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SBS 스페셜 - 4대강...

까칠부 2013. 9. 30. 00:26

예전 지인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고양이 버리는 게 문제라고? 사람도 버리는데?"


독재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두고 무어라 하는가?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결과를 보라. 과가 아닌 공을 보라.


생태계를 말해봐야 소용없는 이유다. 아직 한국사회는 그런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동물권을 말하니 사람이 먼저라 말한다. 옳다. 동물학대도 사람의 편의에 속한다. 사람이 먼저다.


그런 수준에서 환경을 말해봐야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환경이야 어떻든 내가 돈만 벌면 된다.


그래서 시작된 사업이다. 그래서 오히려 해당지역에서는 4대강에 대한 지지여론이 높았다.


개발되면 돈이 되니까. 개발독재에 대한 향수다. 개발은 돈이다. 그것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절차를 무시했다? 그것을 바랐다.


절차는 불편하다. 원칙을 지키는 것은 거추장스럽다. 시원시원한 것을 바란다. 불도저를 원한다.


원하는 대로 되었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었다.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바라던 것 아닌가?


속시원하게. 후련하게. 그대로 밀어붙였으면. 역시 개발독재의 향수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었다.


이제와 전정부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누가 표를 주었고 누가 지지를 보냈는가?


나는 표를 주지 않았다? 지지하지 않았다? 그것도 문제다. 그러면 어째서 이명박의 당선을 막지 못했을까?


연좌다. 민주주의란 결국 연좌제다. 노무현의 집권을 막지 못했으니 보수는 답답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아닌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저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정치이야기를 삼간다.


막지 못했다. 역량의 부족이며 의지의 부족이다. 그리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정부가 출범했다.


정부만 탓하는 민주주의란 없다. 투표한 자신이나 투표하지 않은 자신이나 모두 같다.


그러고 보니 기권을 권장하던 한 진보논객이 떠오른다. 프레시안이었다. 한윤형이었던가?


결국 기권표 역시 4대강에 한 몫 했다고 보면 된다. 모두가 공범이다. 나는 아니라 할 텐가?


투표의 무거움이다. 한 표의 무서움이다. 그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의 한 표가 갖는 무게를.


나는 그래서 전정부나 전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다. 예상한 바였고 예상한 범위였다.


누가 투표했는가? 누가 지지했는가? 같은 정당에서 다시 대통령이 나왔다.


오히려 냉정해진다. 면죄부를 받고 싶은 것일까? 소수를 비난하는 것만으로? 어이없다.


공동운명체다. 민주주의가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참여가 민주주의인 까닭이다.


우울하다. 이미 술을 한 잔 했다. 턱이 아프다. 몸이 좋지 않다.


대한민국이 아닌 한반도에 미안함을. 이 땅과 이 땅의 생명들에게 송구함을. 슬퍼지는 이유다.


나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우울함조차 때로는 사치다. 차라리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