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Boney M - Daddy Cool

까칠부 2018. 9. 25. 07:03



DJ DOC의 히트곡 "Run to YOu"의 원곡으로 유명한 노래다. 유명하기는 한가? 한 귀에도 베이스라인이 Run to You의 그것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샘플링이라고 말하지만 글쎄... 과연 Run to You라는 노래가 저 베이스라인 없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노래인지. 하긴 그것이 또 샘플링이라는 기법이긴 하지만 말이다.


가끔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음원사이트가 아니라 유튜브부터 찾는다. 특히 자주 찾게 되는 것이 어릴 적 들었던 팝음악들이다. 사실 어렸을 적 그리 팝음악을 즐겨듣는 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사를 알아먹을 수 없었다. 아마 전에도 썼지만 그래서 어렸을 적 팝을 듣는다는 것은 가사를 듣는 것이 아닌 음악의 질감을 듣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직도 적지 않은 음악마니아들이 가사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중요한 것은 가사의 발성까지 포함하는 전체의 사운드다.


아무튼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팝에 익숙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래서 또 유튜브에서 팝을 찾아듣는 재미가 더 쏠쏠하기도 하다. 그냥 들어서 아는 노래의 원곡을 찾아 듣는다. 누구의 노래이고 제목이 무엇이었는가 찾아 듣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보니M이다. 보니M은 가수의 이름보다 노래가 더 익숙한, 아니 가수는 그저 들어본 수준인데 노래는 거의 익숙한 대표적인 예 가운데 하나다. 이 노래들도 전부 보니M 노래였어?


"다들 이불 개고 밥먹어"로 유명한 "Rivers of babylon", "말하나 마나'로 익숙한 "Bahama mama", 인트로만 들으면 알 것 같은 "Ma baker", "Rasputin", 무엇보다 의미도 모르고 우연히 한 번 듣고 흥얼거리며 따라불렀던 "Happy Song"까지. 팝으로 개그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그 개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부분 알고 따라 웃을 수 있었다. 그만큼 보편적이었고 아마 그래서 영화 "써니"에서도 보니M의 히트곡 "Sunny"를 제목으로 주제로 차용한 것일 게다. 한 시대를 공유한다는 것은 결국 그 시대의 문화를 공유한다는 뜻이다. 그 시절 10대를 지낸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대표적 문화가 무엇이 있을까.


당시는 무대까지는 볼 수 없었다. 대개는 라디오였고 따라서 소리로만 듣는 것이었다. 보니M의 무대는 그래서 상당히 낯설다. 그런데 흥미롭다. 아, 이런 가수들이었구나. 그냥 어려서 아무 생각없이 제목도 모르고 따라 듣고 때로 따라 부르던 노래의 당사자들이 이런 모습으로 이렇게 노래부르고 있었구나. 보니M에 대해서는 따로 다루는 블로그도 사이트도 적지 않으니 패쓰. 데뷔이야기는 아마 서프라이즈에서도 다루었던 듯하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그냥 이들이 그 시절을 나와 함께 하고 있었구나. 그 가운데는 벌써 고인이 된 이들도 꽤 있는 듯하다. 자세한 것은 굳이 신경써 알아보지 않았다.


원래 그랬다. 그래서 항상 말한다. 진짜 히트곡이란 들으려 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그런 음악이다. 보니M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노래 제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게 우연히 여기저기서 듣게 되면서 그대로 각인되어 버리는 그런 것이다. 어렴풋이나마 노래들을 따라부를 수 있다. 가사야 당연히 엉망이다. 워낙 집에 라디오도, 당연히 카세트플레이어도 없던 시절이라. 그래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가. 내가 처음 카세트플레이어를 가지게 된 것이 고등학교 들어가서였을 것이다. 그나마도 원래부터 고물이라 이내 박살나고 말았지만.


보니M 전에는 아바였다. 아바는 보니M에 비해 팀도 노래도 거의 아는 경우였었다. 차이는 결국 내가 음악을 찾아들을 수 있게 된 뒤 얼마나 일부러 찾아듣고 했는가에 따라 갈린다 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보니M 노래들은 거의 제목도 알지 못했다. 그런 시절도 있었다. 듣고 싶으면 수십년 전 음악도 공연영상까지 아무때고 마음놓고 찾아들을 수 있는 지금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어쩌면 그래서 더 그때처럼 하나의 음악을 시대처럼 공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인지 모른다. 너무 많고 너무 다양하고 그래서 선택지도 너무 많다.


결론은 음악이란 시대의 유전자와도 같은 것이다. 같은 시대를 공유하면 음악도 같이 공유한다. 어렸을 적 각인된 음악은 나이가 들어서도 쉬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때로 반가워지기도 한다. 최근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그만큼 마음이 가지 않는 이유다. 늙었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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