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택풍수의 이론적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동진시대 곽박이 주장한 이른바 '동기감응설'이다. 같은 기는 같이 느끼고 반응한다. 부모에게서 자식이 태어나고 부모의 기 또한 자식이 물려받는다. 부모에게서 그 자식으로, 자식의 자식으로, 그렇게 혈연은 기를 통해 이어진다. 따라서 조상이 어떤 삶을 살았고 죽어서 어디에 묻히는가에 따라 자식 또한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조상이 덕을 쌓으면 그 복이 후손에게 미치고, 조상이 악업을 쌓으면 그 화 또한 후손에게 이른다. 그것을 음덕이라 부른다. 죽어서 같은 기를 갖는 이들끼리 하나가 되고자 한 것이 바로 선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모를 어떻게 해서든 보다 좋은 곳에 모심으로써 후손들이 그 덕을 보고자 한다. 음택풍수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다.
참으로 절묘하다. 제대로 풍수를 이해하고 있다. 풍수란 무엇인가? 특히 명당을 찾는 음택풍수란 무엇을 근본으로 하고 있는가? 어머니의 유품을 모실 묘자리를 찾는 원나라 사신에게 지상(지성 분)은 직접 여기저기에 누워보도록 시킨다. 그리고 묻는다. 느낌이 어떠한가? 어머니에게 편한 자리라면 자식에게도 편하다. 어머니에게 불편하다면 자식에게도 불편하다. 자식이 추우면 어머니도 춥고, 자식이 마음이 불편하면 어머니 역시 마음이 불편하다. 저도 모르게 자식은 자신이 가장 편한 자리에 줄곧 발을 붙이고 서 있는다. 누우니 포근하고 따뜻하다. 그러나 알 수 없다. 어머니가 바로 그곳에 묻혀 있었다. 자식이 어머니를 찾은 것이다. 만일 어머니가 그곳에 묻혀서 왕이 되는 기를 한몸에 받았다면 사신 또한 왕의 기를 한 몸에 품게 되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말하는 '자미원국'을 품고 '군왕지지'를 품는 원리다. 이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는 풍수가 무엇인가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어머니가 군왕지지에 묻혔다. 군왕지지에 묻혔으니 군왕에 이르는 기가 어머니의 시신에 모였을 것이다. 어머니의 기가 그 기를 받고 그 기는 다시 같은 기를 갖는 딸에게로 이어진다. 딸이 낳는 자식이 곧 왕이 된다. 다만 함정이 있다. 선덕을 쌓으면 그 복 역시 자식에게로 가지만 악업을 쌓으면 그 화 또한 자식에게 미친다. 정식으로 쓴 묫자리가 아니다. 몰래 훔쳐서 곁자리에 묻었다. 욕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과연 반야(이윤지 분)가 군왕지지에 사로잡혀 욕망의 화신이 되어가는 것은 그녀에게 복일까? 화일까? 그녀의 비극은 이미 예고되고 있다. 모두 그녀 자신의 욕심과 순간의 작은 악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 그래서 음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음덕이라 말하는 것이다. 덕보다 더 길한 것은 없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욕심을 위해 죄를 청하고 자신에 적대적인 노국공주(배민희 분)의 밑으로 들어간다.
역사는 필연에 의해 움직이고 인간은 운명에 이끌려 살아간다. 어머니는 자식을 버리고 또 다른 자식을 거두어 길렀다. 어머니는 자식을 버리고 다시 자식을 찾으려 한다. 어머니이며 어머니다. 자식이며 자식이다. 목지상과 이정근(송창의 분)는 형제 아닌 형제다. 이들의 어머니 영지옹주(이승연 분)는 목지상을 낳았고 이정근을 품어 길렀다. 영지옹주에게 목지상도 아들이고 이정근도 아들이다. 목지상과 이정근에게도 그녀는 어머니다. 그러나 그들은 타인이다. 비극을 잉태한다. 신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카인이 아벨을 죽였듯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자 하는 이정근의 욕심이 목지상의 오해와 맞물리게 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이정근을 영지옹주의 품에 맡겼던 수련개(오현경 분)의 이기가 있다. 올곧게 자랐지만 그것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이성계의 변심이 빠르다. 위화도에서 회군하기까지 이성계는 고려조정에 충성을 다하던 충성스런 무장이었다. 위화도에서의 회군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러나 이미 왕명을 어기고 오히려 왕을 향해 창을 겨눈 그로서는 왕이란 부담스런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당장이야 이성계 자신이 가진 힘이 두려워서라도 함부로 어떻게 못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조금의 틈만 보여도 그 화는 자신과 주위에까지 미치고 말 것이다. 떠밀리듯 권력을 쥐고 권력의 정점에 섰다. 그리고 왕이 되었다. 왕이 되고 조선이라고 하는 새로운 왕조까지 열었음에도 그래서 이성계의 행보는 그의 아들 이방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는 왕이 되려 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왕이 된 사람일 뿐이다. 최소한 공민왕대에 있어서는 그는 고려왕의 충실한 신하여야 했다. 하지만 역시 드라마인 이상 너무 질질 끄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어머니 영지공주와 그 자식들인 목지상 이정근, 그리고 또 다른 어머니 수련개, 그리고 어머니가 되고자 하는 반야, 왕인 이와 왕이 되고자 하는 이와 왕이 될 이, 고려를 지키려 하고, 고려를 무너뜨리려 한다. 이제는 과연 '자미원국'이란 그렇데 절실한 존재인가. '자미원국'이란 그렇게까지 필연적인 존재인가. 그러나 다시 한 번 등장한다. 이성계는 왕이 되어야 하고 고려는 멸망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아들, 형제 아닌 형제들, 그들의 이야기는 그러면 어떻게 전개되어 갈 것인가. 새로운 시대는 그들에게도 희망이었는가? 아니면 절망이었는가? 그도 아니면 단지 회상에 불과했는가?
목지상이 무학대사(안길강 분)를 만났다. 무학대사는 곧 이성계와 만나게 될 것이다. 목지상이 이성계를 만나야 한다. 어머니와 만났다. 어머니가 그를 안다. 아들은 어머니를 알아볼 수 있을까? 또다른 어머니의 아들과의 관계가 비극을 예감하게 한다. 아직은 동기가 없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위해서, 조선이 건국되기 위해서, 이성계가 자미원국이라고 하는 운명을 손에 넣기 위해서,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일 것이다. 따로 떼어 놓아도 흥미롭다. 여말선초의 격동기의 거대서사와 만나니 더 흥미롭다. 재미있어지고 있다. 다음주를 벌써 기대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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