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씨엔블루 - 미워하는데는 이유가 있어도 미워하고 나서는 이유가 없다...

까칠부 2010. 2. 14. 21:01

미움이라는 감정이 그렇다. 미워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이유가 있어서 미워한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미워하기 시작하면 이유가 필요없다. 하다못해 미워할 이유가 없어서도 미워한다.

 

사랑의 다른 형태가 미움이라는 말이 그래서 맞기도 하다. 사랑 역시 사랑을 하게 되는 데는 이유가 필요하지만 일단 사랑을 하고 나면 이유란 필요없으니. 생긴 게 예뻐서 사랑을 해도 나중 가면 그 예쁜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씨엔블루에 대해 지금 현재 아무 생각이 없다. 그래도 화도 내고 할 때는 씨엔블루에 대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했었다. 확실히 아이돌밴드로 머물기에는 그동안 보여준 것들이 아깝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화도 냈던 것이다. 밴드컨셉의 아이돌이지만 그래도 밴드이고 음악인이라고.

 

그러나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런 작은 미련조차 사라지고 만다. 과연 저것들이 음악인인가. 말했듯 나는 아이돌은 음악인취급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저런 것들이 음악인이라면 문제다. 차라리 어설픈 아이돌로 끝나고 말면 그 뿐이지만 음악이라도 합네 하면 오히려 가진 바 재능과 실력은 독이 될 수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표절도 기술적으로 하면 아무 일 없다는 듯 큰소리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테니. 차라리 그냥 아이돌로 적당히 인기 끌다가 나이 먹으면 연기를 하든 뭘 하든 끝내는 쪽이 낫지 않을까.

 

무관심이다. 일본에서 인디활동도 했고 나름 연주력이며 곡쓰기며 노래도 되는 실력이 되는 밴드라는 인식에서 그저그런 밴드컨셉의 아이돌이라. 여자아이돌이라면 모를까 사내자식들에 내가 신경쓸 일은 없으니.

 

그러나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싫으면 관심 끊고 아예 안 보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쫓아다니며 욕하고 비난하려는 사람들이 넘치고 넘친다. 솔직히 그런 인간들도 그냥 악플러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그들에게는 이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충분히 미워할만한 이유가. 아니 정확히는 이미 미워하게 되었기에 이유가 필요한 것이라는 게 옳을 것이다.

 

한 번 미운 털이 박혔다. 인디밴드 경력을 내세운 것부터가 아니꼬운데 - 나 역시 인디밴드 경력에 무조건적인 호감을 품었던 입장이니 - 거기에 밴드로서 기성작곡가의 곡을 받았는데 표절곡이었으니, 더구나 그것으로 여전히 활동하며 부와 명예를 탐하고 있다는 것도 미워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별로 인디밴드 음악을 듣는 것도 아니면서도 대중의 허영심이란 그런 게 아니라 마치 인디문화의 대변자라도 되는 양 정의감은 칼날이 되고 씨엔블루로 향하게 된 것이다.

 

아마 이번에 제대로 박힌 미운털은 씨엔블루가 해체라도 하기 전에는 절대 빠질 일이 없을 것이다. 하다못해 씨엔블루가 비틀스 수준의 명곡을 들고 나와도 그에 대해서조차 미움이라는 감정은 의심과 경멸의 시선을 보낼 테니. 오히려 노래가 좋기에 더 표절의혹이 제기될 테고, 세상에 다른 비슷한 장르나 스타일의 음악이 전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것은 의혹 자체만으로도 사실로 확정되어 씨엔블루에 상처를 낼 것이다. 이미 빌미는 만들어졌고 이제는 미움 그 자체를 충족하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니까.

 

이번 씨엔블루 매니저 폭행의 경우만도 그렇다. 그런 일 많다. 과격한 팬과 과격한 경호원, 혹은 매니저와의 사이에서의 문제란 사실 연예계에서 일상이나 다름없다. 사실 그렇게 연예인을 보호해야 할 정도로 팬들의 극성이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이 터져도 어느 정도 비판이나 비난은 있지만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는다. 적당히 문제삼고 적당히 사과하고 시정약속하고 끝나는 정도지.

 

그러나 이미 미운털이 박혀 있다는 것이다. 미운 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아주 이번에 제대로 걸렸구나 달려들어 물어뜯기 시작하는 것이다. 매니저가 팬을 때린 것이 잘못이어서가 아니라 하필 그 매니저가 씨엔블루 매니저였기에. 매니저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씨엔블루의 매니저인데 잘못이 눈에 띄어서.

 

하지만 어쩌겠는가. 말했듯 빌미를 제공한 것은 씨엔블루다. 역시나 적당히 끝맺을 수도 있었던 사건을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지금까지 끌고 온 결과인 것이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누구를 비난할 것도 없다. 물론 나야 그렇더라도 저런 식으로 모멸적인 언사까지 늘어놓는 악플러들에 동조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 그들을 오옿하거나 그들과 같은 입장에 설 생각도 전혀 없지만, 그러나 그들이 씨엔블루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 만큼은 진짜라는 것이다. 씨엔블루 자신이 뿌린 씨앗이다.

 

아무튼 나로서야 씨엔블루에 대해 전혀 아무런 관심도 감정도 없기에 이에 대해서도 전혀 아무런 생각도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금 심하기는 했지만 그런 정도 문제야 사실 많이 있어왔고, 또 소속사에서도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끝이겠거니 싶다. 남은 건 피해자 당사자와 가해자와의 민사적인 문제겠지. 내가 굳이 관여할 것이 있는가. 씨엔블루 자신이 직접 폭행한 것도 아닌데. 다만 그 이름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는 게.

 

그게 정말 짜증이다. 싫어 죽겠는 인간이, 그래서 관심조차 갖기 싫은데, 그 이름이 자꾸 귀에 들려온다는 것은. 이름이 자꾸 눈에 뜨인다는 것은. 이거 보통 짜증이 아니다. 이름조차도 불리지 말기를.

 

내가 지금 기분이 나쁜 것은 그래서다. 매니저가 팬을 폭행해서? 그건 매니저를 탓할 일이다. 소속사를 탓하고. 그보다는 씨엔블루의 이름이 자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게. 정말 보기싫다.

 

씨엔블루는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행사 뛰고 버라이어티 찍고 좋다. 인기 누리고 돈 벌고 다 좋다. 다만 눈에만 띄지 마라. 아예 없는 듯 사고도 치지 말라. 내 바람이다. 정말 싫으니. 짜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