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왜 김현중이 욕을 먹어야 하는가?

까칠부 2010. 1. 20. 17:57

김현중의 말이 옳다.

 

과연 당시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다면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두환이 우스운가? 선거라도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가 인사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가 전두환이다. 언론에서 크게 다루고 그래도 전혀 당선에 지장이 없다. 오히려 당선만 잘 된다.

 

힘이 있으니까. 힘이 있다. 그가 그동안 쌓아 올린 인맥이며 여전히 그를 추앙하는 사람이며, 연예인따위? 어지간히 거물급이더라도 보내는 건 한 방이다. 그럴 힘이 전두환에게는 있다. 그런데 하물며 새파란 애송이 아이돌이야.

 

오죽하면 김대중이 IMF로 어렵고 혼란스럽던 와중에 김영삼이 죽이자고 가둬놓은 전두환을 풀어주었겠는가? 그게 바로 현실이니까. 그런데 누구를 탓하고 있는가. 아무 힘도 없는 연예인을.

 

말 그대로다. 연예인이 무슨 힘이 있나? 어처구니 없는 악플이 달리고, 그에 관련한 글들이 게시판이며 블로그를 채우고 있어도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게 연예인이다. 말 한 마디 하면 그것 가지고도 온갖 비난을 들어야 하는 게 연예인이다. 권력과 척지고서 그러고서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일단 자기들부터가 이렇게 마음에 안든다고 마음껏 찧고 놀면서. 그렇게 마음대로 단정하고 단죄하고 비난하면서. 자기들보다 전두환이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차라리 탓하려거든 전두환을 저리 내버려둔 앞세대를 탓하라. 차라리 죽였어야 할 전두환이 여전히 저리 떵떵거리고 살 수 있도록, 떵떵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위세부리며 행세할 수 있도록 한 앞세대와 그런 사회를 탓하라. 전두환을 찾아가 인사하는 것으로 오히려 지지를 얻고 당선도 되고 하는.

 

이거야 원... 다른 게 마녀사냥이 아니다. 이런 게 마녀사냥이다.

 

프랑스가 해방되고 프랑스 남성에 의한 프랑스 여성 사냥이 있었다. 독일 군인과 사랑에 빠졌던 여성이나, 혹은 생계를 위해 몸을 팔아야 했던 여성이나, 머리를 깎이고 강제로 마을에서 쫓겨났으며, 심지어 그 아이들은 마치 짐승처럼 우리에 갇혀 자라야 했었다. 누구 탓이던가? 전쟁은 남자들이 졌다. 여성들은 그런 현실에 적응하며 살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남성들은 비겁하게도 여성들을 단죄했다.

 

배설이다. 자신들의 분노, 굴욕감, 수치심을 여성들을 학대함으로써 배설한 것이다. 시대의 불안과 공포와 욕망을 마녀들을 통해 배설하려 했던 마녀사냥의 현대판이었다. 지금은?

 

차라리 대놓고 전두환을 비난하라. 그리고 다시는 전두환이 행세하지 못하도록 그리 만들던가.

 

그러나 안되지 않은가? 여전히 전두환은 건제하고 정치권이든 어디든 전두환의 눈치를 본다. 그런데 김현중만은 안된다? 연예인이어서 안된다? 정말 같잖다는 거다.

 

누구의 탓인가? 바로 이 사회의 탓이다. 바로 우리 역사의 탓이다.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바로 세우지 못한. 그런 현실 속에 김현중과 같은 이들을 내던진.

 

나는 그래서 전두환은 증오하고 혐오하면서도 김현중에 대해서는 별다른 감정이 없다. 그럴 수도 있었겠거니. 잘못은 그가 아닌 전두환을 그런 위치에 내버려둔 바로 앞세대들의 잘못이니까.

 

서른 넘었다면 자기기만이고, 서른 아래라면 무지다. 누가 김현중을 욕할 수 있는가?

 

하긴 그렇게 김형중이라도 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나약함이, 그 비겁함이.

 

답답한 노릇이다. 전두환은 저리 건재한데.

 

그래도 또 전두환 찾아가 절하는 누군가는 다시 당선도 되고 하겠지? 우스운 현실이다.

 

같잖다.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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