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보면서 처음 받은 인상은,
"화면이 꽤 예쁘다."
그리고 조금 더 지켜보면서 받은 느낌은,
"어쩐지 그립다."
이 두 가지가 사실상 파스타를 정의하는 전부다.
정말 예쁘다. 등장인물서부터 구도나 배치 연출 등이 정말 이렇게 예쁠 수 없다. 더구나 내용이란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로맨틱 코미디.
그러나 아는가? 만화방 가서 순정만화 코너 뒤져보면 거의 절반 이상이 그런 뻔한 내용들이다. 소년만화 코너 가서도 아무거나 두 편 집어들고 나면 내용 가운데 서로 일치하는 부분들을 어렵지 않게 상당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클리셰라는 것이다. 장르적 클리셰. 장르이기에 기대되는 것들. 그것을 달리 진부함이라 부른다.
먼저 배반해놓고도 여전히 미련을 갖는 이하늬의 얄미움이나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한 걸음 물러서 지켜보는 알렉스나, 성격나쁜 선생님 타입의 이선균, 그리고 순수하고 열정만 가득한 귀여운 공효진... 모두 흔히 보던 캐릭터들이다. 흔히 보던 구도이고. 단지 무대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라는 점이 다를 뿐, 아니 레스토랑이라는 소재도 여러 번 쓰였었다. 그리고 드라마 자체도 굳이 레스토랑이어야 하는 내용도 아니고.
그러나 그렇기 때문이다. 전혀 아무 생각 없이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동선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굳이 지레 머리를 굴릴 것도 없고, 설레발치며 판단할 것도 없다. 그냥 주어지는대로 보이는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기대한 답이 명쾌하게 제시된다.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너무 뻔하다는 것이...
정말 이렇게까지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도 드물 것이다.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다. 대중의 기대에 철저히 영합하면서도 극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뻔히 기대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완성도 높은 연출과 영상은 그런 것을 잊게 만든다. 더구나 배우의 연기마저 좋으니... 공효진이 이렇게까지 귀여울 수 있으리라곤. 이하늬 역시 상당히 밉상일 수 있는 캐릭터를 훌륭히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 정말이지 배우의 연기와 제작진의 노력이 진부함을 편안함과 유쾌한 기대로 만들어낸 경우다.
아무튼 정말 재미있었다. 아니 재미있다. 아무 생각없이, 더구나 분위기까지 밝아서. 악역이 악역같지 않다. 악역인데 마치 어린이 만화영화를 보듯 오히려 귀엽다. 악역임에도 나름의 순수가 있고 순진함이 있고, 그래서 또 분위기마저 화사하다. 하긴 생각없이 보자는데 악역까지 악역스러우면 너무 분위기가 칙칙해지지.
월요일, 화요일 복잡한 머리를 씻어내리기엔 딱인 드라마라 하겠다. 비비 꼬이고 이것저것 달라붙어 엉켜 있는 머릿속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말끔하게 씻긴다. 뭐라 말할 것이 없을 정도로. 아니 뭐라 하는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워낙 뻔한 드라마라 별달리 할 말은 없지만 그래서 더 기다려지는 드라마다.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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