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한선화와 김태원 - 한선화의 백지컨셉에 대해서...

까칠부 2010. 3. 2. 19:09

물론 한선화를 김태원에 비교하기엔 연륜이나 커리어가 상대가 되지 않는다. 김태원에 비하면 한선화는 그냥 병아리다. 아니 병아리도 되지 못한 알이다. 한선화의 나이에 김태원은 이미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속하는 앨범을 두 장이나 내놓고 있었다. 그게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내가 한선화와 김태원을 놓고 비교하는 것은 한선화와 김태원이 일치하는 어떤 점 때문이다. 청춘불패의 백지와 남자의 자격에서 돌고래와 호형호제하는 김태원, 그럼에도 청춘불패에서의 백지와는 달리 전혀 그것이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는 바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다. 참고하라고. 한선화가 참고하라고.

 

김태원의 바보캐릭터는 사실 한선화보다도 더 심하다. 몸도 안 돼, 더구나 한선화의 두 배를 살고서도 기본적인 상식조차 갖추어지지 않아 실소가 나오기 일쑤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오히려 김태원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왜?

 

아마 지난주 남자의 자격을 보았으면 알 것이다. 한 순간에 김태원을 우습게 보고 비호감으로 여기던 사람들마저 돌려세우던 할마에의 카리스마. 프로그램을 지배하고 대중을 지배한 25년 음악인생의 경륜과 역량. 과연 그 앞에 누가 자기가 쓴 곡도 기억 못해 이윤석에게 전화 건 것을 비웃을 수 있을까?

 

이를테면 보상심리다. 왜 구하라의 뱃살이 그렇게 이슈가 되었던 것일까? 구하라의 21.5인치 개미허리 때문이다. 살 빠질까봐 헬스도 못한다는 구하라의 개미허리가 누구에게나 있는 작은 뱃살까지 이슈로 만든 것이다. 반동이다. 구하라의 개미허리에도 이런 허술한 부분이 있다는.

 

마찬가지로 김태원 역시 25년을 한결같이 부활이라는 밴드를 이끌어 온 전설적인 뮤지션으로서의 카리스마가 있다. 그것을 제작진 역시 여러 경로로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아, 천재에게는 이런 허술한 부분도 있구나."

 

아인슈타인도 생활이 어려워 후원자가 보내준 수표를 책갈피에 꽂아두고 잊었다가 나중에서야 겨우 기억해냈다고 하지? 천재란 원래 그런 것이라... 의외성이다.

 

구하라가 예능에서 갑자기 두각을 나타낸 이유도 그것이다. 참 요정같은 아가씨였다. 항상 볼 때마다 감탄케 만드는 인형과도 같은 외모의 화려하기만 한 아이돌이었다. 그런데 그리 열심이더라는 것이었다. 꾸밈없이 드러내는 그같은 소탈함이 의외성으로 구하라의 이미지를 높인 것이었다.

 

말하자면 드라마에는 반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에도 반전은 필요하다. 밋밋하게 흘러가는 음악은 언제고 질리고 만다. 반전만 반복하고 있는 음악도 쉽게 피로해진다.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한 가지로만 밀게 되면 사람들은 쉽게 피로해진다. 그리고 피로감은 곧잘 짜증이 되고 불쾌감이 된다.

 

내가 구하라의 유치개그를 말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유치개그가 재미있던 것은 의외성 때문이었다. 구하라가 했으니 재미있는 거지 남희석이 했다면 돌 날라갔다. 김태우가 했다면 결코 무사히 길을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계속해 반복된다면? 한 번은 의외성이지만 그 다음에도 의외성일까?

 

한선화의 백지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처음 백지캐릭터가 주목받은 이유는 신인으로서 조금이라도 방송에 더 얼굴을 비추려 하는 필사적인 모습에서 보인 어떤 순수 때문이었다. 신인다운 그런 순수함이 곱셈도 제대로 못하는 어리숙한 모습과 어우러지며 백지스런 매력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천연덕스럽게 김태우와 유리의 러브라인에 끼어들던 그런 모습들이 한선화의 백지캐릭터를 살린 것이었다.

 

말 그대로다. 백지란 멍청해서만 백지가 아니었다. 신인다운 순수함을 더한 백지였다. 신인다운 순수함으로 항상 열심이던 모습에 통편집이라는 안쓰러움까지 더해 백지였다. 그리고 그럼에도 어느새 캐릭터 잡고 분량을 찾는 모습에 대한 감탄이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보라. 이미 한선화는 캐릭터까지 잡고 더 이상 통편녀가 아니게 되었다. 에이스였던 유리와 구하라보다도 더 많이 얼굴을 내비치는 새로운 예능의 에이스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백지다. 멍청하고 무식한. 바보스러운. 심지어 처음에는 산수만 못하더니만 상식에 대해서까지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 바보라는 자체가 그리 호감이 될 수 없는 캐릭터다. 무식하고 멍청하다는 자체가 말이 주는 뉘앙스 그대로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바보란 항상 바보 한 가지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바보와 쌍을 이루는 순수를 함께 쓰기도 하고, 한 편으로 바보와 대조를 이루는 천재를 같이 쓰기도 한다. 말하자면 바보란 주가 아닌 오히려 반전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로지 그 바보로만 일관하니, 이건 깍두기 맛있다고 했더니 설렁탕집에서 설렁탕은 안 내놓고 깍두기만 내놓는 꼴이다. 과연 괜찮은가?

 

김태원도 사실 바보캐릭터로 안티가 많다. 몸도 따라주지 않고 해서 비호감인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의 그같은 캐릭터를 지탱해주는 것은 바보캐릭터 이전의 본질 락커다. 25년을 한 길로 음악만을 해 온 음악인으로서의 순결함과 25년의 음악인생을 통해 이루어낸 그의 업적이 반전을 이루어 캐릭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할매라서만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락의 전설인데 국민할매라서 재미있는 것이다.

 

바보캐릭터 잡았다고 바보캐릭터로만 민다는 것은 자멸행위라는 것이다. 그것은 마침내 자신을 소모하고 가치를 다하게 만들 것이다. 과연 비호감으로 돌아선 바보캐릭터를 돌아볼 이가 누가 있겠는가. 비호감 이슈캐릭터를 밀다가 완전히 비호감으로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솔비를 돌아보면 명확할 것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바보캐릭터를 밀 것이면 사이사이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물론 김태원처럼 음악인으로서의 천재적인 역량을 보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태원만의 연륜이 녹아든 감각적인 토크를 한선화가 흉내내기도 도저히 무리일 것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답은 이제까지 한 말 가운데 다 들어 있다.

 

상상플러스에 나왔을 때 나는 한선화의 센스에 무척 감탄하고 있었다. 셈을 그렇게까지 못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한선화의 적절한 타이밍을 치고 들어오는 토크에 놀라고 감탄하고 있었다. 앞서 말한 신인으로서의 순수가 그대로 느껴지는 모습도 좋았었다. 지난주에도 김신영과 쉐프와 보조의 상황극을 하면서 쉐프의 자리를 노리는 해맑음이 눈에 들어왔었다.

 

사실 이것은 한선화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선화가 김태원급이 아닌 이상에는 주위에서 도와주어야 할 문제다. 순수는 결코 혼자서 드러낼 수 없다. 전혀 백지스럽지 않은 센스란 역시 주위와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물론 백지캐릭터도 마찬가지다.

 

내가 항상 김신영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한선화의 백지캐릭터를 강조하더라도 가끔은 한선화의 다른 장점에 눈을 돌리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바보스럽지만 착한 아가씨다. 바보스럽지만 순수한 아가씨다. 바보스럽지만 이런 재주도 있는 아가씨다. 그런 점에서 지지난주 할머니와 가족을 출연시킨 것은 나름대로 선전했다 할 수 있었다. 여전히 한참 부족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말하지만 바보는 원래 욕이다. 애교스럽게 쓰기도 하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욕에 들어가는 게 바보라는 말이다. 결코 호감이 될 수 없는 말이다. 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꾸자면 그만한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주어야 하고 변화로써 매력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만한 역량이 되는가? 그래서 제작진의 분발을 촉구하고 싶은 것이지만. 한선화는 이대로 끝내기에는 가수로서는 몰라도 예능인으로서는 너무 아깝기에.

 

참 안타까웠다. 백지컨셉 하나 잡았다고 그것 하나만 들이밀려는 한선화의 성급함이나 김신영의 집요함, 그리고 제작진의 무책임함. 그리고 다음날 그에 대한 기사가 바로 포털에 뜨고. 곳곳에서 한선화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누구의 탓인가. 정말 간단한 것인데도. 이렇게나 간단한 것인데도.

 

아무리 일품이라고 한 가지만 내놓아서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반찬은 어디까지나 반찬일 뿐이다. 김치가 맛있다고 김치를 밥대신 먹을 수는 없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도 반복해 먹으면 질리게 된다. 하물며 단지 독특한 맛이 있을 뿐인 반찬이야.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아까워서 하는 말이다.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