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베이시스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까칠부 2010. 2. 15. 00:55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겨울이라 날씨가 추워설까

팔짱끼는 연인들의 모습에

나의 눈이 왜 시려울까

한땐 나도저런때 있었다며

새로운 사람이 그리운 걸까

옛 사람이 그리워 진걸까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때로는 물처럼 때로는 불처럼

진심으로 나만을 사랑할수 있는

성숙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면 좋겠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사랑에도 연습은 있는 거기에

아주 조그만 일에도 신경을 써주는

사랑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좋겠어

나에겐 아픈 상처가 있는데

과거가 없는 사람은 부담스러워

한번쯤은 실연에 울었었던

눈이 고운 사람품에 안겨서

뜨겁게 위로 받고싶어

혼자임에 지쳤던 내 모든걸

손이 고운 사람에게 맡긴채

외로움을 잊을수 있다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만남 그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한번을 만나더라도 그때 분위기에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이라면 좋겠어

나에겐 아픈 상처가 있는데

과거가 없는 사람은 부담스러워

한번쯤은 실연에 울었었던

눈이 고운 사람품에 안겨서

뜨겁게 위로 받고싶어

혼자임에 지쳤던 내 모든걸

손이 고운 사람에게 맡긴채

외로움을 잊을수 있다면

 
처음 나는 이 노래를 혼자가 된 누군가 새로운 사랑을 구하는 노래라 생각했었다. 사실 가사 자체가 그랬다. 그냥 듣고 있으면 혼자인 것이 외로워 새로운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그런 내용이었으니.
 
그런데 누군가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니 그 누군가는 무척 이 노래를 싫어하는 것이었다.
 
"기분 나빠, 이 노래!"
 
이유는 따로 묻지 않았다. 그저 노래가 취향에 맞지 않겠거니. 나 역시 그런 경우 많았으니까.
 
그런데 얼마전 이 노래를 다시 듣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 그 무렵 사귀는 사람 때문에 무척 맘고생 심했었지."
 
그새 또 나이를 먹은 모양이다 같은 내용의 가사임에도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것을 보니.
 
새롭게 들리게 된 가사는 예전과 또 달랐다. 뭐랄까... 말 그대로 사귀는 사람으로 인해 맘고생 심한 누군가가 친한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느낌이랄까?
 
"나 이번에 그 사람이랑 헤어질 거야!"
"이제 끝이야! 다시는 안 만나!"
"그 사람 얘기도 하지마, 싫어!"
 
그러면서 말한다.
 
"이번엔 다른 사람을 만날 거야."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랑을 할 거야."
"이번엔 제대로 다른 사랑을 해 볼 거야."
 
가만 보면 가사의 내용이란 그런 투정처럼도 들린다. 얼마나 지금 사귀는 사람이 매정한지, 자기 사정을 알아주지 않는지, 얼마나 자기에게 무관심한 것이 서러운지.
 
물론 지금 들리는 가사가 맞는 것인지 예전 듣던 가사가 맞는 것인지는 나로서는 모르겠다. 내가 정재형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이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으니. 다만 시간이 흐르니 이렇게도 들리더라는 것이다. 늘어난 기억과 감정 만큼이나.
 
원래 글이라는 게 그렇다. 노래도 그렇다. 그림도 그렇고 만화도 그렇고 이야기도 그렇다. 일단 작가에게서 떠나면 그것은 작가로부터 유리된다. 그것은 오로지 듣고 보고 읽는 사람들에 전유된다. 그들에 의해 정의되고 판단되고 소비된다. 작가의 의지야 어떻더라도.
 
블로그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내가 뭐라 쓰든 읽는 것은 읽는 사람 마음이다. 제목만 읽고 만든, 세 줄 읽고 리플을 달든, 전혀 엉뚱한 내용을 읽고 엉뚱한 반응을 보이든.
 
아무튼 그렇게 들으니 그렇게 을씨년스럽더라는 것이다. 차라리 헤어진 상태에서 외로움에 좋은 사람 소개시켜달라는 것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아마도 울면서 친구에게 하소연하고 있을 내용이라 생각하니 뭐랄까... 누구나 한 번 쯤은 그런 기억이 있지 않나? 그래서 또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연애상담이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하소연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 더구나 상대가 여자라면 그것처럼 난감한 것도 없으니.
 
다만 아쉽다면 정작 노래를 듣고 싶어 찾으니 베이시스 2집은 죄다 막혀 있더라는 것이다. 고호경 버전의 동영상이 있고, 럼블피쉬 버전의 음원도 있지만, 그러나 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노래는 김연빈, 김아연 자매의 묵직한 저음과 그에 대비되는 정재형의 가녀린 미성으로 들어야 맛인 것이다. 베이시스의 노래는 베이시스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맛이 나지 않는 노래다. 고호경이나 럼블피쉬나 도무지 원곡의 맛과는 거리가 한참 머니.
 

그래서 아쉽게도 음원도 동영상도 링크를 걸지 못했다. 아마 다음에서는 유튜브 동영상은 링크가 안 되는 모양이라. 유튜브에는 있는데 그것을 올리기도 애매해서. 확실히 다음에 블로그 만들고는 그게 불편하다. 유튜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겠으니.

 

겨울도 막바지에 문득 떠오르는 노래다. 음원도 동영상도 찾지 못하고 올리지 못해 마찬가지로 같이 울고 싶어지는 노래고. 정재형은 프랑스에서 영화음악을 한다고 하고 김연빈, 김아연 두 쌍동이 자매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려나. 두 자매가 유학간다고 베이시스 해체한다 했을 때는 무척 서운했었는데.

 

베이시스에 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다. 나 역시 베이시스를 무척 좋아했으므로. 독특하면서도 무척 재미있는 음악을 들려주던 팀이었다.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