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스타란 코어보다는 라이트다...

까칠부 2010. 2. 23. 17:29

내가 생각하는 히트곡이란 그렇다. 한 마디로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리는 음악이다.

 

예를 들어 원더걸스의 텔미가 그랬다. 나는 아이돌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베이비복스 이후 원더걸스까지 아이돌의 계보에 대해 그래서 전혀 무지한 채였다. 그런데 원더걸스는 알았고 텔미는 알았다.

 

소녀시대도 마찬가지다. 나는 소녀시대라면 태연밖에 몰랐다. 그러나 GEE의 경우 어느샌가 나 역시 따라부르고 있었다. 작년 상반기 그렇게 대박쳤다는 노래 가운데 내가 기억하는 노래란 사실 GEE 하나 뿐이라 할 정도다.

 

한 마디로 지배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해서 찾아듣는 것이라면 동조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들린다면 지배라 할 것이다.

 

스타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전지현에 대해서 전혀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나 전지현의 이름을 알고 얼굴을 알고 그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 안다. 어떻게? 어쩔 수 없이 들리니까. 나중에는 자연히 전지현이라는 이름에 반응하게 된다.

 

오히려 그동안 텔레비전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두드러진다. 정작 탤런트 누가 나오고 가수 누가 나와도 모르는데, 어떤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이 없어도 자꾸 보게 되고 듣게 된다. 나중에는 관심도 없는데 문득 그것을 찾아보게 된다. 역시 지배라 할 것이다.

 

물론 나와 같은 사람을 팬이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팬이 있어 관심을 갖는 것이야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즉 팬이 많다는 것은 그러한 어떠한 취향에 호응하고 동조하는 대중이 많다는 뜻이다. 그것은 이를테면 대중에 의한 선택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팬과는 상관없이 자꾸 눈에 뜨이는 사람이 있다. 팬은 아닌데 자꾸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이 있다. 전혀 관심이 없다가도 문득 사진이 뜨고 기사가 뜨면 한 번 더 클릭하는.

 

내가 생각하는 스타란 그런 사람이다. 좋아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자기도 모르게 반응하는 것.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자기도 모르게 알아가는 것.

 

평소에 그렇게 욕하다가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쓰게 되고, 평소 그렇기 싫다고 투덜거리다가도 무언가 작은 변화에도 반응하게 되고, 일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그로부터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코어한 팬덤보다 라이트한 관심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게 그런 것이다. 코어한 팬덤이야 말했듯 선택한 결과일 수 있지만 라이트한 관심은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관심인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서 또 그런 쪽이 오래 간다. 팬덤이야 흩어지면 그만이지만 대중의 관심은 결국에 식었어도 기억에 남으니까.

 

과연... 내가 유이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여초사이트에서 욕을 먹는 것 같지만 가만 보면 유이의 몸매란 또 여성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더라는 것이다. 코어한 팬은 없지만 라이트하게 관심을 갖는 저변은 넓다. 스타성이라는 것일 텐데.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다.

 

아, 물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구하라 때문. 구하라도 비슷한 케이스다. 팬덤 안에서도 사실 코어한 팬층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러나 소소하게 관심을 갖는 외부인은 많다. 다른 아이돌 좋아하면서도 유독 구하라는 신경쓰는. 아이돌에는 관심도 없는데 구하라는 의식하게 되는. 심지어 안티마저도. 구하라의 장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요즘은 또 기계도 좋으니까.

 

가늘고 여리고 모자른 게 원래 오래 간다. 노자의 말씀이다. 이 경우에도 맞는 말씀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