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감정이 무언지 아는가? 바로 배신감이다. 자신이 마음을 주고 믿었던 대상으로부터 배반당했다는 배신감이다. 차라리 화조차 나지 않는 거 그 허탈함이란.
더구나 연예인과 팬과의 사이에서의 믿음이란 보통의 믿음이 아니다. 연예인이란 꿈이다. 엔터테인먼트란 바로 대중이 꾸고 싶은 꿈을 파는 산업이다. 멋지고 화려한 연예인과 그들이 전해주는 어떤 이미지. 실제의 모습이야 어찌되었든 대중은 그들이 내세우는 이미지를 통해 꿈을 꾸고 그 꿈을 소비한다. 그리고 그것은 연예인과 팬과의 믿음을 전제로 성립한다.
바로 동의다. 대중은 연예인이 보여주는 이미지에 동의한다. 동의함으로써 그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소비하고 그로써 꿈을 꾼다. 그리고 현실의 각박함과는 다른 또다른 허구의 세계를 만들고 그로부터 도피처를 찾고 위안을 받는다. 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누군가 그같은 꿈을 배신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마술쇼를 보러 갔는데 마술사가 나와서 관객들에게 그런다.
"마술은 사기다. 당신들이 보고 있는 이 마술은 단지 속임수다."
과연 관객은 그러마고 마술사의 솔직함과 당당함에 감탄하고 할까?
다단계라든가 그런 사기들에 대해 피해자들이 보이는 반응도 비슷하다.
"그럴 리 없다!"
"모함이다!"
"음모다!"
왜냐면 그것은 그 사람들에게 꿈이거든. 환상인 거다. 그런데 그 꿈을, 환상을 깨뜨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더구나 그것을 자신이 깨뜨리고 있다면.
지금 2PM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그렇다. 2PM의 팬만이 아닌 다른 아이돌 팬들의 분노도 다르지 않다. 솔직히 나도 걸그룹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2PM을 결코 좋게만 볼 수 없다. JYP 역시 마찬가지.
아이돌이란 그러한 꿈 가운데서도 가장 첨단에 있다. 대중이 욕망하는 꿈을 자본이 구체화하여 만들어낸 것이 아이돌이다. 아이돌이란 그러한 꿈 자체라 할 수 있다. 가장 순수한 욕망의 결정이랄까? 순수에 대한 욕망.
그래서 아이돌은 악해서도 안되고 독해서도 안된다. 현실이 각박한 만큼 아이돌만큼은 착하고 순수해야 한다. 그것이 현실이 아닐지라도 그렇다고 믿고 싶어하는 것이 아이돌의 팬이 되는 마음이다. 특히 그룹을 이루고 있으면 속사정이야 어떻든 서로가 사이좋게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모델도 있다.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최장수 아이돌 신화라고 하는.
2PM팬들의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팬들도 신화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동안 이런저런 많은 자리에서 워낙에 의리와 우정을 강조해 왔던 탓에 2PM도 신화처럼 우정과 의리를 지켜 영원하리라고. 자신들의 아이돌은 결코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법 없이 영원할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JYP가 박재범의 영구탈퇴를 발표했을 때 다른 2PM멤버들의 동의를 명분으로 내세우자 2PM팬들은 그럴 리 없다며 그것을 가지고 JYP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삼기도 했었다. 그만큼 2PM팬들의 2PM의 우정과 의리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왜 2PM팬들이 닉쿤에 대해서만은 예외로 두는가. 바로 그래서다. 아무리 그래도 2PM 전체가 배반했다는 생각은 그들 자신으로서도 하기가 힘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한 사람 쯤은 본심이 아닌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래도 한 사람 정도는 배반하지 않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사실보다는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닉쿤만은 예외로 두고 오히려 왕따설까지 만들어 2PM과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금의 2PM에 대한 팬들의 공격을, 나아가 다른 보이그룹 팬들까지 2PM에 대해 날을 세우는 것은 바로 그같은 팬과의 약속을 어긴 데 대한 배신감이라 할 수 있다. 이제까지 팬들이 기대던 꿈에서 강제로 내동댕이쳐진 듯한 배신감과 상실감에 대한 일시적인 공허와 공황인 셈이다. 누구를 미워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차라리 꿈인 채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오히려 더 열정적이었기에 더 감당하기 힘든 상실감. 허탈감.
그것은 다른 보이그룹 팬들도 마찬가지라 과연 자신의 아이돌도 그럴 것인가. 자신의 아이돌도 과연 2PM과 같을 것인가.
결국은 JYP의 잘못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현명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워낙에 믿음이 컸기에 지금에 와서는 아예 팬들의 분노가 2PM의 나머지 멤버에게로 쏠리고 있으니. 지금 JYP는 딱히 공격을 받거나 하는 일 없이 어차피 먹을 욕이나 먹으며 간간히 언플로 자기이미지관리나 하는 수준이다.
어쩌면 그것이 JYP가 목표한 바일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2PM을 전면에 내세운 간담회라는 것은, 절대 그래서는 안되었음에도 2PM으로 하여금 박재범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도록 한 것은. 기왕에 욕을 먹을 것 2PM을 전면에 내세우자. 2PM의 대중적 인지도와 2PM 남은 멤버들의 개인팬을 방패로 삼아 JYP가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2PM팬덤을 대중으로부터 분리하고.
만일 그같은 계산이라면 매우 현명했다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참으로 생각할 수 없이 비열하고 저열했다고. 대중을 상대로 꿈을 파는 장사꾼이 꿈을 깨뜨려 안전을 구하다니. 이건 도의에 대한 문제다. 박재범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팬과의 믿음을 깨뜨리는 도의에 대한 문제다.
내가 2PM과 팬과의 관계에서 팬들을 동정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잘못은 JYP에 있다. 그리고 팬들 앞에서 팬과의 가장 큰 약속인 기믹 - 즉 꿈을 깨뜨린 2PM에 있다. 현실의 어떤 문제보다도 팬과의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이 그 꿈일 텐데, 그 꿈을 팬들이 보는 앞에서 깨뜨려버린 2PM의 원죄는 크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런 식으로 팬들의 꿈을 직접적으로 깨뜨려서는 안 되었어다. 아무리 자기들만의 사정이 있었다고 팬들이 보는 앞에서 팬들의 꿈을 깨뜨리는 무도한 짓은 해서는 안 되었었다. 그것은 자기의 존재를 부정하는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했듯 아이돌이란 꿈을 파는 존재다. 그런데 현실을 이유로 그 꿈을 부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꿈을 파는 존재이고, 그 꿈 자체인데, 그런데 그 꿈을 스스로 현실의 이율르 들어 부정한다면? 그러고서도 과연 아이돌로서 존재할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꿈으로부터 배반당한 팬들은? 자신들의 아이돌에 의해 꿈으로부터 내동댕이쳐진 팬들의 마음은? 입장은?
말 그대로 원죄다. 그들이 스스로 저지른 일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그들이 그동안 팬들로부터 받음 만큼 더욱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들이 스스로 깨뜨린 꿈이기에 그 꿈에 대한 보상 만큼을 팬들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팬들의 원망을 고스란히 받아들임으로써. 꿈을 꾸게 했기에 꿈을 깨뜨린 보상도 그들이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2PM에 대해 그닥 동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들 자신이 자초한 것이니.
아마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혼란도 가라앉을 것이다. 인간이란 악의를 가지고 언제까지나 버틸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결국 감정을 추스리고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다. 다만 한 번 뇌리에 새겨진 배신감만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가장 더러운 감정이 배신감인 만큼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것도 배신감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될까는 나도 모르겠다.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 줄 텐데. 자본과 연예인 사이의 이해로 인해 자신의 꿈을 농락당해버린 팬들이 안타깝다 할 밖에. 자신의 아이돌을 잃어버린 팬들의 처지도.
다시 한 번 자본의 냉정함과 비열함을 느끼며. 그리고 결국은 기믹에 불과한 아이돌이라는 현실도. 꿈과 현실의 경계란 이리도 한순간이더라는 것도. 그러나 그게 또 꿈을 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는 것이겠지.
아무튼 꿈을 배신한 아이돌이란 과연 존재할 의미가 있는가. 그런 조금은 독한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꿈을 파는 아이돌이 그 꿈을 배신했다면 과연 더 이상 존재할 의미가 있는가. 2PM이라면 박재범의 일로 나 역시 호감을 가졌던 터라.
어쨌거나 그래서 2PM팬들의 입장에 - 조금은 행동이 과격하고 지나치더라도 많이 양해하는 이유라 할 것이다. 꿈을 배반당한 충격이란 그리 큰 까닭이다. 배신감이란 그리 치명적인 것이다. 따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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