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하를 보면서 불만이 그거였다.
락보컬이 왜 그것밖에 안되는가?
그렇지 않은가? 락이란 지르는 거다. 후련하게 내지르는 거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불만들이 그거다.
감정표현이 부족하다.
그런데 생각이나를 들으면서 조금 생각을 달리했다.
이래서 정동하구나...
절제라는 거다.
생각이나는 김태원이 흔히 말하는 정제된 슬픔을 담고 있다.
먼 훗날 헤어진 연인을 떠올린다. 그때는 내가 참 많이 의지했었다. 내가 그를 의지하고 그는 그런 나를 바라주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또한 나약하고 힘들어 나를 의지하고 싶어하더라. 떠올려 보니 이제는 그저 꿈속에서만 만날 뿐이고, 꿈속에서 만나는 그는 너무 아름답더라.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새로운 사랑이 있어도, 그새 가족이 생기고 아이도 자라고 있어도, 그러나 그 아련한 기억이란 여전히 아픈 법이다. 아프다기보다는 쿡쿡 쑤셔온다. 마치 오랜 상처처럼. 비가 오면 쑤시곤 하는 아주 오래된 상처처럼 말이다.
노래는 그런 감정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징징 울면서 부를까? 아니면 무작정 내지르며 부를까?
절제해야 한다. 정제되어야 한다.
유현상이 김태원의 기타를 두고 평가한 말이 있다.
기타에 마치 안개가 낀 것 같다.
역대 부활 최고의 보컬이라는 김재기에 대한 김태원의 평가도 그렇다.
마치 안개가 낀 듯한, 안개비가 보슬거리며 내리는 듯한...
내 평가도 그와 비슷하다.
한여름 문득 창밖에서 내리는 빗소리와 같다.
창이 가리고 있으니 아릿한 여운을 남기는 청명한 빗소리...
정동하의 목소리는 그와 닮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맑고 더 절제되어 있다. 지르는 힘은 없지만 절제된 감정을 담아 오버하지 않고 부를 줄 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내지르지 못하는 건 아니다. 김기연이나 이성욱 만큼은 아니지만 이번 신곡 OZ를 들어보더라도 시원하게 내지를 줄도 안다. 요즘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리고 날카로움도 더해지면서 그 맛이 더하다. 그러나 역시 그의 강점은 절제된 감정과 그것을 능숙하게 표현해내는 데 있다.
과연 이승철이었다면 어땠을까? 박완규였다면? 이승철은 이미 사랑할수록으로 판명이 났다. 그의 목소리는 창을 열고 듣는 빗소리다. 너무 선명해서 그리워하기조차 급하다. 박완규는 너무 강하고. 개인적으로 김기연을 무척 좋아하는데 김기연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다. 김재기와도 다른.
그래서 이 노래는 정동하의 노래다. 정동하의 강점을 잘 캐치한.
사실 이전의 사랑도 정동하의 노래였다. 정동하가 아니었다면 사랑과 같은 노래를 그렇게 맛깔나게 표현해낼 수 있었을까? 추억이면은 또?
가창력은 얼마나 고음이 올라가는가 하는 게 아니다. 얼마나 기교가 뛰어난가도 아니고, 얼마나 감정을 오버하는가도 아니다. 노래가 의도하는 바를 충실히 표현해내는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정동하는 충분하다 할 테고.
절제라... 정말 절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노래다. 아니 절제라기보다는 정제다. 김창완이 말하길 남녀간의 사랑 그 이상의 사랑을 담은 노래라 했는데 그대로다. 누군가는 김태원의 가사를 철학적이라 했지. 남녀간의 사랑도 이렇게까지 깊이 들어가면 그저 사랑타령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연륜이라는 게 괜히 연륜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정동하인가? 왜 부활인가? 답이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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