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뱀파이어 검사2 - 인간 민태연의 기억과 인연, 유정인 질투하다.

까칠부 2012. 10. 22. 09:34

이번의 주제는 역시 질투였을까? 난데없이 민태연(연정훈 분) 앞에 나타난 박혜리(심이영 분)의 존재에 유정인(이영아 분)는 신경을 곤두세운다. 박혜리의 무죄를 믿고 싶어하던 민태연의 마음이 어린 시절의 인연 때이라면 박혜리의 유죄를 굳게 믿고 있는 유정인의 마음은 무엇에서 비롯된 것일까?

 

사건 자체는 매우 평이하다. 잊을 만 하면 한 번 씩 인구에 회자되는 연예인 성상납 문제가 이번에도 다시 드라마의 소재로 쓰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과연 그 주체가 자기가 아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또 어떤 느낌일까? 더구나 외로운 처지에 서로 오빠동생하며 친혈육과도 같이 함께 자라온 이였다. 마지막 순간 민태연은 그를 위해 검사로서의 자신마저 포기하려 한다. 다만 그 디테일에 대해서는 아니나 다를까 수사드라마답게 더 이상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민태연은 그리워하고 유정인은 질투한다. 그것으로 족하다. 다시 나올 캐릭터가 아니다. 나중에라도 다시 보게 될 인물이 아니다. 더 이상 깊게 들어가는 것은 낭비다. 한 번 출연하고 말 캐릭터라면 그 정도의 비중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 그래서 박혜리는 철저히 평면적으로 그 이미지만이 보여지고, 민태연과 유정인 역시 마치 그림이나 사진을 보듯 평면의 그녀를 감상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민태연과 유정인 자신에게도 깊이 이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마치 관찰하듯 거리를 두며 꼼꼼히 디테일하게 살핀다.

 

민태연과 유정인, 황순범(이원종 분), 최동만(김주영 분), 조정현(이경영 분)의 캐릭터와 역할이 분명하다. 이들 자신의 캐릭터와 관계에 의해 드라마가 확실한 중심을 가지고 일관성있게 꾸려나가진다. 그러면서도 이들 인물들에 깊이 매몰되지 않음으로써 주위를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 박혜리도 사건의 당사자로서 따라서 이번 회차에 한정해서는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잠시 방을 양보해도 어디까지나 방의 주인은 이들 자신이다. 비슷한 설정으로 다양한 장면과 상황을 다루지 않으면 안되는 시즌물로서 최적의 조건이다. 딱 그 정도로면 매 에피소드마다 인물들은 등장하고 중심에 있다가 사라져간다.

 

흥미롭다면 뱀파이어 L(권현상 분)과 박혜리가 겪은 스토커 사건을 혼동을 불러일으키기 좋도록 적절히 섞어 쓴 제작진의 의도일 것이다. 뱀파이어 L이 한 여성을 습격하는 장면과 스토커에 의한 여배우 살인사건이 직렬로 배치된다. 마치 직접적인 연관이라도 있는 것처럼. 실제 필자 자신도 처음 살인사건을 접했을 때 그 범인이 뱀파이어 L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별개의 사건이었고 사건의 범인 또한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모든 사건이 종료되고 다시 L이 나타나 민태연을 습격함으로써 이야기는 다시 그에게로 이어진다.

 

이 모든 일련의 일들의 시작은 바로 뱀파이어 L이다. 그가 있었기에 박훈은 뱀파이어가 되었고, 그 박훈에 의해 장철오와 민태연 자신이 뱀파이어가 되어 있는 중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그를 만나게 된다. 이 모든 악연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하필 사건의 중심에 인간이던 시절의 민태연의 그리움의 대상이 나타난 것은 그래서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어떤 식으로든 뱀파이어 L과 결판을 지을 때 드라마도 마무리된다. 아니 뱀파이어L의 배후에도 다른 뱀파이어가 있을지 모르겠다. 적은 끊임없이 나온다. 그것이 드라마의 시작이며 끝이다.

 

집단스토킹을 청부하는 조직이 있다는 설정은 또한 무척 흥미로웠다. 집단스토킹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그것으로 안 될 경우 고문과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런 것 치고는 조직의 규모나 짜임새가 그다지 그럴싸한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것이 차라리 흥미로울 정도다. 한국 드라마에서 경찰을 넘어서는 범죄조직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더 크게 키웠다면 뱀파이어 L과 더불어 특수수사팀의 훌륭한 라이벌이 되었을 것이다.

 

몇 번의 반전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반전을 통해 드러난 진실이 어쩌면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형태야 어떠하든 드라마는 여자연예인의 성상납과 관련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 주제가 강하면 그를 포장하는 형식은 때로 빛을 잃기 쉽다. 자못 선정적이기까지 했다.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을 정의하는가? 그는 뱀파이어다.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기억도, 인연도, 감정도 무엇 하나 놓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그런 것들에 구애되며 살아간다. 뱀파이어 L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는 철저한 뱀파이어다. 의미가 있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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