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내가 이래서 마왕을 좋아한다...

까칠부 2010. 2. 7. 01:33

솔직히 나와 신해철은 부대끼는 부분이 많다. 워낙에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보니. 그래서 가끔 신해철 까는 글도 쓰고 했었는데,

 

그럼에도 내가 신해철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바로 이번의 씨엔블루에 대한 입장표명 때문이다.

 

 

솔직히 나도 쫄아서 이렇게는 못 쓴다. 예전 블로그를 그놈의 팬덤 때문에 몇 번 말아먹은 이후로 어지간하면 팬덤과는 부딪히지 말자는 주의라. 까댈 일 있으면 일부러 무시하고, 뭐라 하고 싶어도 될 수 있으면 참거나 에두르고,

 

그러나 신해철은 분명 안티의 표적이 될 수도 있음에도 단호하고 가차없다.

 

항상 그랬다. 내가 신해철을 부대껴하는 이유, 그러나 그럼에도 내가 신해철을 좋아하는 이유, 그같은 솔직함과 당당함 때문이다.

 

신해철이라면 사실 이미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는 원로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현역으로 있는 음악인 가운데 신해철보다 나이많은 이는 이제 그리 많지 않다. 그가 이룬 업적만도 장차 한국대중음악계에 전설로 기록될만하고.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각종 사회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이같은 예민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어느 가수처럼 표절논란에도 함께 공연하고, 나중에는 그 실수마저 감싸주며 극찬하는 처세술이란 없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

 

원래는 이런 어른들이 많아야 하는데. 따끔하게 야단도 치고 혼도 내고, 그러나 이미 음악인 개인이라기보다는 기획사에 소속된 샐러리맨처럼 되어 버린 터라. 오죽하면 음악인이 표절한 음악으로 활동하는데 그게 음악인 책임이 아니라 기획사 책임이란다. 기획사 잘못이지 음악인은 같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그러면서 실력파 운운하는 것이란.

 

그렇게 샐러리맨이 되고 나니 소속사에 대한 충성심은 있어도 선후배간의 정리란 없다. 그러니까 와이낫이 저리 화를 내도 씨엔블루는 당당히 회사의 실드 아래 아예 홍대에까지 가서 게릴라콘서트를 열어가며 시위도 하는 것이겠지. 한 마디로 위아래가 없는 것이다. 근본도 없는 것들이라.

 

아마 아이돌 사이에서는 그나마 위아래는 있겠지? 와이낫같은 인디밴드나 신해철같은 전설적인 선배는 몰라도 아이돌 사이에서는 선후배가 있을 것이다. 왜? 음악인이 아니라 아이돌이니까. 음악쪽에서는 근본이 없어도 아이돌로서는 근본이 있는 천생 아이돌이라.

 

그러나 그럼에도 저리 말해주는 선배가 있기에 그나마 마음에 위안은 된다. 그 많은 가요계 선배 가운데 표절에 대해 이만한 말 한 마디 해주는 선배조차 없다는 것은... 왜 그리 가창력 어쩌고는 많은데 표절 어쩌고는 없는 것인지.

 

간만에 기분이 좋아지는 소식이었다. 신해철이 나와 같이 카라를 좋아한다는 사실에서 더욱. 구하라를 보고 카라로 갈아탔다지?

 

앞으로 내가 신해철 깔 일은 없다. 신해철만큼만 하라 그래라.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