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적자 - 강동윤의 리더십과 백홍석의 절망, 그들이 만나다!

까칠부 2012. 7. 10. 09:42

전략은 낙관으로 세우고, 전술은 비관으로 채운다. 리더의 자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략은 리더가 세우고, 전술은 참모가 채운다. 리더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말하는 까닭이다.

 

운명을 믿어 성공하는 경우란 사실 그다지 없다. 모두는 자신을 믿는다.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재능이 뒷받침되어줄 때 성공이란 찾아온다. 하지만 정작 성공한 사람 가운데는 운명을 믿어 성공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째서인가?

 

그조차 운명인 것이다. 타고난 재능도, 그동안의 노력도, 모든 기회와 역경조차. 시련이다. 시험이다. 결국은 계기이며 기회다. 좌절하지 않는다. 절망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어차피 자신은 성공할 운명이니까. 그렇게 예정지어져 있으니까.

 

당연히 이기는 싸움이다.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그렇게 전제하고 전략을 짠다. 지는 경우란 생각하지 않는다. 지게 된다면 모든 것은 끝일 테니. 대신 전략을 짜고 나서는 질 경우를 생각해서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비하게 된다. 참모의 역할이다. 그래서 참모는 부지런해야 하고 리더는 게을러도 좋은 것이다. 리더는 이기는 한 가지만 보면 되지만 참모는 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보아야 하므로. 대신 리더는 참모에게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강동윤(김상중 분)이 대통령후보인 이유다. 신혜라(장신영 분)이 강동윤과 서회장(박근형 분)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다시 강동윤에게 돌아오고 마는 이유인 것이다. 이미 강동윤은 신혜라가 자기에게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인 PK준의 핸드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사용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신혜라는 걱정이 많다.

 

후회한다. 그때 PK준과 만나려는 강동윤을 자신이 말렸으면. 장병호(전국환 분)가 박민찬(송영규 분)보다 먼저 PK준의 핸드폰을 손에 넣었다면. 자신이 서지수(김성령 분)의 개인금고에서 PK준의 핸드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실현되지 않은 과거를 아쉬워하며 지금에 미련을 갖는다. 그에 비하면 강동윤은 어떤가? 그 모든 것이 지금을 위한 과정이라 말하고 있다. 지금이 최선이라고. 따라서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들 또한 최선이었노라고. 최선을 위한 필연이었노라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신혜라는 당장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10년 전에는 강동윤이었다. 아버지의 일로 공천심사에서 떨어지고 절망하고 있던 그때 강동윤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마도 신혜라가 그동안 강동윤에게 보였던 어떤 애틋하고 간절한 감정이란 이성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기댈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집착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강동윤에게서 버려졌다는 판단이 서자 주저않고 서회장을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전에는 서지수의 개인금고에서 강동윤의 동영상이 담긴 PK준의 핸드폰을 발견하자 그것을 조심스레 손이 쥐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시 서회장으로부터 내쳐지려는 조짐이 보이자 강동윤을 찾아가 협상을 시도한다.

 

머리가 너무 좋다. 생각이 너무 많다. 그래서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고 만다. 지게 될까? 혹시 실패하게 될까? 좌절하지는 않을까? 절망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래서 머뭇거리게 된다. 겁먹고 제자리에서 주저하게 된다. 강동윤이라면 정면으로 헤쳐나가려 했을 것이다. 당장은 잠시 멈추어서더라도 다시 앞으로 달려나갈 기회를 노렸을 것이다. 그러나 신혜라는 그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찾는다. 다른 무언가를 찾는다.

 

강동윤의 신혜라에 대한 조언이 그래서 매우 냉정하면서도 적절하다. 이런 핸드폰따위에 의지하지 말라. 고작 이런 핸드폰따위에 의지한다는 자체가 약하다는 증거다. 자기에게 자신이 없다는 증거다. 그녀에게는 운명이 없다. 그녀의 꿈을 이루려는 필연이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그것을 대신해 주겠다. 필요한 존재가 되라. 자신의 필연에 필연이 되어 곁에 있으라.

 

서회장과 서영욱(전노민 분)의 차이이기도 하다. 리더와 리더가 되지 못하는 자의 차이다. 리더는 앞으로 나가는 자지 뒤를 살피는 자가 아니다. 후회하고 미련을 두는 것은 리더의 몫이 아니다. 리더는 앞으로 달린다. 어떤 경우에도 남들보다 앞서 앞으로 달린다. 역설적이지만 강동윤이 대통령후보로서 매우 훌륭하다는 이유인 것이다. 비록 백홍석의 딸을 죽이고 한 집안을 파탄낸 파렴치한 범죄자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정도는 악행에도 못들었다. 더구나 정치권력을 둔 싸움이라면 그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아무튼 강동윤의 그같은 낙천과 긍정이 대선에서도 힘을 받는다. 전혀 관심도 없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 전혀 생각도 없는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말들을 건네고, 보는 눈을 생각해서 떡볶이며 설렁탕이며 맛있게 먹는 사진을 찍는다. 그 과정 자체가 즐겁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그보다는 그것이 자신의 표를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힘든 것을 힘든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굴욕을 굴욕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자존심이란 없다. 거짓도 없다. 유세를 하는 동안에는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이 진실에 가까워진다. 그렇게 믿는다. 그러니 힘들 것도 없다. 거리낄 것도 없다. 그에 비하면 처음 먹는 설렁탕이며 떡볶이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지수는 얼마나 정상에 가까운가? 이것이 정상이다.

 

후보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모습들에 현혹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 별 것 아니다. 그들은 이미 배우이기도 하다. 자신을 억제하며 새로운 자신을 끄집어내어 그것으로 대신한다. 분리가 가능하다. 보통 사람들은 불가능한 그것이 그들은 가능하다. 그래서 그들은 정치를 한다. 권력을 가진다. 당하는 사람만 모른다. 오죽했으면. 오히려 동정한다.

 

출구가 없는 절망스런 상황에 신혜라는 극단을 선택한다. 조형사(박효주 분)를 차로 치고 그 목숨을 미끼로 백홍석을 위협한다. 항상 역사를 보더라도 악인이 승리하는 경우가 더 많은 이유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살인, 폭행, 납치, 협박,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그러나 선인은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선인이다. 다시 한 번 백홍석과 최정우(류승수 분)는 강동윤과 신혜라의 악의 앞에 무력하게 무너지고 만다. 백홍석이 무너진다. 그의 마지막 선에 대한 의지가 사라진다. 최정우의 법에 대한 의지마저 꺾이고 만다. 백홍석의 복수를 도와줘야 한다. 검사가 할 말이 아니다.

 

최정우와 박민찬의 대립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들은 거울의 반대편이다. 최정우에게 박민찬이란 그가 가기를 거부한 길이고, 박민찬에게 최정우란 자신이 과거 포기한 길이었다. 누구나 한때는 순수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유혹에 갈등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택했다. 최정우는 순수의 길을, 그리고 박민찬은 유혹의 길을. 서로의 길을 거부했고 또한 포기했다. 최정우는 박민찬이 되기를 거부했고, 박민찬은 최정우가 되기를 포기했다. 거부하고 포기한 길이기에 이제 와서 서로의 모습을 보는 것은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최정우는 박민찬을 혐오하고, 박민찬은 최정우를 질투한다.

 

백홍석이 마침내 더 이상 화를 내거나 눈물을 흘리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화를 낸다는 것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믿음도 없이 백홍석은 자신만을 믿으려 한다. 자신의 분노와 슬픔 그 자체만을 믿고 행동에 나서려 한다. 딸을 위해서. 아내를 위해서. 강동윤에게 속고 있는 모두를 위해서. 강동윤으로 인해 상처받는 다른 모두를 위해서. 법이 그를 심판해주지 않으니 자기가 심판하겠다.

 

신혜라에게 밀항하겠다 속이고 도중에 바다를 헤엄쳐 뭍으로 오른다. 그리고 강동윤의 아버지가 하는 이발소에서 강동윤이 들르기를 기다린다. 강동윤의 당선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강동윤이 가장 먼저 이발소에 들르리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들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기다린다. 그곳에서 강동윤은 백홍석을 마주한다. 백홍석은 미쳐 있다. 조용히 미쳐 있다.

 

과연 백홍석의 의지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강동윤은 이번에도 백홍석의 의지를 피해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서회장이 잠잠하다. 서동욱도 잠잠하다. 아직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작 백수정을 죽인 것도 강동윤의 아내 서지수다. 강동윤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는다.

 

인물은 인물이다. 강동윤이란. 만일 현실의 인물이라면 필자 역시 그에게 한 표 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정치인에게 교활하다는 것은 흠이 아니다. 뻔뻔하다는 것도 결코 단점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은 국민을 대신해 다른 정치인과 싸울 수 있다. 차원이 다르다. 그에게는 운명이 있다. 대통령이 되어야 할 운명이. 그래서 그가 선택한 살인교사가 슬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함을 알기에 더욱 안쓰럽다. 그럼에도 그는 살인자다. 드라마가 우울한 이유다. 그는 용서받을 수 없다.

 

막바지다. 강동윤은 대통령이 되고, 백홍석은 절망의 극단으로 내몰렸다. 최정우도 절망한다. 서지원(고준희 분)도 좌절한다. 모두가 휩쓸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희망과 절망의 극단에서 강동윤과 백홍석은 만난다. 드라마가 의도한 것이다. 서회장과 서동욱은 어디에서 만날까? 흥미롭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