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이니셜과 언론의 디스...

까칠부 2010. 1. 25. 15:35

블로그와 언론사 기사와의 차이는 크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니셜놀이다.

 

내가 여기서 익명으로 누군가를 까댄다. 그러면 사람들은 나부터 의심한다.

 

"이 새끼가 뭘 잘못 먹었나?"

 

그보다는 대개는 불명확한 사실로 대놓고 디스하기가 꺼려져서 그러는 거지만.

 

그러나 언론사 기사는 다르다. 사람들은 언론에 나온 기사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도대체 누구야?"

 

사실이라 전제하니까.

 

문제는 인간이란 결코 궁금한 채로 내버려두는 동물이 아니라는 거다. 정의를 내리고 싶어한다. 답을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유추라는 것도 하고 추리라는 것도 한다. 추상적 사고란 인간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찾아낸다. 이니셜과 비슷한 정황만 가지고. 내가 최근 호감을 가지게 된 한 걸그룹 멤버도 그렇게 피해를 입은 경우였다.

 

기사가 떴다. 마침 비슷한 상황의 다른 걸그룹 멤버가 있었다. 또 그런 루머도 돌던 무렵이었다. 결국 기정사실화되었고, 많이 이미지가 좋아진 지금도 당시 얻은 모욕적인 별명이 그녀의 별명이 되어 돌아다니는 중이다. 보는 내가 다 불쾌할 정도로.

 

언론이라는 거다. 언론에는 공신력이라는 게 있다. 파급력이라는 것도 있다.

 

"A는 B다."

 

그러면 일단 아니라 여기면서도 그런가보다 생각한다. 그런데도 무책임하게 이니셜로 장난을 치는 건... 그냥 비슷한 누군가 얻어걸리라는 것일까? 오해를 사든 그로 인해 다른 피해를 입든 나는 책임없다는 건가?

 

언론이기에 갖는 책임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페이지뷰가 그에 한참 못미치는 블로그에서조차도 혹시라도 오해가 생기고 그로 인한 생각지 않은 피해가 있을까 글 하나에도 조심하게 되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언론이.

 

기왕에 디스를 하려거든 대놓고 하라는 거다. 다른 엉뚱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대상을 적시하고 상황을 적시해서 오해할 여지 없이 명확하게 해놓고 디스를 하라는 거다. 그래서 당사자가 피해를 입는다면 그건 자기 할 나름이니 어쩔 수 없겠지. 아니면 하지 말던가.

 

무책임한 거다. 생각이 없는 거고. 그러고서도 그러겠지.

 

"실명은 거론 안했으니 나름 배려한 거야."

 

당사자는 몰라도 주위가 괴롭다. 당사자는 아닐지 몰라도 엉뚱한 의심을 사는 다른 누군가가 괴롭다.

 

오늘 또 뉴스를 보니 이니셜놀이 잘도 해놨대. 상상들이 뻗친다. 누구일 거다, 누구일 거다, 때로는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다만 그동안 언론이 해 놓은 짓이 있다 보니 소설일 거라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찌라시 언론에 낚이지 말자..."

 

언론이 언론같아야... 한 사회에서 도덕성의 가장 마지막 보루가 바로 언론이다. 언론이 타락하면 그 사회는 반드시 타락한다. 언론이 바로 견제하지 않으면 그 사회는 반드시 타락할 수밖에 없다.

 

진짜 하다 못해 연예기사를 쓰더라도. 연예계 잡담기사를 쓰더라도.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살자는 거다. 그래도 뇌라는 게 있다면.

 

모두가 찌라시라는 것을 알아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었으면. 우는 것 보고 내 마음이 짠하더라.

 

언론의 업종은 어업이다. 그렇게 여기고. 뉴스검색하기 자체가 짜증난다. 요즘 같아선.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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