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김태원의 인터뷰를 보고 - 연예인과 프로페셔널...

까칠부 2010. 3. 6. 17:46

http://www.ytn.co.kr/_comm/pop_mov.php?page=1&s_mcd=0937&s_hcd=&key=201003051232057275

 

YTN 3월 5일자 김태원의 인터뷰를 오늘에야 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부활의 리더로서가 아니라 김태원이라는 한 인간에게. 작금에 혼란스런 상황에 김태원의 말은 중요한 힌트가 되어줄 것이다.

 

"그건 다 시간으로 이뤄지는 얘기 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음료수와도 같아요. 그거 쫙 들이키시면 전혀 언제 궁금했느냐는 듯이 그 다음부터는 얘기가 나올 걸요? 아마?

 

'이건 얘가 잘못했어. 쟤봐. 쟤들 싸워. 걔네들 또 싸우네?'

 

그걸 조금이라도 형인 제가 같이 해야되겠습니까? 이승철씨와 제가 냈던 음반을 좋아했던 사람들에 대한

회상하고 좋아하고 아름다워했던 사람들에 대한 배반이죠.

 

'저런 사이인데 그런 음악을 했단 말야?'

 

그런 이미지 얼마나 그 사람들한테 정말 못할 짓입니까? 1986년도에 레스토랑이 많았어요. 경양식집이라고 그랬죠? 돈까스 팔고 그러던 데. 거기서 그때 우리 희야를 들으면서 사랑을 나누다가 실패했던 사람들도 있을 거고, 그게 다... 실패한 사람은 희야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갈 것 아닙니까? 86으로.

 

돈까스 앞에 있고 사랑을 나누던, 헤어지던, 눈물을 흘리던... 그 추억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미지가 이상해질 수도 있는 거고."

 

이승철과 갈라서게 된 당시의 이야기에 대해 물으니 하는 대답이다. 결국은 한 가지다. 당시 팬들은 이승철과 함께 했던 부활의 음악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당시의 이승철과의 관계를 부정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당시의 부활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실례인가. 그것은 배신이다. 나도 가끔 하는 말이지만 음악은 추억과 함께 기억된다. 그런데 그 기억이 당사자의 싸움으로 얼룩진다면 그것은 또 팬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것인가.

 

김태원의 음악인으로서의 - 아니 프로페셔널로서의 철학을 보여주는 한 마디라 하겠다.

 

역시나 말했듯 연예인이란 기믹이다. 꿈이다. 음악만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란 그같은 꿈을 파는 일이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그 꿈을 깨 버린다면? 팬과 함께 꾸었던 꿈을 연예인 자신이 깨 버린다면?

 

얼마전 베이비복스 전멤버인 김이지의 결혼식이 이희진, 간미연, 심은진, 윤은혜가 모두 모인 사진을 보았었다. 그리 구설이 많았던 팀이었다. 팀이 깨지는데도 그리 안 좋은 소문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때 베이비복스를 좋아했던 입장에서 그녀들이 그리 그렇게 한 자리에 모여 결혼하는 옛 동료를 축하해주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만일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등을 돌리고 지낸다는 사실을 확인하거나 했다면 적잖이 마음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모른다. 과연 베이비복스가 서로 사이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소문처럼 사이가 좋지 않은데 그리 연기한 것인지, 그러나 그것으로 베이비복스 팬들은 지금에라도 구원받는 기분일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기분 좋은 팬이란 없다.

 

누구나 추억은 아름답기를 바란다. 아무리 지랄같은 추억이라도 끝내 추억일 때는 아름답기를 바란다. 설사 나는 아름답지 못해도 꿈은 아름답기를 바란다. 헤어지는 순간은 아파도 그 순간 흘러나오는 음악은 아름답기를 바라듯이. 눈물을 흘리는 자신은 추해도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내리쬐는 햇볕은 아름답기를 바라듯이.

 

그런데 그같은 꿈을 깨 버린다는 것은... 그것도 음반을 사주고, 그들을 좋아해준 팬들에 대해 그들의 꿈을 깨버린다는 것은... 이승철이 다시는 부활과 함께 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 말했을 때 이승철 팬클럽을 탈퇴하는 올드팬이 있었더라는 것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거짓이더라도 꿈을 꾸게 하라. 거짓으로라도 꿈을 꿀 수 있게 하라. 그것은 거짓이라기보다는 또다른 진실일 터다.

 

그것이 프로페셔널이라는 것일 텐데도, 어느샌가 폭로라는 것이 그리 유행이 되어 버린 터라.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마저 나와서 떠벌이고 그것으로 잠시 주목을 받고자 한다. 과거의 꿈을 팔아 현재를 연명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비루하며 그들을 좋아했던 팬들에 실례되는 행위인가. 배신이다.

 

하긴 당장에 활동중이면서 그 꿈을 지키지 못해 존립의 위기에 내몰린 팀도 있다. 그저 말 한 마디 조심했으면 좋았을 것을. 단지 꿈이 계속 될 수 있도록 조금만 자제하고 삼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어려서일까? 그러나 그런 정도는 소속사에서 얼마든지 조언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경륜이란 그냥 쌓이는 것이 아니다. 가끔 나이를 헛먹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이 쌓이고 지혜가 깊어진다는 뜻일 게다. 김태원이란... 아마 그의 기타소리가 전보다 더욱 깊어진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테크닉으로는 많이 퇴보한 것을 느끼지만 그 울림은 전보다 더 좋아졌다. 인간이 기타소리에 묻어나는 것이리라.

 

아, 인터뷰 말미에 김태원은 또 자작곡 없이 활동하는 밴드에 대해 이리 조언하고 있다.

 

"자작곡이 있어야죠."

"물론 곡을 받아 쓰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정말 안타까워요."

 

그러고 보면 부활의 역사 가운데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1집에서부터 3집까지, 5집에서 반짝, 8집 이후로는 시망. 그만큼 어려운 고비를 지나쳐 온 김태원이기에 해 줄 수 있는 조언인지도 모른다. 다만, 인디밴드 가운데 주류로 올라서는 문제에 대해서는 밴드컨셉 아이돌에 대해 할 말이 있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밴드컨셉 아이돌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라.

 

의미있는 인터뷰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김태원의 인터뷰에서는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경륜이랄까? 사람이 크다는 게 아마 이런 것이리라. 그는 거인이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