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특수사건전담반TEN2 - TEN의 해체와 의문의 출소자, 새로운 시작

까칠부 2013. 7. 1. 09:45



경찰이 경찰을 납치해 살해한다. 그래서 경찰이 보복에 나선다. 경찰의 복수란 다른 것이 아니다. 범죄를 밝히는 것이다. 범죄자를 추적하여 체포하는 것이다. 경찰을 해하는 것은 필경 법과 질서를 해하려는 무리들일 것이다. 단호히 수사하여 단죄한다.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만이 경찰이 해야 할 - 그리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일 텐데. 누가 경찰을 위해하는가? 누가 경찰을 죽이려 하는가? 누가 경찰을 상처입히고 모욕주는가? 그러나 경찰청장은 끝내 '특수사건전담반 TEN'팀을 원망한다. 개가 주인을 물었다고. 죄를 지은 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밝히려는 자들이 문제다. 그래서 마석기(성지루 분)는 경찰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누설하려는 이들을 죽이고 다닌다.


지난주에도 한 번 비슷한 취지로 다루었었지만 상당히 상징적인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경찰이 경찰을 납치한다. 경찰이 경찰을 협박한다. 경찰이 경찰을 폭행하고 그 총기를 탈취한다. 경찰이 경찰을 죽이려 한다. 그래서 경찰이 나선다. 죄를 밝히고 범죄자들을 단죄한다. 그들을 원망한다. 'TEN'팀은 해체된다. 최근 크게 이슈가 되고 있 사건까지 맞물려 어쩌면 드라마는 경찰에게 묻고 있을 지 모른다. 당신들을 부끄럽게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고.


처음 작가의 실수인가 생각했었다. 실종된 여고생 류미호의 복수를 위해 지진혁을 죽이려 했다는 마석기의 진술에. 그것은 경찰의 방식이 아니었다며. 마석기는 경찰이었다. 자칫 지진혁이 죽기라도 하면 류미호의 실종과 관련한 진실이 묻힐 수 있다. 설사 벌써 지진혁에 의해 살해당한 뒤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진실부터 먼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범죄피해자 가족들도 그래서 항상 가장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 사건의 진상이다. 죽었으면 죽었다, 죽임을 당했다면 누가 어떻게 자신의 가족을 살해했는가. 복수는 그 다음이다. 그런데 류미호의 복수를 하겠다면서 마석기는 먼저 총부터 꺼내 쏘고 있었다. 무리수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착각이었다. 역시나 드라마는 필자가 기대한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류미호를 죽인 것은 지진혁이 아니었다. 텅 빈 청부업자의 사무실에서 이것은 이병만의 방식이 아니라고 말하던 검찰의 말에 힌트가 있었다. 이병만이 한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이병만의 사주를 받은 지진혁이 한 것도 아니었을 터였다. 다른 누군가다. 그러고 보면 죽이겠다고 류미호를 납치했던 청부업자들이 류미호가 마석기에게 문자를 남기도록 여유를 주었다는 것도 이상하기는 했다. 예상했던대로 마석기는 이병만과의 사이에서 심부름을 하던 류미호가 혹시라도 다른 마음을 먹을까 지근거리에서 감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해 있었던 것이었다. 류미호를 데려간 경찰이라는 것도 어쩌면 마석기였을 것이다. 마석기가 류미호를 죽였다.


복수란 가장 인간적인 행외다.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는 여지훈(주상욱 분) 자신의 자신을 위한 변명이었을 것이다. 복수란 가장 인간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인간의 에고에 충실한 행동일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살아있는 자신도 제대로 모르는데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아서 그를 위한다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자기를 납득시키려 한다. 자기를 설득하려 한다. 자기를 위로한다. 그래도 죽은 이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노라고. 그렇게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때로 인간은 괴물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복수라는 당위가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처음 여지훈이 마석기의 복수에 대해 공감을 표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마석기의 비인간적인 냉정함과 잔혹함은 그로 인한 것이었을 게다. 복수만을 생각하느라 어느새 이성과 양심마저 복수에 잡아먹히고 말았을 것이다. 복수란 때가 있다. 그 때를 놓치면 더 복잡해진다. 그러나 지진혁의 시체 앞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흙투성이가 되어 있던 마석기의 구두를 보면서 마침내 여지훈은 감춰져 있던 진실을 찾아내고 만다. 여지훈 자신의 구두도 헐어 있기는 했지만 흙투성이까지는 아니었다. 도시의 아스팔트가 아닌 포장되지 않은 길을 제법 걸었던 흔적일 것이다. 지진혁이 죽은 용마공원은 포장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하필 여지훈이었던 때문이었다. 복수를 위해 7년을 살았다. 무려 7년 동안 오로지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그런 여지훈 앞에서 복수를 말했다. 그래서 쉽게 공갑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더욱 쉽게 그 헛점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뒤늦게 소식을 알고 찾아왔다면 지진혁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마석기의 구두가 그리 흙투성이가 되어 있을 리 없었다. 만일 일찌감치 지진혁의 행방을 알았다면 결코 다른 누군가가 지진혁을 죽이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수사관으로서 마석기는 결코 무능하지 않다. 답은 하나다. 마석기가 죽였다.


하기는 여기서도 허점은 있었다. 총을 쏘게 되면 발사된 탄두에는 총열을 지나면서 생긴 선조흔이라는 것이 생긴다. 그리고 이 선조흔은 총기마다 각기 다 다르다. 지진혁이 가지고 있던 것은 리볼보였는데 정작 마석기는 살인현장에서 자동권총을 쓰고 있었다. 선조흔만 조사해도 지진혁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 최소한 지진혁이 자신이 소지한 총기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역시 마석기의 탄창에서 총알을 빼내기 위해서는 마석기의 총기가 다른 사람의 그것과 구별될 수 있어야 했을 것이다. 한눈에 마석기의 총을 알아보고 탄창에서 총알을 빼낸다. 어쩔 수 없는 구성상의 허점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마석기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한참 뒤였다. 바로 마석기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면 무척 지루해졌을 것이다. 마석기가 범인인 것을 숨긴 채 함정을 판다. 박민호(최우식 분)가 빼돌린 유심칩과 함께 마석기가 박민호를 호송하던 구급차에 같이 타게 된다. 밖에서 소란이 일고 마석기가 총을 꺼내 박민호에게 겨눈다. 무심코 유심칩의 존재를 털어놓는 박민호의 모습이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어찌해야 할까. 하지만 바로 백도식(김상호 분)이 들어와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마석기의 총이 불발되기 전까지. 그보다 한참 앞서 있었다. 함정이었다. 마석기를 위한 함정이었고 시청자를 위한 함정이었다. 진실이 밝혀진다.


총을 겨눈 지진혁과 꿇어앉은 박민호를 배경으로 울려퍼지던 총소리 역시 함정이었을 것이다. 공포였다. 몸에 총알이 날아와 박히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죽을 수 있다는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더욱 지진혁은 박민호의 출입증을 피묻은 천과 함께 땅에 묻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지진혁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것을 빼돌릴 생각을 한 박민호가 대단한 것이다. 과연 박민호가 TEN의 멤버가 된 이유가 있었다. 가볍게 보이는 밝은 모습과는 달리 지독한 구석이 있다. 백도식이 비로소 박민호를 인정한다.


"이 직업(경찰)은 죽을 때까지 개고생이다. 각오해라!"


그리고 비오는 날 서로 만났듯 다시 비오는 날 그들을 헤어진다. 갑작스런 비처럼 갑작스럽게 다시 서로의 갈길로 흩어진다. 물론 같지는 않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동안 쌓아온 우정이 있다. 서로를 향해 웃는다. 여지훈은 웃지 못한다. 대신 자신의 약혼자를 살해한 범인 송경태를 찾아가 말없이 앉아있는다. 미움도 원망도 없다. 그렇다고 용서도 못한다. 단지 살아간다. 새로운 관계와 기억들이 쌓여간다. 울고 있었다. 오늘을 산다는 실감을 갖는다.


한 범죄자가 출소를 한다. 7년만이다. F가 마지막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7년의 시간이 흘렀다. 흔히 쓰이는 패턴이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던 범죄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사라지더니 한 동안의 공백을 갖는다.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사정이 범인에게 생기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도소다. 다른 범죄로 잡혀들어간 바람에 정작 범인이 사라지며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만다. TEN이 해체되는 그 순간 의문의 출소자가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시즌3야 기정사실일 것이다. 이만한 드라마를 포기한다는 것은 방송국 입장에서도 너무 아쉽다.


역시나 여지훈이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복수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 자기는 마석기와는 다르다. 복수란 인간이 하는 것이다. 괴물이 인간이기를 바란다. 범인 송경태에게 총을 겨누면서도 망설이고 있던 자신을 인정하고 마는 것이다. 인간이었다. 인간으로서의 시작일 것이다. 새로운 시즌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시작이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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