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구하라의 예능에 대해...

까칠부 2010. 1. 11. 18:43

예전 강호동이 유세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모든 걸 다 보여주려 하지 마라. 70퍼센트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감춰두었다가 그것이 전부라 여겼을 때 나머지 30퍼센트를 보여줘라."

 

아마 이경규가 한 말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이경규가 최근 회춘하게 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거든. 그 하기 싫어하는 욱사마가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헬기레펠도 뛰어내리고 마라톤도 완주하더라는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가? 감탄스럽고.

 

바로 캐릭터라는 것이다. 캐릭터란 한 마디로 기대의 범위고 수준이다. 이 연예인은 어떤 부분에서 어느 정도만큼 재미를 주겠느냐? 그를 충족시켰을 때 사람들은 만족을 얻고, 그에 모자르면 실망한다.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으면 그때 감탄하게 된다. 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항상 재미있을수는 없다. 항상 100이 있으면 100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 어느 날은 80을 보여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90을 보여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70을 보여줄 때도 있다. 아예 컨디션이 안 좋으면 50도 못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에게 항상 100을 기대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예능에 진출했다가 일찌감치 짐을 싼 이유였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었거든. 너무 많은 것을 만족시켜주었었다. 말하자면 기대치가 높았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다 보니 다음에도 그렇겠거니... 그러나 그게 그런가? 그러니까 바로 실망하고 기대는 급히 식고. 더 이상 그들을 찾는 예능이 없게 되었다.

 

반면 오래 가는 예능인들은 크게 터뜨리는 것은 없지만 그러나 꾸준한 이들이었다. 딱 그만한 기대에, 딱 그만큼한 만족에, 그런데 가끔은 그런 기대를 넘어서는 재미도 주더라는 것이다. 그냥 그 만큼만 기대하고 보면 그 만큼은 재미있는 - 그리고 때로 그보다 훨씬 재미있는. 길들여진달까?

 

말 그대로다. 길들여지는 것이다.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런 모습들에. 그리고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항상 꾸준할 수 있는 일관성. 더 크게 만족시켜주지는 못해도 크게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만족할 수 있도록 대중의 눈높이를 자신에게, 또 자신을 그러한 기대에 맞춰가는 것이다. 내가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는 것이 70이라면 딱 그 만큼에 맞도록. 그리고 나머지 30은 필요할 때 강한 인상을 심어줄 때나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최근 청춘불패에서 구하라의 비중이 줄어드니 말들이 많다. 약발이 다했다느니, 바닥이 드러났다느니, 거품이었다느니, 그러나 사실 그건 당연한 것이다. 구하라의 나이 이제 20살, 예능이라고는 처음이다. 그런 어린 여자신인이 보여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을 리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구하라 혼자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멤버들도 함께 출연하는데. 그들까지 배려하자면 분량은 계속 줄어들고 비중도 어느 수준에서 고정되기 쉽다.

 

문제는 그러고 나서다. 과연 분량이 줄어들고 비중도 줄어들고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연예인들이 여기서 넘어갔다. 더 많은 것을 보이고 더 대단한 것을 보이고 대중의 관심을 다시 잡아끌려.

 

그러나 말했듯 그것도 한두번이지 매번일까? 매번 미스메주선발대회서처럼 망가질 수도 없는 것이고, 항상 구TA와 같은 상황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하라가 발전하는 만큼 다른 멤버들도 발전하고 있다. 특히 통편녀였던 한선화와 효민은 통편녀의 이미지를 활용해 이렇게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다. 과연 전처럼 그들과의 사이에 차별성을 둘 수 있는가?

 

그래서 지금까지 저리 길게 떠들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사람이란 항상 100을 보여줄 수 없기에 사람이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70이라면 무리하지 말고 70에 맞추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에 뒤쳐지더라도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70만 보여주는 게 낫다. 나머지는 기회 봐서.

 

다른 예능에서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보여주겠다. 더 대단한 것을 보여주겠다. 필요없다. 그래서 더 많이 더 대단한 것을 보여주면 대중의 기대는 바로 거기서 고정되어 버린다. 그런데 거기에 미치지 못하면?

 

사실 구하라는 지금 매우 잘하고 있는 중이다. 청춘불패에서는 저리 온갖 깨방정을 떨어대고 있지만 카라베이커리만 해도 굉장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니들과 함께 하는 프로이기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로써 구하라의 이미지는 청춘불패의 그것에 고정되지 않게 되었다. 헌터스에서도 굳이 분량 챙기겠다고 나대지 않은 덕에 그것이 구하라에 대한 기대로 바뀌지 않았다. 딱 청춘불패 정도?

 

더구나 아마 가장 의욕적으로 임할 청춘불패에서도 굳이 앞에 나서려 무리하는 것이 없다. 과연 원본은 어떤가 모르겠지만 최소한 방영분으로 보았을 때 한두 장면에서만 바짝 치고 나머지는 그냥 평상시의 모습이다. 물론 그 평상시의 모습도 알게 모르게 깨방정으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지만 초반 워낙 임팩트가 강했기에 그리 강한 인상은 주지 못한다. 그냥 거기 있구나 그런 느낌? 그런데 또 구하라가 빠지면 허전할 것 같은.

 

계산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영리한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긴 연예인 생활 벌써부터 모든 걸 보여줄 필요는 없다. 대중의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기대에 항상 만족시키려 할 필요도 없고. 마이페이스로. 할 수 있을 만큼만. 보여줄 수 있을 만큼만. 오래 가는 비결일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다. 욕심부리지 말고 괜한 오버하지 말고 한결같게. 대중에 맞추려하기보다는 대중을 자신에게 길들이라. 놀라게 하기보다 빈 자리를 허전해하게 만들도록. 그 허전함이 구하라라는 연예인을 찾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게끔.

 

지금 딱 그대로가 좋다는 것이다. 더할 필요도 없고 덜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겠지만. 혼자서 웃기려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함께 웃기기를. 자신을 더 아끼고 감추고.

 

예전 김국진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어찌 매번 웃길 수 있느냐? 기회가 되었을 때 한 두 번 제대로 웃기면 된다."

 

그대로. 그 한 두 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신인이니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