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공인이란...

까칠부 2010. 2. 3. 01:20

모든 인간에게는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과장이다. 그러면 과장이란 그 회사 안에서 공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회사를 벗어나면?

 

업무시간이 끝나고 났으면 회사 밖에서 뭔 짓을 하든 업무에만 지장이 없으면 상관없는 것이다. 그것을 사적인 영역이라 한다.

 

그러나 또 업무시간 끝났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는 누군가의 친구이거나, 누군가의 가족이거나, 혹은 연인, 동창 등의 역할이 남는다.

 

연인과 함께 있으면 연인에 충실하는 게 당연한 거다. 동창과 함께 있다면 동창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고. 가족이라면 마찬가지. 회사에서 일 열심히 한다고 연인과 있는 자리에서까지 일 열심히 한다면 과연 그는 연인으로서 훌륭한 사람일까. 회사 일이라고 동창들 있는 자리에서 영업이나 하고 앉았다면.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동창이네 연인이네 해서 회사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데도 편의를 봐주고 계약을 한다. 혹은 가족이라고 회사 일에 개입시키거나. 과연 그는 훌륭한 회사원인가.

 

대통령이 시장에서 시장 상인에게 옷 벗어주는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자기 재산 털어서 자선재단 만들라는 대통령이 아니다. 대기업 회장에게 굳이 장학재단 만들라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세금이나 잘 내고, 기업인으로서의 양심 지키고, 사원들 처우나 신경쓰라.

 

그럼 연예인에게 공적인 영역이란 무엇일까. 당연히 연예인의 본연의 영역이다. 가수라면 가수, 연기자라면 연기자, 예능인이면 예능인, 아이돌이면 아이돌, 즉 대중과 연예인이 만나는 부분은 그런 것들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그 이상은 나머지다. 회사 업무 과정에서 알게된 직원의 사생활이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나머지이듯.

 

공인으로서의 연예인이란 그런 이미지다. 과연 가수로서 자기 역할을 다 하는가. 연기자로서 자기 역할을 다 하는가. 사실 일상에서도 어느 정도 따라서 연예인으로서의 역할이라는 것이 요구되는데, 이를테면 기믹이다.

 

"아, 연예인이란 저런 것이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들이 유니폼 아니면 공식석상에서 정장만을 입는다 하지?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는 아예 먹지도 못하게 하고.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과거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그렇게 스스로 품위를 유지했다.

 

"우리는 대중에 꿈을 주는 존재다."

 

그러나 역시 정작 사생활에 대해서까지는 건드리지 않는 것은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영역인 때문이다. 남다르게 바르고 성실한 행동들이 타의 모범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까지 사적인 영역에서 강요할 것은 아니다.

 

나는 그래서 연예인을 공인이라 할 때 괜히 연예인의 사생활 캐고 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연예인이 공인이라면 사생활 정도는 보호해 주어야지. 그가 연예인일 수 있도록. 사람들이 연예인으로 대할 수 있도록. 그냥 그렇게 서로의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다. 연예인으로서. 그리고 팬으로서. 나머지는 뭘 어쩌든.

 

따라서 오히려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과연 연예인이 연예인으로서 자기 본분을 다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미미시스터즈와 인순이와의 갈등에서 미미시스터즈의 편을 들었던 것도 그래서다. 대중과의 약속이 그같은 컨셉이었다면 그것을 우선해 지키는 것이 옳은 거니까. 사적으로 선배와의 관계에서 무례하든 말든 나랑 상관없는 것이고.

 

가수로서 표절은 하지 않는가, 연기자로서 자기 작품에 대해 성실한가, 연예계 공적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는가, 말했듯 그 밖에는 뭘 하든 자기 알아서 할 개인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퇴근하고 나면 과장이 아닌 그냥 평범한 가장이고, 연인이고 친구인 것처럼.

 

늘 하는 이야기, 이건 이거, 저건 저것. 혼동하지 말자는 거다. 가난한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며 옷을 벗어주더라도 성직자로서 성실하지 못하다면 그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찾아 동정하며 약간의 도움을 주더라도 정작 의회에서 법을 그렇게 만들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으로서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가수로서 훌륭한 것과 인간적으로 훌륭한 것은 별개라는 이야기.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 개인이 훌륭한 것과 가수로서 훌륭한 것도 별개다. 사생활이 어떻고 저떻고, 그것이 싫어할 이유는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연예인의 공적 영역에 대해서까지 판단한다는 것은...

 

물론 항상 정확히 딱딱 지켜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란 감정에 휘둘리는 동물이므로. 사람이 좋아서 연기도 좋고, 음악도 좋고, 음악이 좋아서 사람까지 좋아지고, 그러나 기준이 되는 선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적인 영역, 여기까지는 공적인 영역,

 

그래서 내가 어이없어하는 것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무심코 뱉은 몇 마디에는 저리 미쳐 날뛰면서 정작 음악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부정한 행위에는 관대하다는 것이,

 

역시 유교문화의 폐해다. 유교적인 인간상이란 전인적인 인간이라, 그래서 사대부다. 사란 선비로서의 개인, 대부란 관료로서의 공적인 역할, 그것을 일치시키느라. 차라리 둘 다 완벽하기를 바라면 모르겠는데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까지 지배해 버리니.

 

내가 생각하는 공인이다. 연예인이라서 공인이 아니라 연예인이기에 공인인 부분이 있다. 연예인으로서 대중과 만나는 부분.

 

다만 요즘은 그런 것이 네트워크의 발달로 너무 희석되어진 것이. 연예인이 연예인을 연기할 여지조차 없어져버린 것이라.

 

그건 좀 아쉽다. 연예인은 그래도 연예인다워야 하는데. 스타답고. 아무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