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이란 선에 대한 외경이다. 다시 말해 선을 동경하고 두려워하기에 선을 치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위악이란? 악에 대한 외경일까?
설마... 인간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자기가 악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 정도 되면 그는 그 자체로 악이다. 굳이 악을 치장할 것 없이.
그보다는 위악 또한 위선이라 보면 되겠다. 다만 차이가 있다. 위선이 보편적인 선에 대한 외경이라면 위악은 그 보편에 대한 혐오와 경멸이라고.
쉽게 말해 흔히 쓰는 말로,
"너희가 나를 왕따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왕따시키는 거야!"
말 그대로,
선지자라고 하지?
"아버지, 저들은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는 거다. 너희들과 다르니 너희들과 생각도 행동도 다르다.
이를테면 정신적인 메저키스트다. 그들은 자신들이 공격받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나는 남들과 같지 않다. 남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은 뒤틀어진 우월감으로 이어진다.
한 마디로 인지의 부조화다. 말했잖은가? 너희가 나를 왕따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왕따시킨다. 말이 되는가?
열등감이라는 거다. 지독한 열등감이 그 내면에서 파열을 일으키는 거다. 열등감이 지나쳐 그 열등감 자체를 우월감으로 바꾸려 든다고나 할까? 남들로부터 공격받는 것을 우월감의 증거로써.
나는 남들로부터 공격당한다. 남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놀림을 당한다. 왜? 내가 열등하다면 그처럼 비참한 게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난 남들과 다르니까."
그래서 의도적으로 남들과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허세를 부리며 짐짓 거드름도 피우고 잘난체도 하고, 어서 나를 괴롭혀달라. 어서 나를 놀려달라. 어서 나를 공격해달라. 거기서 쾌감을 얻고.
중 2병이랄까? 스스로 설정하고 그 설정 안에서 노는 거다. 주위와는 상관없이. 주위를 장난감삼아. 진지해지기에는 너무나도 빈곤한 그들의 자아가, 영혼이. 그 안에 갇혀서는.
누군가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니까 정도의 차이만 조금 있달까? 정도의 차이만 있다. 열등감의 깊이와 그것을 드러내는 표현의 수위가.
악의를 드러낸다는 것은 그래서 저열하다. 전혀 악의없이 악의를 드러낼 수 있다는 건 그래서 비굴하다.
그러나 인간이란 원래 저열하고 비굴한 동물이라. 그렇게 서로 용납하고 사는 것이다. 선만 넘지 않으면.
그리고 그 선을 넘어선 인간들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찌질이. 병신. 모질이. 찐따. 잉여. 쓰레기.
아, 미안. 저 소리 들으면 오히려 그들은 좋아한다. 그들을 진정으로 괴롭히는 것은 저같은 비난이 아니라 완전한 무관심이니.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오히려 그들은 더 괴롭다.
누구를 말하는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러나 내가 특정하지 않는 것은 그가 한 사람만을 가리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 아니 오프라인을 포함해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악의 없는 악의들. 생각없음.
그나마 찌질거리는 것으로 끝나면 상관없지? 그러다가 힘이라도 손에 넣어 보라. 저 파열된 자아가 분에 넘치는 힘이라도 손에 넣게 되면? 그리고서 말한다.
"어리석은 것들!"
"너희는 내 고귀한 뜻을 이해 못해!"
"나는 너희와는 다른 존재야!"
이건 짜증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에서 알량한 힘을 손에 넣은 인간들이 어쩌는가 보자. 리플을 달고 그 리플에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본 어떤 인간들이. 그것도 힘이라고.
답이 없다는 것이다. 무어라 한다고,
"너희들이 몰라서 그래!"
"한심한 것들!"
그야말로 혼자서 모두를 왕따시키려는 것이니.
그래서 맹자께서도 말씀하신 것이 있다.
"자신을 저버린 인간과는 상종을 말라."
무관심이 답이라는 것이다. 철저히 없는 사람마냥. 말로 들을 상대가 아니니.
보내려면 대신 한 번에 화끈하게. 괜한 틈을 보이면 성가시다. 차라리 무관심으로 내버려둘 지언정.
세상은 넓고 쓰레기는 이렇게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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