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악의 분배...

까칠부 2013. 10. 29. 15:33

어느 살인강도가 있다. 사람도 여럿 죽인 흉악한 놈이다.


그런데 이 놈이 강도짓해서는 그 돈의 일부를 빈민가에 뿌린다.


어떨까? 강도의 돈을 받아쓴 빈민가 주민들은 그를 악인이라 여길까?


의적이라는 것이다.


의적이 무언가. 도적이다. 남의 물건 빼앗고 사람 해치는 놈들이다.


물론 그 가운데는 진짜 의적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모순이 만들어낸 비극적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달리 단지 내게 이익이 되었기에 그들의 악행을 눈감아주는 경우도 있다.


원래 화적이든 마적이든 산적이든 민간마을의 협력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중국의 수많은 비밀결사가 기층민중과 결합하며 거대 범죄조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라 한다.


흉악한 인질범이다. 그런데 인질범으로부터 약간의 배려를 받는다.


급한 볼 일을 보거나, 혹은 먹을 것을 나누어주거나, 치료를 해주거나,


공범이 된다. 나도 저들로부터 이익을 나누어받았다. 저들을 비난하면 자신도 비난받는다.


그래서 하는 말이 그것 아니던가.


"지금 ** 전체를 비난하는 것인가."


사람을 죽였어도. 남의 재산을 약탈했어도. 법을 파괴하고 질서를 유린했어도.


그러나 내게 이익이 되었다. 부정할 수 없다. 부정하는 순간 자신이 누린 것도 부정해야 한다.


젊은 시절이었다.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을 부정해야만 한다.


일제강점기도 살 만했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친일파 아닌 놈 없었다.


그래야 자신이 누린 일상들이 정당화되니까. 그래도 시대와 협력하며 살았다.


민주화세대라 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진짜 민주화운동을 한 것은 몇이나 될까?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다. 대다수는 시대의 수혜자였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다. 다수는 최소한 시대에 적등하며 나름의 일상을 살아간다.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소수였다. 시대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 혁명은 그들로부터 시작된다.


시간이 흐르고 과거의 역사에 대해 평가한다. 당사자들의 평가가 옳을까?


의적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게 이익을 준.


사람을 가두고, 고문하고, 죽이고, 재산을 빼앗고, 그것이 내게도 이익이 되었다.


비리를 저지르고, 부정부패가 만연해도, 덕분에 나도 잘살게 되었다.


부정을 저지르는 것도 능력이다. 법을 어기는 것도 능력이다.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불의한 시대를 살아야 했던 비극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방법은 모른다.


요즘 생각이 많다. 그래도 역사는 발전한다... 믿고 싶다.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