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권지용 표절...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까칠부 2009. 8. 19. 19:45

예전 어느 커뮤니티에서의 일이다. 만화창작 커뮤니티였는데, 당시 무척 인기가 있던 만화 하나가 아예 일본만화의 캐릭터와 컷, 연출을 그대로 베껴서 그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이 나였었는데, 그러나 결국 그 커뮤니티에서 강퇴당한 것은 나였다. 왜?

 

"작가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이유야 다양했다. 그러나 결론은 항상 한 가지였다.

 

"세상에 표절 아닌 게 어디 있는데?"

"재미있잖아, 재미있으면 다 아냐?"

"네가 이렇게 그려봐!"

"쓸데없이 분란만 일으킨다."

 

얼마전에도 다른 무협판타지 커뮤니티에서 표절의혹을 제기했다가 제기한 당사자만 비난을 듣고 말았었는데,

 

우리나라 대중의 속성이 그렇다. 아니 창작자들 자신이 그렇다. 베끼는 것이야...

 

예전에도 심지어 원로에 속하는 한 만화가는 이제는 고인이 된 어느 만화가의 무협만화를 권투만화로 교묘하게 바꿔 내기도 했었다. 또다른 고인이 된 만화가는 한참 선배인 원로만화가의 기업만화 컨셉을 그대로 장편으로 바꿔내기도 했었고. 그렇다 보니 뭐...

 

참고로 나는 이제 한국만화는 전혀 읽지 않는다. 몇몇 검증된 작가의 검증된 만화만을 읽는다. 당연하다. 어차피 일본만화 짝퉁을 볼 것이라면 일본만화를 보지 짝퉁을 일부러 돈주고 볼 일은 없으니까.

 

아무튼 한국사람들에게 있어 표절이란 조금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결코 그렇게 대단한 문제거나 하지 않다. 재미있으면 되고, 좋으면 되고, 창작자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그러는 건 무례고, 괜히 시끄러우니 싫고,

 

G드래곤의 표절의혹에 대해 어쩌면 이것이 YG의 노이즈마케팅이 아닐까 생각한 것도 그래서였다. 그들 자신이 더 잘 알 테니까. 대중의 속성이 어떤지. 표절의혹이 불거지면 창작자와 창작품에 대한 관심만 높아질 뿐 그것이 치명적인 상처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즉 만일 이것이 실제 표절이라면 대중이 그렇게 그들을 길들였다고 할 수 있다. 표절의혹이 있어도 그때 뿐 - 오히려 그것이 홍보가 되어 더 잘 되는, 표절의혹이 그렇게 일어도 - 그래서 심지어 자기 입으로도 외국 번안곡이라 밝혔으면서도 자기 자작곡이라 내걸고 다니는 어느 뮤지션이 국민가수의 칭호를 받는 것처럼,

 

예상한 결과라 사실 그렇게 충격은 없다. 언제는 안 그랬는가? 다만 괜히 힘뺀 사람들만 불쌍할 뿐. 그리고 표절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좋은 멜로디나 편곡이 떠오르면 의심부터 하고 본다는 조용필옹과 같은 진정한 뮤지션들이 아깝고. 그냥 한국 대중에게는 어디서 갖다 베끼거나 짜깁기한 노래만 듣기 좋게 던져주면 되는 것을.

 

참고로 이번 권지용의 신곡이 거의 전부 차트 상위권을 장악한 것에 대해 팬덤 어쩌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팬덤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자면 일반대중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누구일까? 과연. 앞으로도 표절의혹이 도리어 홍보가 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