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항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아니 진실이 그토록 아름답다면 그것은 이미 사실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배신당하듯 자식 역시 부모에 의해 배반당한다. 가장 사랑하고 가장 존경해야 할 부모에게 환멸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가장 정의롭고 가장 현명해야 할 세상의 전부가, 사실은 한심하고 어리석은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장 크고 든든하던 품이 작고 초라하게만 여겨진다.
오이디푸스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를 죽이고 만 이유였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 조상국(이정길 분)에게 아버지란 어떤 의미일까?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 대한민국 굴지의 호텔체인인 가야호텔의 창업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어 있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왜곡된 기억은 그로 하여금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죄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도대체 몇이나 죽었을까? 도대체 몇이나 그로 인해 죽임을 당했던가. 자식인 조의선(김규철 분)은 죽일 수 있어도 자신의 부모는 죽일 수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오준영(하석진 분)이 아버지 오현식(정원중 분)의 감춰져 있던 추악한 이면의 모습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동생이 뺑소니 사고로 죽었다. 바로 병원에만 데려갔어도 살 수 있었을 동생이 뺑소니로 인해 어이없이 죽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인해 자신도 오랫동안 방황해야 했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뺑소니범의 편에 섰다. 뺑소니범의 편에 서서 진실을 은폐하고 무고한 다른 사람에게 그 죄를 덮어씌우려 했었다. 단지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있는 아버지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정작 죄를 은폐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을 해왔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가 아닌,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서 어떻게 뺑소니 가해자의 편에 설 수 있느냐는 감정적인 원망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을 것이다. 확고한 중심이 없는 반발은 자칫 폭주로 이어지기 쉽다. 오현식의 반성을 이끌어낼 것인가. 단지 원망하고 분노만 쏟아내고 말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의 아들일 것이다.
조해우(손예진 분)의 비극은 더욱 극단적이다. 이미 아버지의 범죄에 대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겼다. 그로 인해 아버지 조의선은 더욱 궁지로 내몰리고 만다. 가족으로서 안타깝고 부끄럽지만 검찰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할아버지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할아버지에 대한 것이다. 할아버지를 믿지 못한다. 심지어 할아버지의 서재로 잠입하여 중요한 자료들을 찾아나선다. 할아버지를 살리려면 한이수(김남길 분)을 버려야 한다. 한이수를 구하려면 할아버지를 포기해야만 한다. 진실을 밝히게 된다면 할아버지가 이룬 - 그리고 자신이 지금껏 누려온 모든 것들이 물거픔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감춰진 진실도 찾아서 밝히고 죄를 응징해야 할 검찰로써 그 그것은 직무유기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배신이다. 그녀에게 지워진 짐이 무겁다. 그녀의 선택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한이수 역시 진실과 마주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아버지 한영민이 조상국의 비밀을 들고 나타난 강희수에 대해 보이고 있었던 명백한 동요는 조상국이 말한 불편한 진실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죽은 아버지와 마주하게 된다. 복수의 원인이 된 아버지의 감춰진 진실과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아버지다. 한이수의 아버지는 이미 죽었다. 한이수의 뒤에서는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준 또다른 아버지 요시무라 준이치로(이재구 분)가 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복수였다. 아버지로 인해 시작된 복수극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복수를 해야만 하는가.
조해우가 스스로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려 하고 있다. 가장 선택이 빠르다.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 진실에 다가가 있다. 할아버지의 죄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다. 감춰진 잔혹한 진실에 대해서도 얼추 짐작하는 바가 있다. 한이수를 구해야 한다. 다만 그 감춰진 진실의 크기와 깊이에 대해서만큼은 아는 것이 없다.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돌아보지 않고 끝까지 한이수가 있는 그곳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돌아와야 한다. 그 길에서 다시 할아버지와 만난다. 오준영으로 인해 오현식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어떨까. 한이수는 조상국을 상대로 한 위험한 게임에 마지막 박차를 가한다. 조상국이 숨겨놓은 킬러를 - 아버지 한영민을 죽인 당사자를 마침내 찾아내고야 말았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이제 조상국도 한이수의 정체에 대해 알았다. 그가 요시무라 준도, 한국이름 김준도 아닌, 12년 전 죽은 것으로 알려진 한이수라는 사실을. 서로의 정체를 알면서도 깊은 속내를 감춘 채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한이수도 안다. 조상국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낸 것을. 조해우도 알아냈다. 굳이 숨기려 했던 것도 아니었다. 조상국은 한이수를 알고 한이수는 조상국을 안다. 그들의 배후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요시무라 준이치로가 도사리고 있다. 물로 물리는 피튀기는 싸움이 시작되려 한다. 다만 한 사람의 - 그것도 나이든 킬러에 의존하는 조상국의 방식은 참으로 불합리하다. 어쩔 수 없는 드라마라는 한계에 의한 스케일인 것이다.
복수를 위해서.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복수를 말려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필경 조해우여야 할 것이다. 복수의 상대를 안다. 그 상대가 자신도 안다. 의도는 명확하지만 그 과정은 상당히 불확실하다. 이제는 긴장해야 한다. 누가 적일지 누가 아군일지 아무도 모른다. 드라마이기에 한이수와 조해우가 주인공인 것만을 알 뿐이다. 아버지를 위한 복수다. 아버지가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필요하다. 자신을 위한 복수다. 어쩌면 복수라고 하는 굴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일지 모르겠다. 그는 복수를 해야 한다. 진실이 맞물린다. 선택이 교차한다. 보다 복잡한 고도의 이야기가 전개되려 한다. 본격적인 시작이다.
아버지의 아들이다. 할아버지의 손녀다. 복수를 해야 하는 이유다. 조의선이 망가져버린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조상국이라는 너무나 커다란 그늘이 조의선이라고 하는 묘목마저 말라죽게 만들고 말았다. 복수가 끝이 아니다. 복수를 마치고 나서는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아예 복수가 진짜 끝이 되어 버리고 만다. 부모의 진실과 마주하게 될 세 젊은 남녀의 선택이 궁금한 이유다. 드라마의 주제일 것이다. 복수와 복수 이외의.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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