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부러웠다. 아니 신기했다. 어떻게 외국에서는 고양이를 저렇게 놓아기를 수 있는 것일까?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 어머니가 집에 오셨었다. 서로의 동선이 꼬였다. 그 틈을 타고 그동안의 단속도 무색하게 쭈그리 녀석이 집을 나가고 말았다. 일마치고 돌아온 다음에야 그것을 발견했다.
하기는 녀석도 바깥구경이 그리 하고 싶어서 집을 나간 것이었을 게다. 집을 나가 마음껏 돌아다니고 예쁨 암코양이랑 섬싱도 만들다가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니더라도 바깥에서 나름대로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8살. 고양이치고 제법 나이도 먹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걱정되고 마는 것은 혹시라도 누군가로부터 해코지나 당하지 않을까. 사람이 가장 무섭다. 단지 고양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하는 것이 일상인 한국이다. 고양이를 혐오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혐오할 권리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은 한국사회다. 고양이를 내보내기가 두렵다. 혹시나 그런 사람들로 인해 고양이가 다칠까봐.
한국인은 참 정이 많다. 얼마나 정이 많으면 고양이가 혹시라도 밖에서 다칠까 문까지 꼭꼭 걸어잠그고 살도록 만들겠는가. 고양이가 집을 나가면 이리 사람이 두려워서 불안에 떤다. 지금 내가 내 정신이 아니다. 자다가도 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벌떡벌떡 일어나 깨고 만다. 혹시라도 녀석이 오지 않았을까. 혹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고 있지는 않을까.
고양이가 집을 나가도 단지 그동안의 정이 무거워 아쉬워하는 그런 여유란 불가능한 것일까? 불가능하다. 왜냐면 여기는 한국이니까. 대한민국이다. 동물을 혐오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인간이기에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사회다. 녀석이 부디 아무 탈 없이 - 아니 조금 다쳤더라도 돌아오기만 했으면.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있으니 이리 마음이 쓰이고 만다.
사람들이 무섭다. 인정많은 사람들이 무섭다. 정이 두터운 사람들이 무섭다.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무섭다. 한국인이 무섭다. 그 정을 싫어한다.
아무튼 최근 내가 상태가 상태가 아니다. 잠도 못자고, 먹기도 제대로 못먹고, 그래서 설사까지 생겼다. 게임도 못하고 있다. 책도 읽느니마느니. 남은 두 녀석들은 쉴새없이 울어대고.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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