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음악들

WINK -愛が止まらない

까칠부 2018. 10. 22. 06:21


태초 한류 이전에 일류가 있었다. 하긴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대중들이 일본 대중문화를 찾아 즐기기 전에 관계자들이 일본 대중문화를 고스란히 카피해서 길들여 놓은 바 있었다. 쇼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 영화, 음악,만화, 애니메이션 등등 하여튼 일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드물다 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었다. 당연히 일본의 대중문화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며 대중들은 카피가 아닌 오리지날을 찾아 즐기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던 당시 일본의 국제적 위상까지 더해지며 일본의 대중문화야 말로 세련되고 선진적인 진짜이고 한국의 대중문화는 그 아류에 열화카피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여전하던 시절인데도 그랬었다.


한 마디로 당시 내 또래에서 주위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서는 일본 대중문화 한둘 쯤은 꿰어 주어야 무리없이 섞여들 수 있었을 정도였다. 일본만화를 읽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일본 쇼프로그램을 보면서, 일본의 연예인과 아이돌에도 익숙해진다. 그래서 내 주위에는 때만 되면 일본으로 돈 싸들고 원정을 떠나는 녀석들이 적지 않았었다. 부산까지 가지 못하는 녀석들은 주로 명동으로 모여들었었다. 특히 그곳의 외국어서점들은 내게도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원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지만 덕분에 일본의 대중문화를 직접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의 대중문화가 얼마나 일본의 대중문화에 빚지고 있었는가를.


이 노래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WINK란 이름도 당시 한창 이들의 음악을 듣던 녀석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멤버 이름까지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것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워낙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잡지 등을 통해 일본 스타일이라는 것에 익숙해 있었던 터라 거부감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의 대중가수 가운데 일본 아이돌 스타일을 따라하던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다. 꽤 예쁘다. 제법 매력적이다. 다만 가사는 알아듣지 못한다. 가사의 내용이 무슨 뜻인가는 얼마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번역된 것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뭐 대중가요의 가사라는 게 거기서 가기기는 하지만. 내가 좋아해서가 아니라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들리고 어느새 익숙해지게 된다. 항상 말하는 나만의 히트곡의 정의다.


마츠다 세이코, 나카모리 아키나, 쿠도 시즈카, 또 누가 있었더라? 남자놈들은 예나 지금이나 아예 관심도 없다. 그냥 막연히 이름만 알고 어떤 노래들을 불렀는가 멜로디를 들으면 떠오를 정도다. 다만 아예 팬을 자처하며 열정적으로 음악과 비디오를 찾아 모으던 녀석들에 비해 나는 한 걸음 물러서 있던 편에 속했다. 첫째 당시 내가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진 것이 2차원의 캐릭터들이었다는 것과 둘째 워낙 보따리상들을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는 것들이라 가격이 제법 높았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었다. 선택과 집중이다. 그래서 당시 일본의 인기가요는 잘 몰라도 일본에서 인기있던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들은 지금도 제법 따라부를 줄 안다. 고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원본으로 보겠다고 그 수고와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고작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겠다고 굳이 비행기까지 타고 한국으로 오는 일본팬들이 낯설지 않다.


그러고보면 덕분에 일본에 대한 반감이 가장 적었던 것이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쯤 될 것이다. 소프트파워의 힘이다. 일본인의 사고와 논리에 익숙해진다. 일본인의 입장에서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무조건적인 반일감정에 의해 악마화되어 있던 일본인이 비로소 인간으로 다가올 수 있게 되었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생각하자. 이웃나라끼리 사이좋게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보자. 하지만 정작 한국과 일본의 정치인들이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일본은 일본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정치인들의 입장에 의해 서로의 감정만 자극하며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류가 처음 유행할 때만 하더라도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정서가 커지고 있었는데 지금이야 뭐 아는 바대로.


어찌되었거나 그렇게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한류란 것은. 예전 카라에 대해 클래식한 일본아이돌 스타일이라 이야기한 적 있었을 것이다. 처음 한국의 아이돌이란 자체가 일본아이돌의 데드카피였었다. 유현상이 데뷔시켰던 야차나 전에도 이야기한 적 있는 세또래도 그런 경우였었다. 당시 아이돌 비디오나 음악들을 들어보면 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 일본식 아이돌이란 한국인의 정서와는 그다지 맞지 않는 것이기도 했었다. 한국의 대중들은 연예인에게 탤런트를 요구하고, 아티스트이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초창기 아이돌들은 아주 많은 고생을 해야 했었다. 아이돌은 실력이 없다. 아이돌은 얼굴 뿐이다. 그런 편견을 뒤집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들의 결과 한국의 아이돌은 일본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왔었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고, 연기도 잘하는, 훈련된 만능 탤런트로. 그리고 그것이 일본과 달리 세계에 먹히기 시작했다. 한류가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도 다르지 않다. 일본을 베끼면서 일본으로부터 배운 것들 위에 우리들만의 무엇을 하나씩 쌓아 올려 왔다. 수도 없이 갈려나가며 일본과는 다른 우리만의 스타일을 보다 세련되게 완성시키고 있었다. 이제 일본드라마는 더이상 재미가 없다. 한때 일본드라마만 찾아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재미없어도 한국드라마가 일본드라마는 훨씬 낫다고 확신할 수 있다. 덕분에 일본 드라마와 연예계에 대한 내 지식과 정보는 딱 2010년 이전에 고정되어 있다. 이제는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설마 사카이 마코토가 그 사이 이렇게까지 대스타가 되어 있을 줄이야. 지금은 한국인 만큼 일본인들 역시 한국의 대중문화를 익숙하게 즐기고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랄까. 그만큼 한국이 많은 발전을 이뤘다는 뜻인 것이다. 수많은 노력과 함께.


아무튼 그냥 생각났다. 유튜브를 여기저기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익숙한 얼굴과 노래를 듣게 되었다. 원래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었던 셀럽파이브의 원곡인 댄싱히어로를 들으면서부터였다. 마츠다 세이코 같은 가수들은 그다지 감흥이 없었는데 이 노래는 확실히 느낌이 왔다. 마치 뭔가 당시 아무것도 없이 일본의 원서들이 너저분하게 뒹굴고 있던 자취방을 보는 듯 하달까. 그렇게 자기가 가지고 온 카세트테이프를 플레이어에 꽂고 좋아라 떠들던 녀석들이 있었다. 아마 이들을 모델로 한 만화도 있었을 것이다. 해적판이었는데 완결까지는 보지 못했다. 마이너였는지 제목도 알지 못한다. 지금이야 일본에 연예인이 누가 있는지 어떤 만화가 히트인지도 잘 모르게 되었지만.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흘렀다. 무심히 관심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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