TX72를 바로 팔아버린 것도 당장 눈이 가는 액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감도 오히려 P85쪽이 더 좋다. 성능은 AP는 같은 올위너의 A10이고, 이번에 TX82S가 나오면서 같이 램이 1기가로 올라갔다. 메모리는 8기가, 당연히 마이크로SD 32기가 지원이고, 배터리가 차이가 난다. TX82가 아마 6000mA, Teclast P85가 30%정도 적은 4000mA다. 반면 액정은 TX82가 8인치로 800*600의 해상도를 갖고, P85가 1024*786의 해상도를 갖는다. 딱 10년전 내 모니터 해상도다. 그래서 이걸로 샀다. 같은 인치에 해상도가 높으면 텍스트는 더욱 선명해진다. 동영상도 보기에 좋다. 그런데 싸다. 말했듯 액정의 화질도 P85쪽이 훨씬 우월하다. 아쉽다면 그나마 A/S를 맡길 수 있는 TX82에 비해 P85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아이뮤즈가 A/S가 썩 나쁘지 않은 편이다. 가격대를 생각하라. 액정의 화소배열만 아니라면 퍼펙트 그 자체다.


물론 아쉬움이 아주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충전단자가 없다. 당연히 충전기도 없다. 마이크로USB로 컴퓨터에 연결해서 충전한다. 다행히 예전 중국산 MP3를 사면서 함께 받았던 USB충전기 남아 돌아다니는 게 몇 개 있다. 전류가 조금 높기는 하지만 그런 거야 허용범위이고. 그리고 약간 무겁다. 알미늄 재질이라 무게가 거의 한 사이즈 윗줄의 제품과 필적한다. 여기에 키보드 케이스까지 더해지면 진짜 노트북 무게다. 여기에 치명적으로 어플을 상당히 가린다. MX플레이어 이외의 동영상 어플을 모조리 거부하는 바람에 MX10에서 잘 돌려보던 동영상들로 삽질 조금 했다. 하지만 역시 가격대를 생각하라. MX플레이어로는 거의 안 돌아가는 놈 없이 잘 돌아간다. 대신 게임은 잘 돌아간다. 에뮬게임만 하면 되는데 그게 잘 돌아가므로 대만족.


그래서 깨달은 것이다. 의외로 MX10이 상당히 괜찮은 기기였다. 최소한 동영상에 있어서는 P85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Soul무비 하나 깔아놓으면 다른 것 필요없이 어지간한 동영상은 다 돌려볼 수 있었다. 화면이 작아서 책읽는데 거슬린다. 그래서 스마트폰 업글하려던 것도 포기하고 이놈으로 오고 말았다. 디자인도 좋고 한데 다만 아쉬운 게 역시 마감. 역시 중국에서 생산했다.


전체적인 평가는 최소한 중저가 타블렛시장에서 더 이상 중국을 무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회사인 텔레칩스가 이번에 TCC8802로 철저히 발렸다. 대신 중저가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중국산 락칩과 박스칩. Rk2918과 A10이 거의 주름잡고 있다. 성능도 가격대를 생각하면 상당하다. 이들 칩셋을 사용해 만든 제품들도 완성도가 썩 괜찮다. 가격대는 말했듯 놀라울 정도다. 아이뮤즈의 T82S가 20만원 이상에 판매된다. 한성의 S8도 결국 중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제품이다. 여기까지 올라왔다. 이제 중국에 추월당하는 것도 그다지 먼 훗날의 일은 아니다.


오랜만에 배터리가 마르고 닳도록 써볼 물건이 생겼다. 물론 주용도는 책읽기다. 아니었다면 동영상 보기 좋은 7인치짜리로 갔다. 좌우로 넓으니 확실히 글자도 크고 선명하다. 글자의 크기가 곧 가독성이라는 원칙을 여기에서 다시 확인한다. 동영상도 본다. 삽질을 했지만 화질이 나쁘지 않다. 고장만 나지 않는다면. 그게 문제다. 중국으로 A/S를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중국산이 괜찮다. 같은 가격대에서 이미 한국제품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하드웨어로 승부하기에는 하드웨어적인 격차는 이제 거의 따라잡았다. 결국은 소프트웨어와 컨텐츠일 텐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지. 소프트웨어란 창의력이다. 컨텐츠란 쾌락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별생각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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