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사, 신불사 해서 뭔가 했다.
아마 학교 다닐 때였을 것이다. 나는 내 기억을 진짜 못 믿는다. 어쩌면 그 전일수도. 아니면 그 뒤일수도.
아무튼 친구녀석이 무척 재미있는 만화가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박봉성 만화를 안 봤다. 기본적으로 이현세 스타일의 그림을 무척 싫어해서 그 아류들은 손도 대지 않았었다.
그런데 꼬시는 것이었다. 무지 재미있다고.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였다.
확실히 이제까지는 없던 스타일의 만화였다. 불행한 과거를 가진 킬러의 복수라니... 그런데 1부는 그렇다 치고 2부 들어가면서부터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세계 3대인가 4대인가 마약조직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어쩌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박봉성 스타일이었다.
박봉성은 기본적으로 먼치킨 만화가다. 고행석과 비슷한데 고행석의 먼치킨이 어떤 현실의 감정에 기초한다면 박봉성의 먼치킨은 마초의 이상을 추구한다. 그래서 굉장히 음울하고 굉장히 과격하다. 신의 아들도 그런 과다. 가끔 코믹하게 나올 때는 고행석과 스타일이 비슷해지는데 음울해지면 고행석의 폭풍아와 비슷한 분위기로 가 버린다. 의외로 닮았으면서 다른 작가가 박봉성과 고행석이다.
아무튼 그래도 이제까지 없던 스타일이라 인상깊게 보고 넘어갔는데, 그게 90년대 말부터인가 다시 리메이크가 된 것이었다. 그림도 더 좋아지고, 판형도 더 좋아지고, 그러나... 더 먼치킨스러워지고. 아마 나중에는 초능력까지 배워서 거의 신이 되지 아마? 뒤로는 보지 않았다. 차라리 비슷한 시기 나온 도시전설... 아, 이것도 결국 보다 말았구나.
그런 게 있다. 만화든 소설이든 보다 보면 작가의 통제를 넘어 날뛰는 것들이 있다. 하다못해 블로그에서도 그 짧은 글인데 글이 내 통제를 벗어나 날뒤는 경우가 있다. 내가 기껏 써놓고서 지워버리는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도저히 봐줄 게 못 돼서.
일본 만화 가운데서도 그런 것들을 보게 되는데, 처음에는 아니었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차츰 작가의 손을 벗어나더니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는 것들이다. 제대로 준비도 않고 장기연재를 시작한 경우 그런 게 많다. 요즘 나오는 무협과 판타지에서는 널려 있고. 끝에 가서 허황된 이야기들 많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작가가 작품을 끌고 가야하는데 작품에 작가가 끌려가는 경우.
내가 보기에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도 그런 경우였다. 그렇지 않아도 먼치킨스런 박봉성의 취향이, 쓸데없이 폼잡는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와 만나면서, 더구나 그것이 인기까지 끌면서, 박봉성의 통제를 벗어난 것이다. 후반은 그렇게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박봉성 만화 가운데서도 그렇게 방향을 잃고 헤매던 만화는... 아, 많았다. 미안. 박봉성의 만화는 그래서 딱 10권짜리가 재미있다. 그 이상 가면 작가가 헤맨다.
어찌되었거나 그 결과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 정확히는 설마 드라마로 만들어지겠나 싶었던 만화가 바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였다. 만화로서도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미쳐 날뛴 만화였는데 이걸 드라마로? 차라리 도시정벌이라면 만들 수 있겠다 싶었을 정도로 전혀 생각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니.
신불사, 신불사 해서 그게 뭔가 했다. 설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일 줄이야. 워낙 늦게 안 탓에 보지는 못했다. 아니 볼 생각도 없었다. 이건 드라마로 만들 드라마가 아니다. 제대로 각색해서 원작을 크게 손보지 않는 한 절대 안 된다. 아니나 다를까 CG 캡춰한 것 보니 가관이더만.
문제는 이것이 과연 처음 나왔던 오리지날 버전인가, 아니면 90년대 말 리메이크버전인가. 그래도 오리지날 버전은 뭐라도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리메이크버전은... 과연 100억으로 될까? 우리나라 CG기술로?
말했듯 전혀 기대도 않기에 볼 생각은 없다. 다만 워낙 황당해서. 도대체 하고많은 만화 가운데 하필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인가 말이다. 만화야 그렇다 치고 그만한 돈이나 기술은 되고?
아무튼 그러나저러나 일단 드라마는 만들어진 것 같고, 또 방송도 탄 것 같다. 그러나 과연 흥행에는 성공할 것인가. 그러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리메이크도 나는 망했다 했는데 잘들 보더란 것이다.
역시 전혀 기대도 볼 생각도 없고, 다만 박봉성이라는 이름이 다시 떠올라 그립긴 하다. 벌써 고인이 되었지? 한때 참 재미있게 보던 만화가였는데.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계기로 많이도 봤었다. 공장제 만화의 끝판보스. 한 번에 박봉성이라는 이름으로 세 편의 만화를 동시에 찍어내던 공장 정도가 아닌 공단 주인. 결국에 만화방들이 단결해서 보이콧까지 시도했었던.
어쨌거나 그리운 이름이다. 만화나 드라마와는 별개로.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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